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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IPO] 완전자본잠식 이에이트, 상장 가능할까?

이종현 기자
ⓒ이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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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입자 기반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SW) ‘엔플로우(NFLOW)’를 서비스하는 이에이트가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기업의 실적보다는 기술력 및 성장성을 평가하는 기술특례상장으로 진행된다. 최근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이 실제 기업가치에 비해 고평가받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에이트가 상장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이트는 2012년 창업한 기업이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구현을 위한 시뮬레이션 SW를 제공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가상공간에 현실 데이터를 동기화하고, 현실과 동일한 조건의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문제와 현상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각각의 요소 기술 및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에이트가 강조하는 핵심 경쟁력은 독자 개발한 멀티 그래픽처리장치(GPU) 로드밸런싱 기술이다. 빠른 계산속도가 경쟁력인 시뮬레이션 시장에서 자사 기술은 압도적인 계산 효율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신규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연구개발(R&D) 및 상용화까지 10여년은 소요될 것이라며 공고한 기술적 진입장벽을 구축했다고도 강조했다.

기술의 적용 분야는 다양하다. 재난‧재해 예방 및 건축‧건설을 비롯해 바이오‧헬스케어, 도로 및 하천 분야에도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 이에이트의 설명이다.

이처럼 미래에 대한 밝은 청사진을 제시하지만 이에이트의 지난 몇 년간의 실적과 향후 목표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GPT스토어의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 '이미지 제네레이터'로 만들어낸 이미지
GPT스토어의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 '이미지 제네레이터'로 만들어낸 이미지

이에이트는 2022년 연간 매출액 3억원, 영업손실 77억원을 기록한 기업이다. 작년에는 9월까지 매출액 21억원, 영업이익 –43억원으로 매출은 크게 늘고 영업손실은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매출대비 영업손실이 2배 이상 큰 상황이다.

이에이트는 2023년 매출액 35억원, 영업손실 52억원에서 2024년 매출액 164억원, 영업이익 38억원, 2025년 매출액 306억원, 영업이익 140억원을 목표치로 설정했다. 올해 목표 매출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2년새 매출은 8배 늘고 꾸준히 적자만 기록하던 사업을 흑자로 전환해야 하는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작년 11월30일 기준 이에이트의 수주잔고는 81억원이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94억원 상당의 세종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으로 추정되는데, 해당 사업은 2022년 12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3개년 사업이다. 이에이트로서는 처음 수행하는 대형 사업이다.

이에이트가 2024년, 2025년의 목표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종스마트시티 사업과 같은 대형 사업을 다수 따내야 하는데, 이처럼 대형 사업이 발주되는 것은 드문 데다 발주된다 하더라도 이를 이에이트가 수주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재무적으로도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이에이트의 누적 결손금은 342억원이다. 2012년 창업 이후 쌓인 적자만 342억원이라는 의미다. 자본총계는 2020년부터 줄곧 음수(-, 마이너스)다. 이는 완전자본잠식을 의미한다.

기술특례상장의 경우 완전자본잠식이라고 하더라도 상장이 가능하다. 2018년 코스닥 시장 상장요건이 변경되면서 ‘계속 사업 이익이 있을 것’, ‘자본잠식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도 “완전자본잠식인 기업도 상장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완전자본잠식이 결격 사유는 아니더라도 상장 흥행에 유리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에이트가 제출한 증권신고서 내용 중 일부 ⓒ금융감독원
이에이트가 제출한 증권신고서 내용 중 일부 ⓒ금융감독원

이에이트가 주가수익비율(PER) 산정을 위해 정한 유사기업의 면면도 의아하다. 케이사인, 파수는 사이버보안 기업으로 이에이트와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 영림원소프트랩과 아이퀘스트도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 기업이고 브리지텍은 인공지능(AI) 기업이다. 이에이트와 비교할 만한 기업들이 아니다.

상장 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은 이들 기업의 평균 PER인 27.3배로 이에이트의 2025년 목표 순이익치인 131억원에 대입, 연할인율 20%를 적용한 것으로 기업가치 2501억원, 주당평가액은 2만4431원으로 이에이트의 가치를 평가했다. 여기에 40~24%의 할인율을 적용해 1만4500~1만8500원으로 공모희망밴드를 설정했는데 시가총액 기준 1388억~1772억원이다.

특히 문제시 되는 것은 상장 첫날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다. 전체 주식수 946만5149주 중 첫날 유통 가능한 물량은 43.9%인 415만6024주다.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이에이트에게는 부담이다. 작년 8월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가 3분기 어닝쇼크를 숨기고 상장하자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뻥튀기 상장’에 대한 규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에이트의 수요예측일은 1월29일부터 2월2일까지다. 2월13일부터 2월14일 청얄을 개시, 2월23일 코스닥 상장이 계획돼 있다. 한편 이에이트는 상장으로 확보하는 자금 대부분을 연구개발 인력 급여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밖에 클라우드 서버 운영 및 GPU 서버 구매 등에도 자금이 투입된다.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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