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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분야 마이데이터 확대 도입, 韓 유통산업 악화될라” 학계·전문가 비판, 왜?

왕진화 기자
[ⓒ한국온라인쇼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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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해외 사업자가 국내 시장을 급격히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유통 분야 마이데이터 추진은 국가가 나서서 해외 글로벌 플랫폼에 국내 기업의 정보를 내주는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규제로 인한 피해는 국내 유통기업들에게 돌아와 국외 사업자에게만 이득이 될 것이 명확한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안정호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는 21일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하고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및 고려대학교 기술법정책센터 마이데이터 포럼이 주관한 ‘마이데이터 정책의 이슈와 개선과제 토론회’에서 “해외 소재 사업자에게도 마이데이터 제도 관련 의무가 부과되지만, 규제 집행력의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할 때, 일부 해외 사업자의 국내 마이데이터 제도에 대한 무임승차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마이데이터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기업이나 기관에 그 정보를 당사자가 원하는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요구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유통과 통신, 보건의료 분야까지 마이데이터 사업을 확대, 제3자 정보 전송이 가능토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같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마이데이터 산업 정책에는 사업자가 구축한 데이터의 영업비밀 침해 우려는 물론, 최근 국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중국 등 해외 사업자들에게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제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 안전하게 보관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각종 규제 역차별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목소리가 전문가와 학계에서 제기됐다.

◆“국내 기업과 고객의 데이터가 중국 등 해외로?”…국내 유통산업 경쟁력 악화=이날 발제를 맡은 안정호 변호사는 “특히 개인정보주체가 개인정보보호 수준이 낮은 국가의 사업자에게 전송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중국 사업자를 통해 중국 본토에서 개인정보가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마이데이터를 통해 국내 소비자 정보가 통째로 해외에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으므로, 중국이나 미국의 직구들이 국내 산업에 영향력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역시 “국내 소비자의 정보가 중국 커머스 기업들에 넘어갈 경우 보호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정원준 한국법제연구원 박사는 주문정보, 결제정보는 구매 패턴, 빈도 등을 포함한 개인화 분석이 가능한 데이터이기에 영업비밀과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민감한 개인정보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마저 전송될 가능성이 있기에, 어떤 정보를 전송 대상에서 제외할 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인영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는 “의료 데이터를 플랫폼 사업자나 일반 기업들이 전송받는 경우 얻을 수 있는 산업적인 이익보다 개인에 미칠 위해가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정신과 약물을 복용한 이력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숨기고자 하는 것인데 환자나 의료진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로 전송될 수도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주민석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도 본인 신용정보관리업이 통합, 제공할 수 있는 신용정보의 범주에 주문내역 정보를 포함하는 것은 정보주체의 내밀한 사적 영역이 원치 않게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 권고내용’을 소개하면서 주문내역 정보를 포함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GPT스토어의 '이미지 제네레이터'로 생성한 이미지
GPT스토어의 '이미지 제네레이터'로 생성한 이미지

◆“‘정당한 노력으로 구축된 데이터’에 대한 무임승차자 발생” 지적도 나와=안 변호사는 먼저 시작한 금융 마이데이터의 경우도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사업성이 부진하고, 데이터 전송 의무 사업자에 대한 비용 보전 이슈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자 출혈 경쟁을 하고 있는 유통분야 등으로 확대되는 경우 문제가 더욱 양산될 수 있고,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마저 전송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연승 교수는 또한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구축한 데이터를 타사에 강제로 무상 공유하라고 하면, 사업자들은 다른 사업자의 성과에 무임승차할 뿐 스스로의 노력으로 유효한 데이터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며 “해당 노력의 권리에 대한 보호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석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신용정보법상 마이데이터 과금 체계는 여러 차례 논의를 거처 시행됐는데, 마이데이터의 전송 원가는 연 1280억원 수준”이라며 “이중 일부인 282억원만을 데이터 제공자에게 보상(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부담)했고, 약 1000억원의 비용을 데이터 제공자가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준 박사는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적 접근이 필요하고, 특히 본인뿐만 아니라 제3자 전송은 산업별로 충분한 실익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의무가 부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박사는 산업별로 수요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전송 의무만 부여하고 있는데, 향후 집적된 데이터를 통해 어떤 추가적인 서비스나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것인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산업 분야의 마이데이터 확산은 통일된 전송 절차와 기준을 만들기보다는 일관된 체계는 도입하되, 개별 분야별 현실에 부합하는 차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과 사무관은 “온라인쇼핑 분야의 마이데이터는 마이데이터의 주인인 국민 개개인의 의견이 포함돼 있는지 살펴봐야 하고, 여러 극복할 과제들이 유통업체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는 만큼, 유통분야 마이데이터가 진행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황지은 개인정보위원회 범정부 마이데이터 추진단 과장은 “개보위는 마이데이터를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단계적, 점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사회적, 사업적 상황을 고려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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