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불명확한 AG 이스포츠 종목 선정… “이스포츠가 꼭 스포츠여야 하나”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이스포츠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주류 스포츠로 도약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최국에 유리한 종목이 선정되거나, 게임성이 훼손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스포츠 제도권 편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나왔다.
이에 대한 업계 시각을 엿볼 수 있는 토론회가 18일 국회에서 열렸다. ‘2023 e스포츠 토크콘서트’에 패널로 참석한 한국e스포츠협회 김철학 사무총장은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논란이 된 ‘몽삼국’을 언급하며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종목 선정에 있어서 개최지 영향이 없을 순 없다.지역적, 디바이스별로 즐기는 게임이 상이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와 달리 게임을 매개로 해 제반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에 따른 지원을 어떻게 하느냐가 성공적인 대회 운영의 중요 포인트가 된다. 때문에 종목사 지원 등이 중요하다”라며 “아무래도 몽삼국 측에서 스폰서십 등 여러 부분에서 지원이 있지 않았나 싶다. 첫 개최이니 다음엔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종목풀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세부 종목을 정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들이 앞으론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7개 게임 중, 국산 게임은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모바일(이하 배그모바일)’이 유일했다. 향후 국산 게임이 국제대회에 선을 보이려면 민간과 기관이 그간 쌓은 노하우와 행정력을 앞세워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게 김 사무총장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e스포츠협회는 e스포츠 진흥법에 의해 이스포츠 종목을 선정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 관전성, 선수 기량에 의해 승부가 결정되는 것이 주요 기준”이라며 “아시아e스포츠연맹,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도 이를 바탕으로 종목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식종목 최종 승인은 결국 개최국 조직위원회가 한다. 조직위와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목소리로서 채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협회 혼자가 아니라 KOC(대한올림픽위원회)와 함께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배그모바일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트라이애슬론’과 같은 형태로 변질된 것을 언급하며 이스포츠의 스포츠 제도권 편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는 ‘대인사격’ 등을 문제 삼아 배그모바일의 게임성을 바꿔 논란이 됐다.
젠지e스포츠 이지훈 단장은 “아시안게임용 모드까지 개발하면서 왜 선수들이 이에 맞춰 희생을 해야 되는지 의문이다. 내년부터 중동에서 ‘E스포츠 월드컵’이 큰 상금을 걸고 출범하게 된다. 생존이 걸린 게임단 입장에선 단비 같은 존재다. 이스포츠의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편입을 독려하겠지만, 또 다른 관점을 생각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양대학교 이승애 교수 역시 “다수 종목이 주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정되는 것, 올림픽 정신으로 인해 폭력성에 대한 기준이 고무줄처럼 적용되는 부분 등 게임사와 스포츠의 헤게모니 싸움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종목 선정 기준이 까다로우니 올림픽 편입을 놓고 말들이 계속 나온다. 이스포츠만을 위한 대회가 생기는 것도 맞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 사무총장은 스포츠 제도권이 서서히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데 집중했다. 그는 “IOC(올림픽조직위원회)가 슈팅 장르를 편입시킬 수 없다고 공언했지만 버추얼 시리즈에선 이를 수용하려고 노력했다. 실제 ‘포트나이트’가 모드 개발을 통해 들어갔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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