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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쟁력 시급한데…CES 외면하는 우리금융

권유승 기자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우리금융그룹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세계최대 IT 박람회 'CES 2024'에 금융권 수장들이 줄줄이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외치면서도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주요 계열사마저도 CES에 참석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우리금융은 CES 불참 사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고 나서진 않았다. 하지만 다른 경쟁 금융지주 대비 디지털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최근 몇년 간 CES에 발길을 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에 여러 금융권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우선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ES를 방문하면서 디지털 혁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신한금융지주의 주요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정상혁 은행장이 직접 나서 CES를 찾았다. 신한은행은 국내 금융사 최초로 2년 연속 CES에 단독 부스를 차리며 눈길을 끌었다.

리딩금융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KB금융지주도 지주사 산하의 KB경영연구소와 KB국민은행의 디지털 담당 실무진 위주로 CES 참관단을 구성했다.

제 2금융권인 보험사들도 CES를 찾았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의 관계자들도 CES를 방문해 디지털 동향을 파악하고 파트너를 물색했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IT·가전제품 전시회인 CES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금융권에서도 디지털 경쟁력이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하면서 산업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가운데, AI 등 IT 역량이 금융권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히 금융지주나 은행의 경우에는 다른 금융사들에 비해서도 여력이 많기 때문에 CES에 참가하는 등 선도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위한 행보를 보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남들 다 가는데…우리금융만 외면?

이런 가운데 주요 금융지주사 중 한 곳인 우리금융은 이번 CES에 관계자들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눈에 띈다.

우리금융이 CES에 방문하지 않은 것은 올해뿐만이 아니다. 우리금융은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방문이 이어졌던 지난해에도 CES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코로나19로 해외 방문이 어려웠던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최근까지 나홀로 CES를 찾지 않는 것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임종룡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디지털 경쟁력'을 강조하고 나선 바 있다.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까지 발 벗고 나서는 CES에 디지털 경쟁력을 연신 강조하고 나선 우리금융이 다소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두고 아쉬운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IT·가전제품 전시회인 CES는 IT업계 관련자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 관련자들도 관심을 갖고 찾을 만큼 디지털 관련 부분에서는 필수적인 행사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여러 금융권의 수장들이 해마다 직접 라스베이거스까지 이동해 CES를 방문하는 것 또한 이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장의 분위기를 몸소 체험하고 디지털 관련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여러 여러 실무자, 임원진들과 함께 CES를 참관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직접 실무 당사자들이 CES에 참석해 최신 기술 트렌드를 보는 것들이 도움이 된다"며 "참관 후 인사이트들이나 소개할 만한 사항들이 있으면 사내에 공유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금융은 그간 다른 경쟁사 대비 디지털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디지털 역량 강화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IT 거버넌스 개편 집중…슈퍼앱 차별점 있나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추진 중인 IT 거버넌스 개편에 집중하기 위해 이번 CES에 불참했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CES 행사 기간이었던 지난 11일 'IT 거버넌스 개편' 기자간담회를 열고 IT관련 조직 개편과 슈퍼앱 출시 등에 대해 발표했다.

IT 자회사인 우리FIS가 위탁으로 수행해오던 IT개발 운영 업무를 우리은행과 우리카드가 직접 수행하는 체제로 바꾸겠다는 내용과 함께, 비은행 계열사의 핵심서비스를 통합한 차별화된 슈퍼앱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다만 후발주자로 뛰어 든 우리금융이 야심차게 계획 중인 슈퍼앱 등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제기된다. 앞서 신한금융은 물론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선보였던 금융앱과 유의미한 차별점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신한 슈퍼쏠(SOL)을, 앞서 KB금융은 'KB스타뱅킹', 하나금융은 '하나원큐'를 선보인 바 있다. 이들의 앱이 하나의 앱으로 자회사 서비스 등을 선보인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는 점에서 우리금융이 선보일 슈퍼앱과 큰 틀에서 보면 차이점이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슈퍼앱은 각사마다 방식이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사용자마다 느끼는 부분이 상이하기 때문에 특별히 어느 앱이 더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 "앱의 구성 방식이 어떤게 맞는지 여부는 사실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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