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뢰 잃은 게임사, 지금이 ‘골든타임’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게임사 대상 전방위 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게임 아이템 확률을 고의적으로 조작했다는 지적부터 게임 생태계를 의도적으로 교란하는 ‘슈퍼 계정’ 존재를 밝혀달라는 요청까지, 게임 이용자 민원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을 전후로 그라비티와 웹젠, 위메이드 등 일부 게임사는 공지사항을 통해 아이템 확률 정보를 정정했다. 일부 게임에선 확률이 크게는 기존과 8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빚었다.
이에 이용자들은 게임사가 고의로 확률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공정위는 최근 이들 게임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리니지’ 계정을 이용해 유저 간 경쟁에 몰래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엔씨는 이전부터 회사 관리자가 고유 권한을 이용해 강력한 아이템을 가진 캐릭터를 생성, 이용자 경쟁 콘텐츠에 몰래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른바 ‘슈퍼 계정’으로 경쟁심을 부추겨 이용자를 유인했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공정위는 해당 의혹과 더불어 타 게임사와 같이 확률형 아이템 조작 문제가 발생했는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는 “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엄정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포털 게임 관련 기사에는 냉소적인 댓글이 가득하다. 업계를 응원하거나, 진흥책이 부족한 정부를 비판하기보다는 ‘도박판’, ‘사기’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로 업계 자정과 변화를 요구하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고의는 없었다는 게임사 호소에도 이용자들이 공정위에 손을 내민 것은 게임사와 이용자간 신뢰가 바닥이 났다는 방증이다.
부정 인식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법 시행을 전후해 확률 표기 정정이 잇따르면서 게임사가 그간 확률 정보 관리에 소홀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업계는 그간 자율규제를 자신하며 게임산업법 시행에 난색을 표해왔는데 도리어 규제 필요성만 스스로 부각시킨 꼴이 됐다.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목소리도 힘을 잃을 위기다.
만에 하나 공정위 조사 결과 아이템 확률 오표기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밝혀진다면, 이는 개별 게임사를 떠나 게임업계 전반에 치명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임업계는 올해 대내외적 과제와 맞서있다. 이용자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전반의 실적 악화로 마주한 경영난을 돌파할 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답은 의외로 명확하다. 게임 본질인 재미에 집중한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 신작을 선보여야 한다. 업계 성장을 견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착화를 야기한 확률형 아이템과의 적절한 거리두기도 필요하다. 갖은 시행착오가 예상되지만, 몇 년이 걸리든 꼭 해내야 하는 일이다. 단기간의 이익에 눈이 멀어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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