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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다이브] 차세대 배터리는 원통형?… '4680 배터리'에 주목하는 이유

배태용 기자
'4680' 원통형 배터리 셀(Cell)의 가상 모델.
'4680' 원통형 배터리 셀(Cell)의 가상 모델.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전기차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배터리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 간 각형, 파우치형 중심의 배터리 시장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또 한 번 변곡점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차세대로 배터리론 '원통형'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완성 전기차 기업들은 원통형 배터리 사용을 지양했습니다. 원통형 배터리는 전기차에 배치하기엔 에너지 밀도, 공정, 공간 활용, 무게 등 여러 단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원통형 배터리는 다른 형태의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습니다. 같은 무게나 부피에 더 적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배터리는 낱개 단위의 셀을 여러 개로 묶어 모듈을 만들고, 모듈을 여러 개 묶어 팩을 만듭니다. 여기서 셀만 놓고 보면, 원통형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높습니다. 하지만, 전기차엔 배터리 '팩'이 들어가니 문제가 발생합니다.

원통형은 크기가 작고 둥근 원기둥 형태입니다. 때문에, 팩이나 모듈로 구성했을 때 필연적으로 셀과 셀 사이의 빈 공간이 많이 발생합니다. 결국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는 구조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원통형 배터리는 다른 형태의 배터리보다 생산 공정이 복잡합니다. 이는 생산 비용을 높이고 생산량을 감소시킵니다. 파우치, 각형 배터리 팩에는 평균적으로 300-400개 내외의 셀이 사용됩니다. 반면 원통형은 사이즈가 훨씬 작으므로 수천 개의 셀이 있어야 배터리 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셀 개수가 많다 보니, 제조 공정이 더욱 까다로워지는 것이죠.

하지만, 차세대 원통형 4680 배터리는 이러한 단점을 모두 개선했습니다. 출력부터 생산효율, 에너지 밀도 등 모든 것이 크게 나아진 것이지요. 지름 46㎜, 길이 80㎜의 이 원통형 배터리는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2020년 자체 개발,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4680 배터리는 현재 상용화된 원통형 '2170 배터리(지름 21㎜, 길이 70㎜)'보다 지름이 2배, 길이가 1.1배 정도 커서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2170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50% 이상 높아 주행 거리가 최대 16% 늘어날 수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또한, 4680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전류를 더 많이 흘릴 수 있어 가속 성능도 향상됩니다. 마지막으로, 4680 배터리는 열 관리 시스템을 개선, 열 발생을 줄이고, 열을 효율적으로 분산시켜 배터리의 수명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생산성 측면에서도 크게 개선됐습니다. 4680 배터리는 2170 배터리보다 부피가 5배나 크지만, 배터리 팩을 구성하는 데 들어가는 셀의 숫자는 더 적다고 합니다. 적은 셀로 배터리팩을 만들 수 있어 더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지요. 기존 2170에서는 배터리 팩 하나에 4400개의 셀이 필요했다면, 4680 배터리는 830개의 셀만 있으면 됩니다. 셀이 적으니, 용접도 그만큼 적어지겠죠. 2170 배터리는 셀당 용접 필요 횟수가 4번이었다면, 4680 배터리는 그 절반인 2번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4680 배터리가 만들기도 더 쉽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상용화되진 않았습니다. 4680배터리는 탭리스 구조를 채택했기 때문인데요. 전원 공급 장치와 배터리를 연결하는 '탭'을 제거한 배터리를 의미합니다. 탭리스는 전극을 배터리 셀에 고정하는 기술이 핵심인데, 이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4680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크기가 크기 때문에, 생산 설비를 새로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4680 배터리는 아직 양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배터리 기업이 4680 배터리 생산 준비에 나서고 있는 만큼, 멀지 않아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발 빠르게 뛰어들고 있는데요.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오창 공장에서 4680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다고 합니다.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 천안 공장에서 샘플 공급을 위한 배터리 시제품 양산에 돌입했습니다. 아직 높이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컨퍼런스콜 등에선 46파이(Φ)라고만 표현됐습니다. 향후 BMW, 제너럴모터스(GM) 등 고객사들과의 검증이 끝나면 2026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중국 기업인 EVE에너지도 지난 9월부터 46파이 배터리 제품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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