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예고된 카카오 계열사 ‘인사태풍’…시작은 혼란의 엔터테인먼트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한 카카오가 새해부터 본격적인 인적 쇄신에 나선다. 지난해 연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한 데 이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에도 인사 칼날을 휘두르는 모습이다.
19일 카카오엔터는 권기수 COO(Chief Operating Officer)와 장윤중 GSO(Global Strategy Officer)를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권기수·장윤중 신임 공동대표 내정자는 쇄신 태스크포스(TF)장을 함께 맡아 공식 취임 전까지 사내외 여러 이해관계자, 파트너들과 소통하며 실질적인 쇄신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점검하고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상반기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놓였다. ‘카카오 2인자’로 불리는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되고,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까지 검찰 수사 대상에 줄줄이 올랐다.
카카오와 함께 SM엔터 경영권 인수전에 참전한 카카오엔터도 사법 리스크를 피하지 못했다. 김성수·이진수 현 카카오엔터 각자 대표는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성수 대표 경우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도 조사 받게 됐다.
이런 상황은 앞서 지난 2021년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먹튀 사태’ 등 경영진 도덕적 해이 문제와 계열사에 잇따른 구조조정,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 크고 작은 잡음과 만나며 점점 악화했다. 김 위원장이 결국 쇄신 지휘봉을 잡으며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 대신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본사 중심 경영으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업계 안팎에선 카카오가 그룹 분위기를 반전할 타개책으로 대대적인 경영진 물갈이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카카오는 정보기술(IT)업계에서도 김 위원장 측근들이 회사 요직을 맡는 ‘브라더(brother·형제) 경영’ 대표 주자로 꼽힌다. 쇄신에 돌입한 카카오에 ‘경영진 물갈이’가 시급한 해결 과제로 요구된 이유다.
모빌리티·게임즈·페이·브레인·VX 등 카카오 주요 계열사들의 대표 임기는 오는 3~4월을 기점으로 만료된다. 계열사 인사 교체 첫 타자로 지목된 카카오엔터 대표들 역시 김 위원장 측근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지난 2022년 김 위원장이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날 때 후임으로 세운 인물로, 김 위원장과 ‘호형호제’하는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진수 대표는 김 위원장과 NHN(현 네이버)에서 만났다. 이 대표가 카카오엔터 전신인 ‘포도트리’를 창업할 때도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미 카카오가 새로운 사령탑으로 외부 출신인 정신아 내정자를 발탁하며 브라더 경영을 끊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계열사들에 몰아치는 인사태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카카오엔터에 이어 인적 쇄신 대상으로 거론되는 계열사들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게임즈 등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 출시 이래 지속 제기된 택시 호출 시장 독과점 논란을 비롯해 분식회계 의혹, 스타트업 사업 아이디어 탈취 논란 등에 휘말렸다. 카카오게임즈 경우, 자회사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한 게임 ‘아키에이지워’가 엔씨소프트 게임을 표절한 의혹으로 소송 중이다.
한편, 카카오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산하 경영쇄신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내로 그룹 전반 CEO 교체 명단을 추려 계열사별 이사회 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 전달할 방침이다.
오는 2~3월 각 계열사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 이사회를 거쳐 CEO 인사 명단을 확정한다는 목표다. 계열사 리더들의 확정돼야 개편된 CA협의체 조직도 꾸릴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 이후로 새로운 경영진들 인사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 2일 김 위원장과 정신아 대표 내정자를 공동 의장으로 하는 새로운 CA협의체 구성을 발표했다. CA협의체엔 경영쇄신위원회를 비롯해 각 협약사의 핵심성과지표(KPI)와 투자 등을 검토하는 전략위원회 등 다수 위원회를 둘 예정인데, 이들 위원회엔 계열사 CEO들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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