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둔화, 적자 늘어난 솔트룩스… AI 전도사 이경일 대표 해결책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인공지능(AI) 기업 중 국내 첫 코스닥 상장사인 솔트룩스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3년 연속 큰 폭의 적자로 결손금은 245억원까지 누적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매출 성장도 둔화된 가운데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솔트룩스는 2023년 매출액 308억원, 영업이익 –92억원, 당기순이익 –10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7%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적자는 4.7배 이상 증가했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적자에 솔트룩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매출 성장이 둔화되더라도 이익을 내거나, 적자를 기록한다면 매출이라도 큰 폭으로 늘려야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상태다.
회사 측은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자회사 플루닛의 미국 진출 및 생성형 AI 어플라이언스 출시를 위한 장비 구매를 꼽았지만 부진 장기화를 설명하진 못한다.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연구개발(R&D) 비용일 것으로 보인다.
솔트룩스는 작년 연구개발에 143억원을 투입했다. 전년대비 12.3% 늘었다. 매출에서 연구개발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42.1%에서 4.4%포인트(p) 상승한 46.5%다. 전체 연구개발비용 증가보다도 더 큰 영향을 끼쳤다. 2022년 31억원이었던 정부보조금이 2023년에는 19억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줄어든 정부보조금까지 고려하면 연구개발비용은 28.9% 늘은 셈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라이선스 매출의 감소다. 솔트룩스는 AI, 빅데이터, 그래프 데이터베이스(DB), 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소프트웨어(SW) 제품을 판매하고 이를 구축 및 관리하는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다. 인력의 투입이 필요한 용역보다는 라이선스 매출 증대가 회사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작년 솔트룩스의 라이선스 매출은 25억원으로 전년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더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투자수익을 제외한 전체 매출은 2023년 294억원으로, 전년대비 0.3% 줄었다. 순수 사업 측면에서는 오히려 역성장한 상황이다.
시장 업황이 어려웠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2년 11월 ‘챗GPT’가 등장한 이후 AI에 대한 관심은 크게 치솟았다. 어려운 경기 상황에 허리띠를 졸라맨 기업들도 AI에는 지갑을 열었다. 문제는 경쟁 기업이 대거 늘어나면서 파이 조각이 나뉘게 됐다는 점이다.
AI 시장은 현재 여러 기업이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솔트룩스는 지난 15일 자체 LLM인 ‘루시아’로 글로벌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성능을 측정하는 허깅페이스 오픈 리더보드에 참여, 평균점수 77.4점을 기록했다. 당시 전 세계 4위 기록이었는데 27일 기준 9위로 밀려난 상태다.
전 세계 9위라는 기록도 괄목할 만하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솔트룩스보다 윗순위에 국내 기업이 두 곳이나 있기 때문이다. 81.2점으로 1위를 기록 중인 투디지트와 78.5점으로 7위인 모레가 그 주인공이다. 해당 순위 역시도 수시로 바뀌고 있는 만큼 리더보드 성과 하나만을 내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솔트룩스는 그 돌파구로 서버에 LLM을 내장해서 공급하는 ‘생성 AI 어플라이언스’를 낙점했다. 온프레미스 형태로 제공되는 만큼 내부 정보 유출과 같은 보안 우려가 덜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해당 어플라이언스에는 솔트룩스의 LLM인 루시아가 탑재되고 기업 요구에 따라 다른 오픈소스 LLM도 이용 가능하리라는 것이 솔트룩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도가 통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AI 기업이 자체적으로 LLM을 탑재한 서버를 공급한다는 것은 특이한 시도지만 온프레미스 AI는 이미 일상적으로 이용돼 온 방식이다. 솔트룩스 역시 서버 기업들에게 제품을 납품받아 곧바로 AI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작업해 제공하는 것인데, 최종 구매자 입장에서는 유통 구조가 단순해질 뿐 결과물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 있다. 솔트룩스의 주요 수요처인 공공에 특화된 사업 아이템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거대 기업들이 AI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기술력과 신선함을 앞세운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매번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을 가져다 오는 오픈AI 등 해외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AI 산업이 유망하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솔트룩스가 그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 이유다.
기대를 걸 만한 요소는 NHN과의 협력이다. NHN은 작년 11월 솔트룩스에 156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지분 5.69%를 보유하며 이경일 대표 및 현대비앤지스틸 정문선 부사장에 이은 3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AI 및 빅데이터 기업인 다이퀘스트(구 NHN다이퀘스트)를 솔트룩스가 인수하기도 했는데, 두 기업의 AI 동맹이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흑자전환이다. 공공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만큼 2~3배와 같은 극적인 매출 상승은 어렵다. 공공 의존도를 줄여가며 손익분기점(BEP)을 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의식한 듯 솔트룩스는 지난 2월 “올해 투자 회수를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말에 그치지 않고 숫자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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