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2위 경쟁] 야심 드러낸 '인텔'…삼성전자 자신 있는 이유 [소부장반차장]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고객사 확보에 성공, 수주액을 크게 끌어올리며 2위 아성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GAA 기술을 내세운 기술 우위 전략으로 따돌릴 방침이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IFS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를 열었다. 이는 인텔이 여는 첫 파운드리 관련 현장 행사다. 이 자리에서 시스템즈 파운드리 출범을 비롯해 1.4㎚(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공정 로드맵 등을 발표했다.
먼저 인텔은 올해 안에 1.8나노 공정의 양산을 시작 계획을 알렸다. 당초 내년이 목표였던 양산 시점을 1년 앞당긴 것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와 2위 삼성전자가 내년에 2나노 공정을 개발한다는 목표와 비교하면, 인텔이 초미세 공정에선 다소 앞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팻 겔싱어 인텔 CEO는 파운드리 사업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 2위 사업자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내 이목을 끌었다.
그는 파운드리 수주 잔고 150억 달러 달성이라는 구체적인 지표까지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해 1월 발표한 100억 달러보다 50억 달러나 증가한 수치다. 이는 인텔 자체 물량은 제외된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수주액을 160억 달러다. 업계에 안팎에서 삼성전자가 인텔에 2위 자리를 내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배경이다.
인텔이 초미세공정을 앞세워 파운드리 2인자 자리를 노리고 가운데 삼성전자는 그래도 자신이 있는 모습이다. 초미세공정 이외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다. 인텔의 1.8 나노 공정 양산에 대항할 만한 기술로 최첨단 GAA(Gate-All-Around)를 내세우고 있다. 인텔의 1.8 나노 공정엔 GAA 공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GAA는 반도체의 트랜지스터 게이트(전류가 드나드는 문)와 채널(전류가 흐르는 길)을 4개로 늘린 구조로 기존 3개인 핀펫(FinFET)보다 진화한 기술이다. 반도체의 데이터 처리 속도 및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2022년 3나노 공정에서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양산에 성공했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1.8 나노 공정은 더 빠른 엔진을 가진 자동차이며, GAA가 적용된 3나노 공정은 엔진은 조금 더 느리지만, 더 정밀한 조향 시스템과 더 효율적인 연료 시스템을 가진 자동차라 할 수 있다. 즉, 팹리스 기업들은 성능과 전력 효율을 요구하는 제품을 개발할 때 GAA 적용된 3나노 공정을 더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GAA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 인텔을 따돌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글로벌 반도체 설계 자산(IP, Intellectual Property) 회사 Arm의 차세대 SoC 설계 자산을 자사의 최첨단 GAA 공정에 최적화, 양사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사는 2나노 GAA와 미래 생성형 AI 모바일 컴퓨팅 시장을 겨냥한 획기적인 AI 칩렛 솔루션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인텔이 그간 자사 파운드리 생산에만 집중해 왔다는 점도 삼성전자에 있어선 유리한 요소다. 인텔은 자사 반도체 이외의 외부 반도체를 실제로 생산해 본 경험은 아직 없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TSMC 등 경쟁사에 비해 IP가 적고 미국 내 디자인하우스(백엔드 설계, 팹리스 유치 담당) 협력사도 상대적으로 적은 실정이다. 아직 팹리스 기업들로부터 공정⋅수율 신뢰 등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은 자기 공정에 유리한 설계, 생산을 해오다 보니 커스텀 칩(ASIC)에 대한 공정 숙련도를 끌어올리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저전력 중심 설계/생산을 하지 않았던 탓에 모바일 AP, 전장 분야에 있어선 더욱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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