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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용병’이 밀고 ‘내남결’이 끌고…네이버웹툰, 해외 독자 사로잡은 비결은

이나연 기자

-라인망가, 웹툰 ‘입학용병’ 연 거래액 10억엔 돌파…두 달 만에 1억엔 버는 신작도

-각국에서 발굴한 우수 웹툰, 다른 지역 확산…‘크로스보더 콘텐츠’ 전략 일본서 적중

-네이버웹툰 “국내 정식 연재작 절반 해외 진출, 작가 대상 글로벌 진출 지원 만족도 최상”

라인망가 배너 [ⓒ 네이버웹툰]
라인망가 배너 [ⓒ 네이버웹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네이버웹툰이 사업 초창기부터 강조한 ‘크로스보더’ 전략이 최근 ‘만화 종주국’ 일본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콘텐츠업계에서 통용되는 크로스보더 전략은 한 지역 콘텐츠를 다른 국가로 번역·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이를 활용해 기존 독자층을 확대하는 동시에 폭발적인 거래액 증가도 이끌 수 있다.

25일 네이버의 일본웹툰 서비스인 ‘라인망가’ 운영사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입학용병(글/그림: YC/락현)’은 지난해 라인망가에서 연 거래액 10억엔(한화 약 90억원)을 벌어들였다. ‘재혼황후’, ‘약탈신부’도 월 거래액 1억엔(한화 약 9억원) 이상을 올리며 대형 인기작으로 입지를 굳혔다.

또 작년 라인망가의 거래액과 조회수 등을 합한 종합 순위 10위 안에 7개가 한국에서 발굴한 크로스보더 콘텐츠인 ▲입학용병 ▲재혼황후 ▲약탈신부 ▲참교육 ▲나혼자만렙뉴비 ▲내남편과결혼해줘 ▲작전명순정 ▲싸움독학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웹툰 ‘크로스보더’ 플랫폼 전략, 일본서 통했다

입학용병은 한국에서 인기를 끈 지 1년 만에 라인망가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라인망가 연재 첫해 7000만회였던 조회수는 3년 만에 4억회로 5배 이상 성장했다. 북미와 프랑스에서 인기몰이 중인 약탈신부는 지난해 7월 라인망가에서 공개된 후 두 달 만에 월 거래액 1억엔을 넘겼다.

입학용병의 YC 작가는 “3년 전 한국에서 연재를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이렇게 빨리 글로벌 작품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라면서 “일본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라인망가 덕분에 만화 강국 일본에서 수많은 독자와 작품이 연결될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는 지난 2020년 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 산하로 편입된 후, 지난 3년간 크로스보더 콘텐츠로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겨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크로스보더 콘텐츠 허브 역할을 한다. ‘글로벌 매출·사용자 1위 플랫폼’이란 정체성을 내세운 네이버웹툰은 수많은 독자 검증을 거친 작품들에 현지 문화와 정서를 반영해 글로벌 9개 언어로 빠르게 전파 중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네이버웹툰 정식 연재작의 50% 이상이 해외 독자를 만나고 있다”라며 “크로스보더 플랫폼을 통해 일본 독자들도 네이버웹툰의 다양한 작품들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사용자들도 일본 오리지널 작품을 만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성과지표도 꾸준히 생기는 모양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조사 결과,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라인망가 거래액 중 웹툰의 비율은 62%로, 지난 2021년 연간 대비 17%포인트 증가했다.

이 기간 또 다른 웹툰 플랫폼인 ‘이북재팬’ 인수를 포함, 라인망가와 이북재팬 거래액을 합산한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 거래액은 800억엔(한화 약 7200억원)에서 1000억엔(한화 약 9000억원)으로 뛰었다. 2023년 일본 디지털 만화 사업자로는 최초로 11개월 만에 거래액이 1000억엔을 돌파한 셈이다.

네이버웹툰 로고 [ⓒ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 로고 [ⓒ 네이버웹툰]

◆북미·유럽·동남아도 정조준…압도적 글로벌 1위 굳힌다

네이버웹툰은 크로스보더 플랫폼을 통해 북미와 유럽, 동남아 시장에서도 압도적 글로벌 1위 사업자로서 입지를 굳힌다는 목표다.

올해 시장 진출 10주년을 맞이한 북미에서 네이버웹툰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와 영상 제작사인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통해 웹소설-웹툰-영상에 이르는 강력한 지식재산(IP) 밸류체인도 확보하고 있다.

유럽에선 지난 2019년 12월부터 프랑스어 서비스인 ‘웹툰(WEBTOON)’을 운영해 왔다. 모바일 앱마켓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데이터닷에이아이(data. ai)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12월 기준 매출과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에서 프랑스 웹툰 앱 가운데 압도적 1위였다.

네이버웹툰은 프랑스 최대 독립 출판사 중 하나인 미셀 라퐁(Michel Lafon)과 손잡고 웹툰 내남편과결혼해줘와 입학용병을 출간하기도 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경우, ‘라인웹툰’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구글플레이 만화 앱 기준 사용자 수 1위를 기록하며 웹툰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내남편과결혼해줘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태국 라인웹툰에서도 원작인 동명의 웹툰 거래액이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압도적 글로벌 1위 플랫폼으로서 완성도와 다양성 측면에서 가장 높은 수준 작품들을 가장 많이 서비스하는 네이버웹툰은 크로스보더 플랫폼을 통해 창작자에 더 많은 수익과 팬덤을 보장해 줄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라며 “제2, 제3의 입학용병 같은 대형 인기작이 끊임없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시장에서 단일 웹툰 플랫폼으론 만년 2인자였던 네이버가 3년 만에 앱 사용자 수에서 카카오를 추월하면서, 일본 시장 1위 사업자 타이틀을 놓고 양 사 간 웹툰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데이터닷에이아이에 따르면 네이버의 일본 웹툰 플랫폼 라인망가는 지난해 8월 카카오의 일본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MAU에서 앞질렀다. 지난 2020년 7월 픽코마에 1위를 넘겨준 뒤 37개월 만이다. 다만, 플랫폼 거래액 규모에선 아직 픽코마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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