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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업’ 선언한 통신사들…“정부지원·규제완화 필요” 한목소리

권하영 기자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가 개최한 ‘디지털 심화 시대 통신산업의 AI 전략’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가 개최한 ‘디지털 심화 시대 통신산업의 AI 전략’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인공지능(AI)의 일상화라는 거대 흐름에 맞서 통신사들도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속속 체질개선을 꾀하고 있다. 기존 통신 서비스 경쟁력을 기반으로 거대언어모델(LLM) 등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규모의 경제를 펼치는 글로벌 빅테크들 대비 경쟁열위에 직면해 있는 동시에, AI의 파급력을 통제하려는 정부 규제로부터도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의 적극적 지원책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

통신3사는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가 개최한 ‘디지털 심화 시대 통신산업의 AI 전략’ 세미나에서 각사의 AI 전략을 소개했다.

김지훈 SK텔레콤 AI서비스성장담당은 최근 자사가 발표한 ‘AI 피라미드 전략’을 공유했다. 이 전략은 AI칩셋·데이터센터·LLM 등 기저에 있는 ‘AI 인프라’ 위에 기존 유무선 사업과 AI간의 융합을 의미하는 ‘AIX’, 그리고 가장 상층부에 AI 개인비서 에이닷을 중심으로 한 ‘AI 서비스’ 등 피라미드 형태로 AI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김지훈 담당은 “통신사가 앞으로 AI를 할 때 어떻게 가장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고, 결론은 우리가 가진 강점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며 “통신사가 가진 강점, 즉 ‘커뮤니케이션’이란 영역을 킬러화하는 데 주력하는 걸로 방향성을 뒀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그 출발점으로 ‘AI 전화’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김 담당은 “전화의 결정적 페인포인트(pain point)가 휘발성인데, 이런 부분을 기록해 남겨둘 수 있다면 더 많은 것들을 제공할 수 있겠다 판단했다”며 최근 에이닷 서비스를 통해 선보인 ‘AI 통화 요약’ 기능과 앞으로 공개할 ‘AI 통역콜’ 기능을 예로 들었다.

조현철 LG유플러스 데이터사이언스담당도 그룹 차원의 초거대 AI 모델인 ‘엑사원’과 자사가 자체 개발한 ‘익시젠’을 함께 활용하는 동시에 글로벌 빅테크들과 AI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는 당사 상황을 공유했다. 배순민 KT 융합기술원 AI2XL소장은 최근 출시한 회사의 초거대 AI ‘믿음’이 가진 맞춤형, 신뢰성, 편의성, (비용)효율성 등 4가지 경쟁력을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통신사들은 이러한 AI 전략으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들을 정부가 뒷받침해주길 요청했다.

박철호 KT 상무는 “한국이 초거대 AI를 보유한 4대 국가에 포함돼 있다곤 하지만 앞서 나가는 수준은 아니고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 클라우드로 보면 글로벌 빅테크가 국내 시장 80%를 차지하고 있다”며 “국가 신성장동력인 AI와 클라우드 산업에 대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박 상무는 규제 정책 관점에서 “AI와 클라우드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더 많은 세액공제를 적극 지원해줬으면 한다”며 “또한 최근 행정전산망 오류 사태로 떠오른 공공영역에서의 대기업 참여 제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해줬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성석함 SK텔레콤 담당 또한 “AI에 필요한 학습데이터 예산이 많이 줄어드는 분위기고, 데이터에 대한 접근도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일부 정부부처에서 보여주는 대응 속도가 느리다는 생각도 들고, 예산 지원 부분에서 규모가 축소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배순민 KT 소장은 “우리가 AI를 얘기할 때 특히 개인정보 남용 문제와 특정 기업의 독점 가능성 이 두가지를 우려하는데, 사실 진정한 의미의 AI 시대로 가려면 이 두가지가 깨져야 한다”며 “내 정보를 더 주고 싶을 정도로 AI가 가치가 있어야 하고, 또 어느 정도 독점도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딴지를 걸면 AI 시대로 가는 속도는 더 늦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통신사들의 AI 전환 노력에 공감하면서도 AI 시대에 필요한 윤리와 신뢰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남철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과장은 “생성형 AI가 나오면서 신뢰할 수 있는 AI가 중요해졌고 정책도 윤리와 신뢰성 문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단독으로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국제 규범에 맞게 우리나라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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