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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못쓰는 상생안…‘카카오T’ 콜 몰아주기·차단 혐의, 전방위적 압박 속도

이나연 기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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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올해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먹구름이 잔뜩 낀 해였다. 회사가 운영하는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에 겨눠진 시장지배력 지위 남용 혐의로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카카오T는 지난 2015년 택시 ‘콜(승객 호출)’ 서비스로 출발해 국내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이 됐다. 하지만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콜 서비스가 오랜 기간 ‘자사 가맹택시 몰아주기’ 및 ‘경쟁사 차단’ 의혹에 휩싸이면서 지금의 카카오모빌리티를 발목 잡았다.

29일 정부와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전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등과 관련해 동의의결 절차 개시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가 있는 사업자가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시해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쟁사 가맹택시에 대한 콜 차단 건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부과 조치와 검찰 고발 내용이 담긴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받았다. 회사는 지난 10월 자진 시정 의사를 보이며 100억원 규모 상생 재원 마련과 타사와의 제휴 계약 체결 등 자구책을 내놨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우티(UT)와 타다 등 경쟁 가맹본부들에 운행정보 등 영업비밀 제공을 요구하는 제휴 계약 체결을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쟁 가맹본부가 요구에 불응할 경우, 소속 가맹기사들에 대한 카카오T 앱 일반호출 서비스를 차단한 혐의도 받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일부 경쟁 가맹본부들로부터 제보받고 조사에 착수한 것”이라며 “최근엔 우티까지 대다수 가맹택시업체가 업무협약을 맺어 카카오T 콜을 이용 중이긴 하나, 장기간에 걸친 불공정행위였던 만큼 지속 들여다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공정위는 사건 심의를 거쳐 카카오모빌리티에 관한 법 위반 여부 및 제재 수준을 최종결정하게 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안타깝다”고 전한 이유는 이미 자사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대한 콜 몰아주기 혐의로 271억원대 과징금 처분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받을 처지가 돼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검찰 기소 대상에 오른 건 회사 설립 이래 처음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9일 ‘제24차 의무고발요청 심의위원회’를 열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카카오모빌리티를 검찰에 고발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의무고발 요청 제도에 따라 중기부가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대상 기업들을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게 된다.

중기부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 중형택시 일반 콜 서비스에서 배차 알고리즘을 통해 자회사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우대, 비가맹택시에 운임 수입상 불이익을 줬다. 법 위반 행위로 공정한 경쟁 질서를 해치고 전국 비가맹택시 수입에 막대한 피해를 준 점을 고려해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고발 요청을 결정했다는 게 중기부 측 설명이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 6월 카카오모빌리티가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회사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에만 콜(호출)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71억2000만원 처분을 확정했다. 이에 불복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월 행정소송과 시정명령에 대한 가처분 소송에 나섰다.

지난달 초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카카오 택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발언하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주요 택시 4개 단체(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및 전국 14개 지역 가맹점협의회와 여러 차례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서비스 개편 방안을 꾸렸다.

구체화 된 개편안은 ▲계속 가맹금(가맹 수수료) 2.8% 신규 가맹 택시 상품 출시 ▲공정배차 정책 시행 ▲프로멤버십 폐지 ▲상생 협력 기반 택시 플랫폼 환경 조성이 골자다.

그러나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도 저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 간 갈등 봉합은 여전히 요원한 모습이다.

비가맹 개인택시 기사들로 구성된 카카오T 콜 몰아주기 피해 기사 집단소송인단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상생안을 내놓은 것과 별개로 내년 1월부터 피해구제 집단소송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는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했던 유럽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FreeNow)’ 인수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최대 주주로서 공동체(계열사) 대형 투자에 대해 주요 의견을 제시하는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가 프리나우 인수안에 반대하면서다.

투심위는 프리나우 사업 전체를 인수하는 원안을 부결하고, 특정 국가나 도시만을 대상으로 인수를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3000억∼4000억원대로 산정한 인수가가 너무 비싸다는 판단에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투심위 의견을 바탕으로 프리나우에 다시 제안서를 넣었으나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별도 인수 마감 시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며, 프리나우와 인수 관련 세부 사안을 조율 중인 상태라고 해명했다. 다만 업계에선 사실상 협상이 무산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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