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배터리 업계에 드리운 '특허 전쟁'...R&D 경쟁 새 국면 [소부장박대리]

배태용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 배터리 생산기지인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 배터리 생산기지인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배터리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특허 무임승차'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며, '배터리 특허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경고가 아닌, 글로벌 소송 역량 강화와 지적재산권 관리의 확대를 예고하는 것으로, 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국면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26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배터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왔다. 기후 문제가 대두되며 내연 기관차 대안으로 전기차가 떠오르면서다. SNE리서치 조사 기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15년 28GWh(기가와트시)에서 2023년 706GWh로 25배가량 성장했으며, 2035년에는 5256GWh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배터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다른 부품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태동했던 만큼, 특허 경쟁에 있어서는 다른 산업에 비해 덜 치열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초기 시장 형성 단계에 있는 산업이다 보니 경쟁보다는 기술 개발, 혁신 시장 선점 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풍 성장기를 지나 이제는 다소 성장이 둔화하면서 분위기가 사뭇 바뀌었다. 기술 경쟁 방어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특허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특허청도 올해부터 배터리 분야 특허 출원 건에 대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같이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 기술 보호 지원을 확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선전포고를 선언한 곳은 맏형 'LG에너지솔루션'이다. 회사는 최근 지적재산권(IP)에 대한 후발 기업의 무분별한 침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 '특허 무임승차'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선포했다.

IT 기기용 소형 배터리부터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이미 상업화돼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경쟁사의 제품에서 자사의 고유 기술을 침해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는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 특허 현황 및 전략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특허 현황 및 전략 [ⓒLG에너지솔루션]

고유의 기술을 보호하고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 합리적인 라이선스 구축을 주도해 나가기 위해 특허 풀이나 특허권 매각 등 다양한 방식의 수익화 모델을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무분별한 기술 침해가 지속될 때 특허침해 금지 소송 등 강경한 대응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특허권에 대한 추후 합리적인 로열티를 수취해 기술 개발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후발 기업은 정당한 특허권 사용을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주목되는 점은 이번 '특허 전쟁'은 단순 법적 대응에 그치지 않고, 특허 라이선스 시장의 구축 및 로열티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배터리 기업들의 R&D(연구개발) 투자도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로열티 기반의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선 특허를 많이 갖고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각각 3만 653개, 2만 991개 수준이다. 특허정보데이터베이스(WIPS)를 통해 특허 현황을 공개하고 있는 SK온은 올해 1분기 기준 4323개 수준이다. 배터리 기업별로 막대한 특허 보유 개수 차이를 보이는 것은 역시 막대한 R&D 비용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3사의 집행 R&D 비용은 각각 1조374억원, 1조1364억원, 3007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도 어느 정도 성장기를 지나 과도기에 돌입하다 보니, 특허권 등에 더욱 민감하지는 시기가 왔다"라며 "특허청에서도 적기에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권리 보장을 지원하는 형태가 그려지다 보니 배터리 기업 간의 특허 경쟁도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특허를 이용한 부가가치도 사업다각화 대안으로 지목되다 보니, 앞으로 배터리 기업들의 R&D 투자 역시 늘어날 수 있는 대목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