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SW] “국내는 좁다” 해외로 가는 클라우드 기업들, 성과는 ‘글쎄’
인공지능(AI)이 본격 산업화되면서 ICT 중심 수출실적 개선이 전망된다. 이에 정부와 산업계는 올해 국내 소프트웨어(SW) 해외 진출을 중점과제로 삼았다. 글로벌 SW 시장에서 국내 비중이 1~2%에 불과하단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에 해외 진출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됐다. 디지털데일리는 SW기업 해외 진출 현황과 한계를 짚어보고, 올해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위한 사안을 검토·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이 외연 확장을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클라우드 시장 장악력이 워낙 크다는 점에서 녹록지 않은 일이다. 토종 기업들의 자체 경쟁력 제고 및 정부의 정책적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글로벌 빅테크에 치이는 토종 CSP들, 해외 진출 쉽지 않네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구글클라우드플랫폼(GCP)가 3.5대2.5대1 정도로 약 70%를 나눠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도 비슷한 점유율 수준을 보인다. 이 때문에 토종 클라우드서비스기업(CSP)들은 외산 장벽이 높은 국내 공공·금융 시장 중심으로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국내 CSP들도 더 이상 ‘집토끼’ 사수만으로 사업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산 업체들의 최대 장벽이던 클라우드서비스보안인증(CSAP)이 최근 등급제 시행으로 보안 수준을 일부 완화하면서, 이들의 공공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정된 시장 안에서 커온 토종 CSP들의 경쟁력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국내 CSP들도 꾸준히 해외 사업을 확대해오고 있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일본과 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를 고도화하면서 글로벌 사업을 확대했고, 유럽에서는 소버린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NHN클라우드는 2019년부터 북미와 일본에서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있으며, 동남아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유럽 진출을 위해 유럽 CSP ‘지코어’와 파트너십도 맺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에 따르면 해외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수출하는 기업 비중은 지난해 기준 5.5%로, 전년(2.7%)보다 늘긴 했어도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클라우드 부문 총 수출액은 667억원, 클라우드 부문 해외법인 총 매출액은 불과 2억원에 그친다.
국내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연계하기도 쉽지 않다. 글로벌향 서비스를 하는 국내 SaaS 기업들 대부분이 AWS를 우선 순위에 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는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주재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 간담회에서 “국산 클라우드는 외산에 비해 기술·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쓸 수 없다”고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시 같은 현장에서 김동훈 NHN클라우드 대표는 “국내 CSP들이 해외 리전(이 부족한 문제) 같은 경우는 대략적인 수요가 먼저 확보되면 리전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SaaS 기업들이 국산 CSP를 많이 이용하다 보면 같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지적했지만, 큰 공감을 사진 못했다.
일각에선 폭발하는 생성형 AI 수요가 국내 CSP들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긴 하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생성형 AI는 대량 데이터로 학습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 상황에 편향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관점에서 북미 시장은 어려울 수 있어도 소버린 AI를 원하는 사우디·동남아 같은 시장에서는 (국내 클라우드에) 기회가 있다”고 분석했다.
◆ MSP들도 해외법인 중심 시장 공략 가속…수익 개선이 과제
클라우드 시장 성장세와 더불어 CSP들의 클라우드를 구축·유지보수하는 관리서비스기업(MSP)들도 해외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아직은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기 전이다. CSP 수수료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상 누적된 적자가 우선적인 해결 과제라 그동안 적극적으로 해외 사업 확장에 나서지 못한 측면도 있다.
글로벌 CSP 중심으로 매니지드 사업을 키워온 메가존클라우드와 베스핀글로벌 정도가 그래도 해외 사업에 공을 들이는 편이다. 메가존클라우드는 2022년 11월 호주 법인을 시작으로 미국·일본·캐나다·베트남·홍콩·중국·싱가포르 등에서 현지법인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이들 법인에서 전년보다 44% 성장한 650억원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베스핀글로벌도 미국, 중동 및 북아프리카, 중국, 동남아에 각각 법인을 두고, 일본에는 일본 서버웍스와의 합작법인을 두고 있다. 해외 법인 일부에서는 이미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MSP 사업뿐만 아니라, 지난해 독립법인으로 분리된 멀티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 전문 기업 옵스나우도 시작부터 글로벌을 공략하고 있다.
다만, MSP들의 경우 CSP 수수료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상 해외법인들 역시 완전한 흑자 전환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 국내 클라우드-SaaS 기업 동반성장 지원 등 정부 큰그림 필요
각 기업들이 저마다 해외 진출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들 대비 시장 규모와 자본력을 따라갈 수 없는 현실상 국내 클라우드 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정부의 ‘큰그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SaaS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 SaaS 육성 프로젝트(GSIP)’ 등 여러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이를 국산 클라우드와 연계하는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SaaS 기업 동반 성장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긴 하지만, 상기했듯 SaaS 기업들이 외산 클라우드를 선호하다 보니 무작정 국산 클라우드를 사용하라고 밀어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과기정통부가 올해 연말까지 마련키로 한 ‘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에 해외 진출 건이 담길지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CSP의 경우 하이퍼스케일러들 위주인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중국 클라우드들이 주로 있는 동남아나 가까운 일본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추세”라며 “꼭 AWS만 고집할 필요 없는 틈새 시장 공략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면서, 해외 리전 확대 등 선제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커버리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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