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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이름 뗀 IT서비스 기업들, 이제 ‘클라우드·특화SW’로 돈 번다

권하영 기자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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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주요 IT서비스사들이 전통적인 시스템통합(SI) 사업 비중을 줄이고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특화 소프트웨어(SW) 사업 등으로 수익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 전산실 구축을 관리하던 SI 사업자에서 IT서비스 사업자로, 이제는 기업들의 디지털전환(DX)을 책임지는 전문기업으로 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5일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상장사인 삼성SDS·현대오토에버·포스코DX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3사의 합산 연매출은 17조8277억원으로 전년보다 15.7% 감소했다.

이는 삼성SDS의 지난해 매출이 13조2768억원으로 전년대비 23% 감소한 영향이 컸다. 삼성SDS는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11.8% 줄어든 8082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S의 실적 부진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물류 사업 매출 하락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에 팬데믹 특수로 글로벌 운임과 물동량이 크게 뛰면서 물류 사업 매출이 확 늘었다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소위 ‘물류 거품’이 원복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물류 사업 부진보다 주목되는 것은 클라우드 사업 성장세다. 삼성SDS의 지난해 IT서비스 사업 연매출은 6조1058억원으로 전년보다 2.3% 상승했는데, 특히 클라우드 사업에서 1조880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대비 61.8%라는 높은 두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

삼성SDS는 삼성클라우드플랫폼(SCP) 기반의 ‘클라우드서비스(CSP)’ 사업과 애플리케이션현대화(AM)를 중심으로 한 클라우드 ‘관리서비스(MSP)’ 사업, 그리고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사업을 동시에 하는 국내 유일의 사업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이 사업들 모두 고른 성장을 거두고 있다.

LG CNS와 SK C&C 또한, 실적을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클라우드 사업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로 전년대비 15.5% 증가한 3조6989억원을 거둔 LG CNS는 2022년 이후 클라우드 매출만 1조원을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SK C&C 역시 클라우드와 AI 등 사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2조7083억원을 달성해 이미 전년 연간 매출(2조1967억원)을 뛰어넘었다.

이런 모습들은 전통적인 SI를 주 사업영역으로 삼았던 IT서비스사들이 이미 클라우드와 AI 등을 내세워 신성장동력을 키워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SDS의 경우 지난해 클라우드 매출이 전체 매출의 14.2%를 차지했는데, 이는 본업이었던 SI 매출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IT서비스사들의 중심축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지만 현대오토에버나 포스코DX도 이제 SI보다는 각 그룹사의 산업에 맞는 특화 솔루션을 중심으로 수익을 다각화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지난해 연매출이 전년보다 11.3% 증가한 3조650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성장세를 견인한 건 다름아닌 차량SW 사업이었다. 전년대비 SI 사업 매출은 5.1% 증가한 1조97억원, IT아웃소싱 사업 매출은 9.4% 증가한 1조4157억원이었고, 차량SW 사업은 27.9%로 두자릿수 성장을 해 6396억원을 벌어들였다.

특히 차량SW 사업은 완성차 고사양화로 인한 평균판매단가(ASP) 믹스 개선으로 좋은 수익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믹스 개선이란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비중이 상향 조정됐다는 의미다. 특히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을 강조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사업전략에 따라, 현대오토에버가 입는 수혜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DX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8.9% 증가한 1조4859억원, 영업이익은 71% 개선된 1106억원을 기록했다. 이차전지를 비롯한 친환경 미래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포스코 그룹사를 대상으로 공장자동화, 스마트팩토리, 산업용 로봇 등을 전면 지원한 결과다.

그동안 SI 사업 특성상 계열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사업구조로 한때는 시스템 운용 같은 단순 업무를 하는 ‘그룹 전산실’ 취급을 받기도 했던 IT서비스 대기업들은 이제 저마다의 독자적 생존 활로를 찾고 있다. 기업들의 DX 수요 확대에 대응하며 기술력을 쌓는 동시에 비SI 사업들의 수익화를 가속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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