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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공정위발 규제 강화 기조에 부담 커진 ‘진격의 쿠팡’

왕진화 기자

[ⓒ 쿠팡]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오랜 기간 다양한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해오며 ‘쿠팡 생태계’를 구축해온 쿠팡의 갑진년은 장밋빛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가칭)은 이들의 성장 발목을 잡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정위는 지난달 초 쿠팡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직원을 동원해 자체브랜드(PB) 상품에 긍정적 후기를 남겨 상품 노출도를 높였다는 의혹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공정위 압박에 쿠팡으로부터 시작됐던 온·오프라인 유통 혁신 경쟁도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최근 입법 추진 방침을 밝힌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으로 인해 쿠팡을 비롯한 관련 일부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 법안은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일부 대형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사전에 규제하자는 것이 골자다. 해외 사업자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쿠팡은 이른 바 ‘계획된 적자’로 국내 전통 유통 강자들 사이에서 굴하지 않고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했다. 2023년 첫 연간 흑자 전환을 앞둔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정부의 쿠팡 때리기는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 쿠팡]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 입법 추진에 긴장감 ‘바짝’=토종 혁신 기업인 쿠팡은 실질적인 열매를 거두는 데 약 1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기술과 인력은 물론 물류시설까지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며 오랜 기간 적자를 견뎌온 것이다. 쿠팡 멤버십 ‘와우’와 로켓배송 등 차별화 전략을 펼치면서 그들만의 생태계 구축에만 집중했다.

첫 열매가 열린 건 지난 2022년 3분기였다. 이후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19일, 돌연 공정위는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 추진 카드를 꺼내들었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플랫폼 자율규제 방침과는 정반대다.

이는 소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 우대와 멀티호밍 제한(자사 플랫폼 이용자에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등 플랫폼 시장 반칙 행위들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시장 지배력은 검색엔진, 오픈마켓, 메신저, 쇼핑몰 등 유형별 정성·정량적 요소를 고려해 평가된다.

법 적용 대상은 국내외 사업자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 법이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은 물론 혁신 성장을 꿈꾸는 국내 스타트업까지 막아서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업계 및 학계에선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법 빈틈을 파고들며 각국 통상 마찰을 근거로 교묘하게 법안을 우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게임 등 타 업계에서도 비슷한 규제로 해외 역차별 문제가 자주 등장하는 건 자명하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직구 플랫폼 합산 국내 이용자가 1000만명에 이르고, 실 구매 건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쿠팡 입장에선 방심할 수 없는 대목이다.

[ⓒPixabay]

◆전년 PB상품 매출 비중, 고작 5.1%인데…억울한 쿠팡=이러한 가운데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 초,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자사우대 혐의로 쿠팡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PB상품을 소비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했는데, 이 행위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고 본 것이다. 쿠팡 PB상품은 쿠팡 자회사 씨피엘비(CPLB)가 출시한다.

일례로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입구부터 계산대까지 PB상품을 전면 배치한다. 이마트 매장에선 ‘노브랜드’, ‘피코크’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코스트코 ‘커클랜드’ 및 롯데마트 ‘요리하다’는 물론 씨유 ‘헤이루(HEYROO)’, GS25 PB라면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PB상품 매출 비중은 각각 10% 이상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쿠팡의 지난해 PB상품 매출은 쿠팡 전체 매출(26조5917억원)의 5.1%를 차지한다. 즉, 쿠팡 PB상품 매출 비중은 타 채널 대비 절반 수준인 셈이다. 특히 사업자 간 온·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진 지 오래다.

모든 사업자가 치열하게 국내 유통 시장에서 혁신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만큼, 공정위가 보다 더 형평성을 맞춘 시각으로 쿠팡을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공정위의 해당 법 추진 소식 등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 기업들도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카카오 내 임시조직이었던 경영쇄신위원회는 CA협의체 산하 정규 조직으로 편입됐고, 네이버는 정책·위기관리 대표직을 신설했다.

왕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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