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 “안전한 스마트홈 구현·정보통신기술사 설계권 법제화 노력할 것”
[디지털데일리 양민하 기자]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ITPE)는 14일 서울 광진구 한국기술사회 사무실에서 ‘ITPE 남우기 제17대 회장 취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ITPE 향후 활동 계획과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이슈 등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ITPE는 1985년 한국기술사회 정보통신분회로 시작, ‘기술사법’ 제14조에 근거해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아 발족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정보통신기술사 자격을 획득하고, 기술사법에 따라 등록한 전국의 정보통신기술사 800여 명을 대표하는 단체다.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 2월 취임한 남우기 ITPE 회장은 “오늘날 정보통신 서비스는 국민의 필수적인 서비스가 됐으며, 이를 위한 정보통신 인프라의 중요성 또한 커졌다”며 “ITPE는 정보통신 관련 기술적, 제도적 기반 마련 활동을 통해 국민의 삶을 보다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남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 2021년 화제가 됐던 대규모 홈네트워크 해킹 사건을 재조명했다. 2021년 11월, 전국 700여개의 아파트 단지 벽면에 달려있는 ‘월패드(주택 관리용 단말기)’ 카메라를 해킹해 주민들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해외의 한 해킹 웹사이트를 통해 무더기로 유출된 정황이 드러났던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남 회장은 “홈네트워크를 구성할 때 표준이 되어야 하는 ‘지능형 홈네트워크 참조모델(KS)’을 보면, 아파트 정보통신 설계에서는 단지망과 세대망이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 외부 서비스(인터넷)에서 단지 서버와 세대망으로 들어가는 홈게이트웨이를 설치해 별도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파트가 이 같은 참조모델 형태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하나의 공용망에 다수의 세대가 연결된 구조로, 모든 외부 트래픽이 방화벽을 통해 단지망을 경유해 세대로 인입되는 형태다.
남 회장은 “단지망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 아파트, 모든 세대에 문제가 생기는 보안에 상당히 취약한 형태”라며 “단지망으로는 들어가는 트래픽은 아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하는데, 현행 홈네트워크는 이를 준수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표준을 따르지 않고 비표준 독자모델로 구성된 홈네트워크 시스템은 이기종 제품 간 호환성도 약하다. 단지서버와 월패드가 비표준 업체 프로토콜로 연동되는 폐쇄적인 형태로, 특정사의 단지서버와 특정사의 월패드만 허용돼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된다.
남 회장은 “이는 보안 및 표준화 문제로 이어진다”며 “기존 홈네트워크를 ‘스마트홈’으로 발전 및 확장하는데도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남 회장은 스마트홈으로의 발전을 위해 홈네트워크의 새로운 참조모델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소비자 선택권의 보장과 스마트홈의 보안 강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참조모델을 모색하고, 표준화를 통해 개방형 플랫폼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ITPE는 세대간 네트워크 분리 구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기술기준에 따른 망분리 여부 확인 점검기준을 수립하고, 설치 현장에서 실제 네트워크 구축 상태를 확인해 인증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남 회장은 “ITPE는 지난해 설비학회 등과 망분리 검증 방법론을 표준화했다”며 “향후 매뉴얼화를 통해 실제 현장에서 이를 실행·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ITPE 향후 과제로는 정보통신기술진흥법 제정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공사의 핵심 공정은 설계, 시공, 감리로 이뤄진다. 이 세 가지 기능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반면 현재 정보통신공사업법은 시공만을 강조하는 형태로, 기술 관리 및 엔지니어링에 관한 별도의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 홈네트워크 보안 문제 등의 원인은 애초 설계 단계부터의 하자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남 회장은 “현재 건축물 정보통신설비의 설계는 비전문가, 무자격 설계가 현실이다. 정보통신의 경우 전기분야 관계전문기술자에 하도급 되어 비전문가에 의해 설계가 진행되므로 설계 품질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실태로 인해 지금까지 홈네트워크 보안 문제 등이 해결되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며 “ITPE는 정보통신기술사들이 건축물의 정보통신 체계를 설계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관련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 일부가 개정돼 입법 예고되어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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