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대형마트’ 솟아날 구멍 정녕 없나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이마트의 첫 희망퇴직 여파로 대형마트 업계에 유례없는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의 희망퇴직 접수 소식에 대형마트는 물론 유통업계 전반에 확대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오프라인 유통 전반이 위축된 모습이다.
출점제한 및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를 10년 이상 받아온 대형마트의 설자리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과 대비되면서 더욱 좁아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온라인 유통 시장에선 조단위 투자 발표 소식이 연일 이어지며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쿠팡·알리 2파전이 구축된 가운데 대형마트는 온라인 쇼핑 한계가 있는 그로서리(식료품) 강화를 지속하며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포부다.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는 이번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를 15년 이상 근속한 밴드1(수석부장)~밴드3(과장) 직원으로 한정했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법적 퇴직금 외에도 월 급여 24개월 치(기본급 40개월)의 특별퇴직금과 생활지원금 2500만원, 전직지원금 1000만~300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감원 목표는 없다. 다만 20년 근속자 기준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최대 6억원으로 추정 가능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희망퇴직 직원에게 상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앞서 롯데마트는 2021년 2월, 창사 후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근속 10년 차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총 2차례 더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희망퇴직 확정자에게는 최대 27개월 치 급여와 직급별 재취업 지원금 2000만~50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신규 점포도 줄고 있다. 롯데마트 경우 지난 2019년 점포가 125개였지만, 지난해 111개로 줄었다. 또한 지난해에만 이마트 8곳, 홈플러스 9곳 등이 문을 닫았다. GS리테일도 지난해 11월 온라인몰인 GS프레시몰을 철수하면서 1977년생 이상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오늘(27일) 2027년 쿠팡이 와우회원을 한정으로 ‘전국민 100% 무료배송’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외쳤다. 이를 위해 3년 간 3조원을 투입한다. 도서산간 지역 주민들마저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갈 일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쿠팡의 이번 3조원 투자는 물류 인프라 확충에 집중 소요될 예정이다. 쿠팡으로서는 시의적절하게 대형마트 및 알리익스프레스·테무와 같은 해외 강적들을 한방에 견제할 수 있는 무기가 됐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이하 알리)도 3년 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 규모와 별개로 양사의 투자 자체가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대형마트에 드리운 위기감과 맞물리면서 희비가 더욱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오프라인 유통은 온라인 쇼핑이 제공할 수 없는 공간 경쟁력 및 신뢰도 높은 그로서리 강화를 공통 화두로 제시하며 고군분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마트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본업 경쟁력 강화에 이미 나선 모습이다. 대형마트가 말하는 본업이란, 간단히 말하면 그로서리다. 이마트는 최근 과일·축산·수산 등 신선식품부터 매장 조리식품(델리)에 이르기까지 그로서리 가격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꼭 필요한 상품을 상시 최저가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가격파격 선언’으로 가격 리더십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 중 신선식품 및 델리가 고객들이 이마트를 찾는 중요한 이유인 만큼 산지 관리부터 상품 판매 후 고객 반응 수집까지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롯데마트·슈퍼 사업부 역시 상품 경쟁력 강화 전략을 지속하는 한편, 롯데만의 차별화 매장인 그랑 그로서리 중심 리뉴얼을 가속화하는 데 속도를 낸다.
홈플러스도 델리 등을 중심으로 신선식품에 몰두하고 있다. 메가푸드마켓도 이러한 일환에서 탄생한 특화 매장이다. 지난 2022년 2월 첫 선을 보인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은 올해로 3년차를 맞았다. 지난 2년 간 총 24개점이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됐으며, 리뉴얼 점포의 매출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리뉴얼 오픈 1년차 점포의 경우 매출이 최대 27%까지 올랐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업계에 놓인 숙제는 산적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더욱 믿을 수 있는 신선식품 및 델리 등을 중심으로 본업 경쟁력을 보이는 데 각 사 모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총선 이후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공휴일 원칙 원천 폐지 등 규제 완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진다면 다시 한 번 대형마트의 실적 회복을 노릴 수 있는 타이밍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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