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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생태계의 ‘숲’ 선언한 아프리카TV, 이유 있는 변신 [IT클로즈업]

이나연 기자
2009년 아프리카TV 프로 배구 전경기 생중계 [ⓒ 아프리카TV]
2009년 아프리카TV 프로 배구 전경기 생중계 [ⓒ 아프리카TV]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토종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강자인 아프리카TV가 2024년을 변화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해외 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것을 계기로 국내 서비스명과 사명까지 바꾼다. 서비스 명칭으로선 약 18년 만에, 사명은 약 11년 만의 변화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TV 플랫폼과 비제이(BJ·인터넷 방송 진행자)를 둘러싼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외형 확장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2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프리카TV는 올해 2분기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숲(SOOP)’ 베타 버전을 출시하고, 3분기 내 아프리카TV 플랫폼의 국내 서비스명도 SOOP으로 변경한다.

오는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선 사명을 변경하기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하는데 향후 바뀌는 사명은 ‘주식회사 숲’이 유력하다. 정찬용 아프리카TV 대표는 지난달 15일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회사 이름이 확정은 아니지만, 주식회사 숲이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제일 높다”라고 전한 바 있다.

◆대대적 변화 예고한 아프리카TV, 20년 발자취 돌아보니

아프리카TV의 시작은 1990년대 PC통신 나우누리를 서비스했던 전신인 ‘나우콤’의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W(더블유)’ 베타 서비스였다. 지난 2005년 출시 당시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 없이도 누구나 쉽게 개인 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점이 주목받았다.

이어 2011년 서수길 창업자 겸 최고BJ책임자(CBO)가 나우콤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라이브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 2013년 사명도 현재의 아프리카TV로 변경하며 통합 브랜드를 구축했다.

기성 미디어와 달리 쌍방향 소통이 가능했던 아프리카TV에선 ‘게임 방송’, ‘스포츠 편파중계’, ‘공부 방송’ 등 새로운 형태의 방송 콘텐츠가 등장했다. 특히 실시간으로 음식을 먹으며 소통하는 ‘먹방(먹는 방송)’은 아프리카TV에서 처음 시작돼 인기를 끌었다.

아프리카TV 서비스 핵심은 BJ가 지속 가능한 방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경제 생태계를 구축한 데 있다. 지난 2007년 아프리카TV는 세계 최초로 1인 미디어 방송 후원 시스템 ‘별풍선’을 도입했다. 기존 광고 방식을 넘어, 이용자가 방송 중 응원하는 BJ에게 후원해 수익을 꾀할 수 있는 이른바 ‘기부 경제’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기부 경제 생태계는 국내 플랫폼뿐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도 벤치마킹하는 등 라이브 스트리밍 산업을 구축하는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아프리카TV는 더 나아가 ‘구독’ 이모티콘과 퍼스나콘 혜택, ‘애드벌룬’을 활용한 ‘라이브 커머스’ 등 다양한 서비스로 관련 생태계를 확장해 왔다.

◆아프리카TV, 이름표와 ‘헤어질 결심’ 이유는

20여 년 역사를 가진 1인 미디어 시장의 선두 주자답게 아프리카TV와 BJ는 그 명칭 자체로 라이브스트리밍 업계에서 큰 상징성을 가졌다. 그런데도 올해 아프리카TV가 대대적인 리브랜딩에 나선 것은 인터넷 방송에 오랜 시간 축적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글로벌 1위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망 사용료 부담’을 이유로 지난달 부로 한국 사업에서 철수하며 경쟁사였던 아프리카TV가 반사이익을 보게 된 것도 회사의 이같은 방침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단순히 서비스명, 사명 변화에 그치지 않고 회사 정체성과 같은 BJ 명칭을 스트리머로 바꾸기로 한 건 서비스 이래 꾸준히 문제시된 일부 BJ들의 욕설, 음주 방송, 과도한 노출 등 일탈 행위와 그 논란에 따른 부정적 인식을 씻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정찬용 아프리카TV 대표는 작년 12월 ‘2023 BJ 대상 시상식’에서 “꾸준히 언급했듯 아프리카TV에서 TV를 빼고 싶었다”라며 “TV 영역에 갇히지 않고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뻗어가도록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BJ의 주된 수익 창출 방식인 별풍선도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실질적인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별풍선 1개의 가격은 110원인데, 인기 BJ 경우 별풍선 수입이 한 달에 수십억 원에 달하기도 한다.

이날 정찬용 대표는 “BJ라는 용어가 갖는 여러 의미 가운데 우려 섞인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온다”라며 “별풍선에 대해서도 많은 견해가 오가고 있다. 내년(2024년) 상반기까지 시간이 있다 보니 차분히 BJ들과 소통해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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