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커머스 4분기 눈부신 성장…올해는 쉽지 않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난해 4분기 기준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러한 호실적 바탕에는 한 뼘 더 성장한 커머스 부문 역할이 주효했다. 다만 올해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경기 불안, 고금리 등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됐으며, 국내 시장 선점을 놓고 커머스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사는 올해에도 커머스 성장에 사활을 건다. 특히 각각 포털 및 메신저가 전신인 두 기업에게 커머스는 수익을 가져다주는 핵심 영역이기 때문이다. 양사는 공통적으로 초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가다듬는다.
여기에, 네이버는 솔루션 고도화 및 도착 보장, 서비스·상품 커버리지 확대 등으로 입점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강화한다. 카카오는 ‘관계형 커머스’를 앞세운다. 올해 카카오톡 안에서 마케팅부터 커머스까지 선순환 구조를 완결하는 것이 목표다.
◆네이버·카카오 전년 4분기 호실적, 커머스가 견인=네이버의 지난해 4분기 커머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7%, 전 분기 대비 2.0% 증가한 6605억원을 기록했다. 북미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의 편입 효과와 함께, ▲손자회사인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 수수료율 인상 ▲스마트스토어 전체 거래액 성장 ▲브랜드솔루션패키지 및 도착보장 서비스 수익화 시작 등이 주효했다.
지난해 4분기 전체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0%, 전 분기 대비 3.7% 증가한 1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포시마크 인수 효과를 제외하면 전년 동기 대비 4.9% 늘어났다. 브랜드스토어와 서비스 거래액 증가가 관련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 톡비즈 매출은 전년 동기 및 전 분기 대비 14% 증가한 581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선물하기, 톡스토어 등 톡비즈 거래형(커머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0%,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한 2770억원을 기록했다. 프리미엄 선물 라인업 확장과 고도화된 고객관계관리(CRM) 마케팅 집행이 주효했다.
지난해 4분기 커머스 통합 거래액은 2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전 분기 대비 8.3% 각각 성장했다. 포시마크 인수 효과를 제외하고 보면 네이버보다 카카오의 거래액 성장이 눈에 띈다. 홍은택 대표는 “선물하기는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입점된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4분기 연말 성수기를 맞이해 다양한 홀리데이 시즌 한정판을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선물하기 내 여러 지면에서 브랜드 광고를 동시에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두 기업 모두 커머스를 기반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그렇다고 해서 올해 커머스 성적표 전망을 마냥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네이버는 포시마크 인수 효과를 빼면 전 분기 대비 매출 및 거래액 성장이 둔화됐고, 카카오는 AI 개발 속도가 네이버보다 한 발 더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AI다. 양사는 디테일한 기술력으로 이용자에게 더 정확하고 매력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톡에 본격적으로 AI 기능을 결합한다. 이용자 유입을 늘리고, 순차적으로 광고와 커머스 매출로 이어지게 하는 선순환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개인화된 프로모션과 혜택이 구매까지 이어지는 차별화된 관계형 커머스를 강화하겠다는 포부다.
네이버 역시 AI를 기반으로 고도화된 추천 및 검색을 통해 네이버쇼핑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이다. 올해는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초개인화된 콘텐츠 및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이용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가 더 잘 발견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의 데이터를 활용해 유저 관심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안해주며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이용자 경험 향상이 광고 영역에서도 확대 적용되고, 궁극적으로는 수익화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中알리·테무 파상 공세, 네이버·카카오의 생각은?=이러한 가운데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 등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시장 공세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초저가 경쟁력으로 국내 소비자를 빠르게 흡수 중이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지지 않고 핵심 버티컬을 육성하거나 하이엔드 브랜드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공통적으로 “아직 알리·테무 등의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지는 않다”는 답변을 내놨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커머스는 크게 보면 ‘가치 소비’ 및 ‘가격 소비’ 등 총 두 개로 나눌 수 있는데, 가격 소비의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알리·테무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카카오는 가격 소비보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고 있기에 아직 직접적인 영향권에는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수연 대표 역시 “네이버는 상품 정보나 가격대 관련 상품 커버리지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중국 커머스가) 네이버쇼핑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은 정량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그 영향의 규모 자체도 제한적이라고는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에 대해, 향후 전략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예컨대 알리는 네이버 플랫폼 데이터베이스(DB)를 연동하며 광고를 집행 중이다. 네이버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테무 역시 국내 시장의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는 만큼, 광고 집행 규모도 늘릴 것이라 보고 있다.
홍 대표는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광고를 게재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아직은 크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이커머스 플랫폼 시장이 알리·테무 위주로 재편된다면 마케팅 비용은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있기에,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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