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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과 신념의 힘을 아세요?" 진격의 엑셀러레이터,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 [AC통신]

이건한 기자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엑셀러레이터(AC)는 초기 자금투자뿐 아니라 멘토링과 비즈니스 지원까지 겸하는 핵심 조력자다. AC통신은 '유니콘 스타트업'이 탄생해 가는 영광 이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분투 중인 AC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작은 통로가 되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처음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는 '기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 만에 투자금 이상을 회수하게 되니 전략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느껴지더군요. 그러면서 이 일이 몰입할수록 가치 있다는 것,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의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주체가 바로 액셀러레이터임을 깨닫고 깊이 빠져들게 됐습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한국액셀러레이팅협회장 (ⓒ 씨엔티테크)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한국액셀러레이팅협회장 (ⓒ 씨엔티테크)

스타트업 조력자 된 푸드테크 멘토

잘 나가는 푸드테크 기업인에서 AC로 투트랙을 개척한 지 12년여, 올해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장에도 취임한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를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씨엔티테크 본사에서 만났다.

2003년 설립된 씨엔티테크는 본디 외식 주문중개 서비스로 승승장구하던 회사다. 대중에게도 1588, 1577 번호로 친숙한 전화주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AC로서의 분기점은 2012년 고벤처포럼의 고영하 회장이 전 대표에게 푸드테크 벤처인들에 대한 멘토링을 요청한 계기로 만들어졌다.

"당시엔 멘토링이란 말도 신선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전 대표의 회상이다. 하지만 선배의 마음으로 엔젤투자와 같은 포트폴리오를 늘려가다 보니, 어느덧 정부로부터 업계 최초의 '선도벤처형 액셀러레이터'란 명칭을 얻었다고 한다. 푸드테크 기업 씨엔티테크가 스타트업 조력자로서의 또다른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자각하게 된 계기다.

"대표 맞아?"… 무서운 수준의 '열심'

그로부터 10년여가 흐른 지금, 씨엔티테크는 '투잡'을 하면서도 400개 이상으로 불어난 국내 AC 중 가장 크고 활동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최근 3년간 투자 횟수는 총 171회로 업계 내 압도적 1위인데, 단순 계산으로 매주 1~2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해 온 셈이다.

투자와 보육이 핵심인 AC에 이 타이틀의 의미는 작지 않다. 회사가 그만한 투자 여력을 갖췄다는 것, 쏟아지는 투자 요청에 발 빠른 대응과 과감한 지원을 이어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2년여는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로 분류됐기에 더욱 부각되는 면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배경은 무엇일까? 기자는 전 대표의 '꾸준함'에 주목했다. 사실, '무서울 정도의 열심'이란 표현도 과하지 않아 보인다. 일반적으로 창업자들은 사업이 커질수록 끝단의 일은 실무자에게 맡기고 전략수립과 대외활동에 집중한다.

반면 전 대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든 스타트업의 투자 요청을 직접 검토 후 피드백을 보낸다. 올해 2월 엑셀러레이터협회장 취임 이전까진 매주 토요일이면 피드백 대상 스타트업들과 직접 화상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사이 매주 1~2건이었던 투자 요청은 이제 60~70건까지 늘었다. 결코 적지 않은 수지만, 이를 최고 결정권자인 대표가 직접 검토하는 방식은 씨엔티테크가 여전히 기민한 행보를 이어가는 원동력 중 하나다. 다만 그 많은 요청을 어떻게 다 소화할 수 있는지는 궁금증이 따른다. 혹시 특별한 노하우나 재능의 결과물? 전 대표의 답은 '습관'이었다.

"습관이 참 무서운 게, 소를 든 청년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송아지 때부터 꾸준히 들었더니 소가 된 이후에도 들 수 있었다는 얘긴데 나와 비슷하다. 10년 이상 모든 미팅을 챙기다 보니 이제는 습관이 됐다. 투자요청 자료를 빠르게 읽고 핵심을 짚어내는 감각도 생겨 더 수월한 것 같다."

여기까지 보면 그는 경영인보다 심사역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앞서 '무서울 정도'란 표현은 그가 이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 대표는 모 언론에 7년간 매주 1편씩 300편에 달하는 스타트업 및 AC 산업 관련 기고를 이어오고 있다.

전화성의 스타트업 모닝커피 썸네일 (ⓒ 유튜브 갈무리)
전화성의 스타트업 모닝커피 썸네일 (ⓒ 유튜브 갈무리)

또 매일 아침 8시40분에는 '스타트업 모닝커피'란 이름의 유튜브 생방송도 진행한다. 해당 방송은 업계의 주요 투자 및 프로그램 진행 소식에 대한 짧은 브리핑, 씨엔티테크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소개와 분석이 10~20분간 압축적으로 이뤄진다. 이 또한 벌써 820회를 넘어섰다.

스타트업 모닝커피는 마치 주말 아침 눈을 뜬 우리의 모습처럼, 꾸밈없이 진행된다. 처음 그 방송을 보면 당황스럽지만, 그만큼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이 일을 하는 건 아니란 사실이 곧 느껴지기도 한다.

간절함이 연료, 신념은 방향키

조금 더 캐물었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전 대표는 "이런 습관 내지 루틴(routine)은 간절함과 신념에서 나온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이루고자 하는 일을 하려면 습관을 만드는 어려움도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는 지론이다.

관련해 '신차가 일정구간 주행 후 연비가 좋아지는 것'이나, '가속을 유지할 땐 연료가 적게 든다'는 그의 명쾌했던 비유도 어려움을 이겨낸 후 결과물에 담긴 보람의 경험치가 쌓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덕분에 지금의 그는 어떤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습관을 만드는 일조차 하나의 습관이 된 것처럼 보인다.

어떤 간절함이 전 대표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처음에는 스타트업의 성장, 액셀러레이팅을 씨엔티테크의 새로운 성장 사업으로 만들어 가는 일이었다. 나아가 지금은 한국 AC 업계 전체의 발전이 가장 큰 간절함이다. 전 대표가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협회장 취임을 결정한 배경이었다.

"현재 AC 업계의 가장 큰 숙원 사업은 1호 상장기업의 탄생이다. 그래야 AC가 직업의 지속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고, AC도 일종의 스타트업으로서 투자 유치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전 대표의 말마따나 국내에선 그동안 선두그룹의 AC들이 몇차례 상장에 도전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기대가 컸던 씨엔티테크도 올해 상장예심의 벽을 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상황이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이제 AC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게 된 등의 성과는 남았다는 평가다. 전 대표는 "이번 심사보다 AC 사업매출 비중이 크게 높아진 재무제표를 무기로 내년 4월 재도전할 계획"이라면서도 "우리가 꼭 1호이지 않아도 된다. 지금 힘든 건 우리마저 업계의 기대를 저버린 듯한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AC, 단지 조금 투자하는 사람이 아냐"

협회장으로서는 AC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아직 AC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대부분 '조금 투자하는 사람들' 정도인데, 그간 여러 경제학 대가들의 논문을 보며 연구한 AC의 역할은 그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키스톤(Keystone)', '파괴적 충돌', '중재자', '사회적 자본의 주체' 등 다양한 정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 대표는 과거 노키아의 붕괴로 핀란드가 GDP 60%에 해당하는 타격을 입었던 사건을 예로 들었다. 한국도 소수 대기업에 의존하는 나라가 아닌, 강소 스타트업이 많은 나라로 만들기 위한 AC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진 때라는 강조의 의미였다.

이를 만들어 가는 여정 가운데, 그는 "AC업 체계화에 기여한 사람"으로 기억되고자 한다고 했다. 개인이 아닌 공익적 측면을 바라본 소망이다. 마지막까지 "AC가 잘되어야 우리 사회의 경제적 인프라가 그만큼 견고해진다"고 강조하던 그에게서 이 진심이 엿보이는 듯했다.

한편 전 대표의 협회 임기는 2년여, 그리 길지 않지만 전 대표에겐 짧지 않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지난 2월 협회장 취임 직후 초기투자협회를 통합하고 민간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 AC 인식 개선 작업 등 벌써 많은 일을 '진격'과 같은 태세로 이어온 그다. 신념과 열심으로 물든 지난 족적을 두고 보아도, 남은 기간 그가 또 어떤 간절함을 현실로 만들어낼지 기대가 높아진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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