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정보통신, ‘내부거래’ 의존 여전…‘롯데’ 이름 뺀 성장성 의문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롯데정보통신이 지난해 내부거래 의존도를 낮추는 데 실패했다. 높은 내부거래비중은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의 고질적 약점이지만, 특히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 공을 들여왔던 터라 아쉬움이 크다. 결국 계열사 도움 없이는 자력을 키우기 쉽지 않다는 방증이란 해석이다.
20일 롯데정보통신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회사의 지난해 기준 내부거래비중은 66.3%로 전년(65.8%)보다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은 1조1967억원으로, 이 가운데 계열사 등 관계기업을 통해 거둔 매출이 7940억원에 이르렀다.
지난 5년간 롯데정보통신의 내부거래비중은 2019년 82.0%, 2020년 66.0%, 2021년 69.3%, 2022년 65.8%, 2023년 66.3% 순으로 이어졌다. 2019년에서 2020년 큰폭 감소는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이 매각되면서 특수관계자에서 제외된 영향일 뿐, 그 외에는 계속 60% 중후반대에 머물면서 큰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롯데정보통신의 주력사업은 고객의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SI 사업과 그 시스템을 운영·관리하는 SM 사업으로, 지난해 합산 매출 비중이 전체의 93%에 이른다. 사업 특성상 대외사업보다는 그룹사를 위한 대내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특히 롯데쇼핑·호텔롯데·롯데웰푸드로부터 전체 매출의 24%가 나온다.
지난 2022년부터 신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 사업은 지난해 7% 수준의 매출 비중으로 아직 존재감이 미미하다. 또 다른 신사업으로 자회사 칼리버스를 통해 추진 중인 메타버스 사업은 지난해 매출이 반토막 가까이 됐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도 2배 이상 늘어나 수익을 기대할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니다.
SI 기업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그룹사들의 사업 전환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독립적인 사업 전략을 짜기가 어렵고 외연 확장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성장산업과 기술에 발빠르게 대응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주주친화 측면에서도 결코 좋은 점은 아니다.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상당 부분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SI 사업이 여전히 그룹 계열사 위주로 돌아가면서 내부거래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외 신사업들은 시장이 기대하는 성과를 내기에 한참 모자란 상황이다. 결국 ‘롯데’라는 이름을 빼고서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시점이다.
특히,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뉴(New) 롯데’ 일환으로 그 어느 때보다 AI와 디지털전환을 강조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롯데정보통신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그룹의 단순 전산담당 계열사에서 미래먹거리를 주도하는 IT 계열사로 정체성을 굳히기 위해서라도 내부거래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중요한 선결과제다.
한편, 롯데정보통신은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롯데이노베이트’로 변경하는 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관상 회사의 사업 목적에 ‘자율주행자동차를 활용한 유상운송 사업’도 새로 추가한다. SI 기업 한계를 넘어 사업을 확장하고 신성장동력 발굴을 서두르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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