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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도 결국 AI?… HPE의 주니퍼 인수 의미는?

이상일 기자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와 주니퍼네트웍스 로고 [ⓒ HPE]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와 주니퍼네트웍스 로고 [ⓒ HPE]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이하 HPE)가 주니퍼네트웍스(Juniper Networks 이하 주니퍼) 인수에 나섰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세계 시장은 물론 국내 네트워크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경우 시스코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용 네트워크 시장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가 이번 인수의 관전 포인트다.

특히 HPE가 시스코에 맞설 묘수로 AI를 내세운 것이 눈에 띤다. 단순히 AI와 네트워크의 만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AI기반의 통합 가시성을 내세우는 AIops 시장에 전면적으로 등장한 셈이다.

이번 거래는 HPE에게 인공지능(AI) 중심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HPE는 주니퍼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네트워킹을 HPE의 그린레이크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및 AI 플랫폼의 핵심 비즈니스 및 아키텍처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주니퍼는 데이터 센터 라우터와 이더넷 스위치를 제공하는 회사로, 주요 기업, 통신사, 금융 기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스코에서 독립한 엔지니어가 주축으로 설립된 미스트(Mist)를 인수해 ‘미스트 AI’ 및 머신 러닝 플랫폼을 이용한 관리 및 자동화 기능을 갖춘 무선 LAN 제품 라인을 선보였다.

이번 인수를 통해 HPE는 AI를 기반으로 기존 HP아루바(Hpe Aruba) 네트워킹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인수는 HPE와 시스코 간의 경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니퍼의 미스트 AI 소프트웨어와 스위치는 현재 HPE 아루바 브랜드와 직접 경쟁하고 있다. 때문에, 두 포트폴리오를 결합함으로써 HPE는 시장 점유율 선두인 시스코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니퍼의 미스트는 IT 운영을 위해 최근 기업에서 각광받고 있는 AI기반 관리시스템(AIOps)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해 기업용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HPE에 결합될 수 있다​​.

HPE의 서버 매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지능형 엣지 네트워킹 부문과 AI 및 HPC 단위의 성장은 이번 인수가 의미가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방송 백본스위치 QFX10008 ⓒ주니퍼네트웍스
방송 백본스위치 QFX10008 ⓒ주니퍼네트웍스

HPE는 이미 그린레이크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및 AI 플랫폼을 통해 네트워크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주니퍼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통합함으로써 HPE는 데이터 센터 네트워킹 포트폴리오 전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주니퍼는 데이터 센터 라우터와 이더넷 스위치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니퍼의 미스트 AI 및 머신 러닝 플랫폼을 이용한 무선 LAN 제품 라인은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무선 기술의 완성도를 HPE의 포트폴리오에 통합함으로써 HPE는 시스코의 머라키(Meraki) 등 클라우드 네트워크 관제 솔루션 및 기타 네트워킹 제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물론 시스코는 오랫동안 네트워킹 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해왔으며, 특히 기업 및 데이터 센터 네트워킹 솔루션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최근 계속되는 공급망불안이 발목을 죄어 왔었다.

국내에서도 원활한 제품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빈틈을 주니퍼가 공략해온 바 있다. 이제는 공급망 부분에서 델테크놀로지스와 더불어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HPE와 시스코의 시장 지배력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시스코의 클라우드 전환이 더디게 전환됐다는 점에서 HPE와 주니퍼의 결합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전통적인 하드웨어 강자로 분류되는 시스코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이 클라우드 전환에 적극 나선 것에 비해서는 다소 더디게 SW기반의 클라우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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