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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AI와 19세기 사회학의 흥미로운 궁합 [스토리팩-제네시스랩⑦]

이건한 기자

사람의 뇌는 단순한 정보보다 '이야기'를 더 좋아하고 오래 기억한다고 합니다. 디지털데일리 테크콘텐츠랩의 '스토리팩'은 혁신기업의 기술·인재·조직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 읽는 듯한 재미와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기업별 연재 기획물입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처음에는 사회학이 멋져 보여서 전공했거든요. 세상 보는 눈을 키워준다고 하잖아요. 실상은 사람을 좀 불편하게 하던데(웃음)… 말 그대로 사회의 불편한 진실들도 알게 하니까요. 하지만 세상의 작동원리나 방법론 등을 배우는 일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청년은 술자리에서도 사회현상의 원리를 토론할 만큼 사회학에 진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학자가 아닌 AI 연구원의 길을 걷고 있죠. 분기점은 컴퓨터공학 복수전공이었는데요. 그 바탕도 딥러닝 열풍을 사회학적으로 해석해보고 싶었던 열망이 바탕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후 운 좋게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글로벌 AI 경진대회 캐글에서 입상하며 '우발적 문이과 융합인재'가 되어버렸죠.

또한 그런 그에겐 AI로 경력을 쌓을만한 경험들이 계속 주어졌고요. 아마 필연이 아니었을까 싶죠. 결국 사회학 꿈나무였던 청년은 오늘날 AI의 긍정적인 가능성과 불편한 진실을 함께 고민하는 연구자로 성장했습니다. 제네시스랩 AI 모델 개발 및 데이터 사이언스팀 리더인 유지형 연구원 이야기입니다.

유지형 제네시스랩 AI연구팀·데이터사이언스팀 리더 (ⓒ 제네시스랩)
유지형 제네시스랩 AI연구팀·데이터사이언스팀 리더 (ⓒ 제네시스랩)

AI 담론에 소환된 막스 베버...왜?

지형: (…중략) AI를 연구할 때는 가치합리성과 목적합리성의 조화를 빼놓을 수 없어요. 특히 AI에게 가치는 인간만이 가르쳐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간과하면 안 될 영역이거든요.

유 연구원과 첫만남에서 나눈 대화의 주제도 대부분 '인간과 AI의 건강한 공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19세기 독일의 유명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가 100여년 전 정립한 '합리성 이론'을 현재 AI 연구에 접목한 시각이 인상적이었죠.

지형: 쉽게 말해 가치합리성은 특정 선택에서 인간의 가치관을 기반으로 올바르게 사고하는 영역, 목적합리성은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찾아 행하는 영역이에요. 베버는 이 중 목적합리성에 갇힌 현대인의 경향은 갈수록 더 심화될 거라 예언했죠. 오늘날 AI도 구조적으론 목적합리성이 더 강해요. 주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명령을 처리하는 일은 잘하죠.

반면 사회적 가치를 판단하는 측면은 반드시 인간이 조율해줄 필요가 커요. 일례로 챗GPT가 '나쁜말'을 하지 않는 건 개발 과정에서 사람이 좋아할 표현만 선택하도록 철저히 학습된 결과물이거든요. 이건 AI가 인간사회의 가치와 그 의미를 깨달은 게 아니라, 그럴듯하게 흉내 내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면 그럴듯해도 어떠냐, 세상의 모든 올바른 가치를 AI에게 학습시키면 완전한 AI가 탄생하느냐? 그건 아니에요. 세상의 가치는 사회가 바뀔수록 계속 함께 변화하니까요. 따라서 그 점은 사람이 계속 감시하면서 AI를 튜닝(조절)해줘야 할 영역이에요.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그 과정은 무한하게 이어질 거라 예상돼요.

핵심은 우리가 그 역할을 놓지 않고 AI와 구분된 인간의 고유한 영역을 확보하는 일이에요. 이는 오늘날 LLM(거대언어모델)의 발전과 맞물려 매우 빠르게 발전 중인 AI에 사람이 주도권을 내어주지 않기 위한 측면에서도 중요하죠. 한편으론 더 양질의 AI 활용 가치를 찾아내기 위한 사회적 질문을 만드는 바탕이기도 하고요.

ⓒ 제네시스랩
ⓒ 제네시스랩

인격적 AI를 추구하는 회사

유 연구원의 이야기를 축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목적합리적인 AI는 인간이 올바른 가치관으로 오직 사람을 위한 AI로 육성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라는 겁니다. 더불어 보다 인격적인 AI를 만들고 표본을 제시하기 위한 국가와 기업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유 연구원이 일하는 제네시스랩이 좋은 사례죠. 지금은 AI 화상면접 솔루션 '뷰인터 HR'로 유명한 스타트업이지만 궁극적으론 전인격적인 AI 에이전트 구현에 방점을 두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400만개 이상의 면접영상 데이터 학습을 바탕으로 어떤 회사보다 언어적·비언어적 표현과 감정을 섬세하게 구분 가능한 기술 노하우를 갖추고 있죠. AI의 판단이 어떤 근거로 내려진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투명성 확보 노하우도 갖추고 있습니다. 사람과 보다 친밀하면서도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인격적 AI를 만드는 데 필수 요소들이죠.

CAIO(최고인공지능기술책임자)를 비롯한 제네시스랩 임직원들도 AI 기술이 사회에 미칠 직간접적 영향력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최근에는 국내 1호로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AI 신뢰성 인증을 획득하는 기념비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뷰인터 HR 소개 이미지 中 (ⓒ 제네시스랩)
뷰인터 HR 소개 이미지 中 (ⓒ 제네시스랩)

성숙한 AI 공론장의 필요성

이 가운데 AI 모델 연구와 데이터 분석과 같은 핵심업무를 겸한 유 연구원의 어깨는 무겁습니다. 두 요소 모두 AI의 성능과 성향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인데요. 특히나 지금은 인간과 유사한 지능의 AGI(범용 인공지능)의 수년 내 구현 가능성도 가시화된 시점입니다. 순히 AI 기술구현 능력이 좋은 목적합리적 인재보단 인간과 AI의 균형사회 구현에 일조할 가치합리적 인재 양성에 더 큰 힘을 실어야 할 필요 또한 더욱 명확해질 것입니다.

물론 AI 패권을 쥐기 위한 전세계의 치열한 경쟁 틈바구니에서 모두가 사회적 가치만 생각보며 AI를 만들 순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히 전에 없던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죠. 경쟁과 더불어 많은 논의와 합의가 공존해야 할 때인데요. 이는 유 연구원의 또다른 바람이 앞으로 더 많은 연구자가 올바른 AI 가치 형성을 위한 공론장에 나오는 것이었던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지형: 21세기 최첨단 종합예술인 AI를 공부하고 있는 건 굉장한 메리트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배움만 있고 나눔이 없으면 비대해진 저의 자아만 남지 않을까요? 지금은 나눔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자아, 서로의 생각과 비판을 주고받는 성숙한 개인으로 성장하는 선순환의 삶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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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랩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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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편

① 대기업이 택한 'AI 면접관' 개발 비하인드

② AI 면접관은 완성 아닌 시작점...'진짜'가 온다

- 인재편

③ '지란지교'를 회사에서 경험한다면?

④ 기술 능력자? 사업 수완가? "진짜 인재는..."

- 조직편

⑤ "제가 1번입니다!" 외침이 부끄럽지 않은 사무실

⑥ 재택·유연근무 다음은? "우린 재량근무도 OK"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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