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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이어 메타까지…삼성 문 두드리는 빅테크, 왜?

옥송이 기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지난 27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지난 27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최근 빅테크 기업 수장들이 연이어 삼성전자를 찾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AI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와 협력해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을 찾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플랫폼 CEO가 지난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났다.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난 두 사람은 AI 반도체를 비롯해 XR 사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하버드대 동문인 두 사람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이로, 이번 만찬은 삼성 측의 별도 배석자 없이 이 회장과 저커버그 부부만 참석했다. 실무진이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이번 만남 이후 양사의 긴밀한 협력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2013년 저커버그 CEO의 첫 방한 당시에도 양사 수장이 면담을 나눈 뒤 합작 VR 헤드셋을 출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메타 측이 이번 회동을 추진한 배경은 AI 반도체 협력에 있다. 최근 저커버그 CEO는 인간 지능 이상의 일반인공지능(AGI) 개발을 선언하며 "2024년 말까지 자체 AI 구축을 위해 약 35만개의 AI 전용칩이 필요하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사실상 AI 기술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현재 LLM '라마 3' 성능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HBM3E 12H D램. [ⓒ삼성전자]
HBM3E 12H D램. [ⓒ삼성전자]

문제는 AI칩 시장 점유율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독점 체제가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AI칩 시장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마다 자체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다. AI 기술 경쟁에 뛰어든 메타 역시 자체 개발 칩 생산을 위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협력에 나서게 됐다.

삼성전자는 메타의 AI칩 수요와 딱 맞아떨어진다. AGI 전용 반도체 생산을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 반도체 개발 조직인 'AGI컴퓨팅랩'을 신설했고, 무엇보다 세계적인 파운드리 기업이라는 점이 메타의 삼성전자 행을 이끈 요인으로 분석된다. 파운드리 점유율 2위인 만큼 회동을 통해 메타의 LLM 라마3에 필요한 AI칩 생산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 능력뿐 아니라 삼성전자는 패키징(후공정) 및 AI 반도체의 필수 부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역량을 모두 보유했다. 샘올트먼 오픈AI CEO가 지난달 삼성전자를 방문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HBM 시장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업계 최초로 36GB 용량의 HBM3E(5세대 HBM) 12단 적층 D램 개발에 성공해 주목 받았다.

한편,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저커버그 CEO를 접견한 윤석열 대통령은 "메타가 상상하고 설계한 것을 한국 산업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AI 시스템에 필수적인 메모리에서 세계 1, 2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해달라"고 말해 국내 기업과의 협업을 독려했다.

옥송이 기자
ocks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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