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언급한 김영섭 KT 대표, 대대적 '칼질' 시작하나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그룹 자회사 많고 생각보다 이들간 유기적 협력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많은 토의를 통해 거버넌스 개선이나 중복 사업 재배치·정리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성과가 단기간에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10일 김영섭 KT 대표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구현모 전 대표가 물러난 후 경영 공백기를 가졌던 KT는 지난해 8월 말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사업 및 조직을 재편·정리하고 있다.
특히 김영섭 대표가 직접 사업 재배치와 정리를 언급한 만큼 지금까지 진행했던 서비스 재편보다 높은 차원의 고강도 '칼질'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돈 안 되면 정리"…수익성 저조 서비스 퇴출 단행
22일 KT 및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 10개 이상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먼저 KT는 콘텐츠 부문 서비스부터 손 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말 KT는 지니TV에서 독점제공하던 AMC 구독 서비스 'AMC+'를 종료했다. AMC는 미국 케이블 방송채널이다. KT는 AMC+를 통해 '워킹데드' 등 인기 오리지널 작품을 제공해온 바 있다. 당시 KT는 해당 서비스의 종료 이유에 대해 "콘텐츠 제공사(AMC)의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밝힌 것 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니TV를 통해 종료된 서비스는 새해에도 이어졌다. KT는 지니TV를 통해 제공하던 '안부알리미' 서비스를 지난 1월 종료했다. 안부알리미 서비스는 지난 2015년 월 이용료 1000원에 제공하던 안부 확인 서비스로, 지니TV가 24시간 작동하지 않을 경우, 지정된 보호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독거노인 등 보호자가 없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제공했던 해당 서비스는 이용자 감소를 이유로 종료됐다. KT 측은 안부알리미 서비스 종료에 대해 "이용자가 적어서 폐지했으며 '안심박스(월 이용료 3300원)'라는 대체 서비스를 제공중"이라고 밝혔다.
안심박스는 자녀·어르신 위치 알림, 스마트폰 사용 습관 관리, 유해 사이트 및 유해 앱 차단 등의 기능을 통해 안부알리미보다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IPTV가 아닌 스마트폰 대상 상품이다.
안부알리미 서비스가 종료된 1월, KT는 '그린폰'과 '탄탄ZERO' 서비스도 종료했다. KT는 중고폰 매입 서비스인 그린폰 서비스를 종료하는 한편 해당 사업을 그룹사 KT M&S로 넘긴 바 있다. 탄소중립 활동 확산을 위해 선보였던 탄탄ZERO 앱도 회사 내부 정책을 이유로 서비스 잠정 중단에 나섰다.
2022년 12월 출시한 B2B 메타버스 서비스 '메타라운지'도 정리 대상이 됐다. 지난 4월 말 KT는 기업, 지자체, 기관을 위한 맞춤형 메타버스 플랫폼을 제공하던 메타라운지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한 회의록 자동 생성, 실시간 번역, 얼굴인식 기반 아바타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끝내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권분석 플랫폼 '잘나가게'도 다음달 서비스 종료를 예고한 상태다. 잘나가게는 2010년 출시한 소상공인 전용 무료플랫폼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권을 분석해주는 한편 영업팁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알려져 있다. KT는 잘나가게 서비스를 종료하는 대신 '으랏차차' 등 대체 서비스로 소상공인 관련 사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통신 관련 서비스도 일부 정리 수순을 밟았다. 앞서 KT는 1885년 한성정보총국이 서울-인천 간 전보를 보내기 시작한 지 138년 만에 전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KT는 지난해 12월 15일부로 115 전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으나 연말연시 전보 이용 고객을 감안해 한시적으로 올 2월 말까지 해당 서비스를 연장했다.
다음달에는 시내전화 일부 부가서비스 종료가 예고된 상황이다. KT는 스마트폰 대중화 등의 영향으로 집 전화 수요가 줄자 원폰서비스, 집전화프리요금제, 통화중전환, 안(ANN)폰서비스 등 관련 요금제와 부가서비스 일부를 다음달 9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 외에도 KT는 지난 3월 화물운송 플랫폼을 운영하던 '롤랩'의 지분을 매각하는가 하면,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발행·관리 플랫폼 '민클' 서비스 종료와 함께 블록체인 사업 재편을 예고하기도 했다.
◆순손실 자회사, 정리·재편 가능성 높아져
수익성 낮은 사업들이 꾸준히 정리되면서 KT 그룹사에 대한 재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김영섭 대표는 LG그룹 재직 당시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에서, LG CNS에서는 경영관리본부에서 근무 한 바 있다. LG유플러스에서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임무를 수행했다. 회사내 불필요한 부분을 정리해 효율성을 높이고 재무적 안정성을 높이는 업무에 능숙하다.
특히 김영섭 대표가 지난 CEO 간담회에서 자회사의 유기적인 협업 부족 및 중복 사업 재배치 등을 거론한 만큼, 관련 서비스 외에도 그룹사 및 계열사 등 일부 조직에 대한 정리를 예고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올 1분기 기준, 해외 법인을 제외한 KT 종속기업 중 순손실을 낸 곳은 9곳에 달한다.
이 중 가장 많은 손실을 낸 곳은 KT스포츠로 1분기 4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KT스포츠는 프로야구, 프로농구, e스포츠, 사격, 하키 등 5개 프로스포츠와 아마추어 스포츠단을 보유하고 있는 조직으로 지난해 연간 기준 10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수익성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T엔지니어링과 KT링커스도 올 1분기 각각 순손실을 냈다. 양사는 모두 기존 주력 사업에서 벗어나 신사업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내부 통신배선 공사업을 영위하던 KT엔지니어링은 최근 팩토링 태양광 사업에 참여했고, KT링커스(옛 한국공중전화)의 경우 수익성 낮은 공중전화 대신 물류(창고·수배송·전산운용 관리 등)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해당 업체들은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순이익을 냈던 만큼, 1년 만에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외에도 ▲KT서비스북부 ▲KT서비스남부 ▲넥스트커넥트PFV ▲케이리얼티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1호 ▲KT MOS 북부 ▲알티미디어 등이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 서비스를 종료하는 KT 서비스를 보면 저조한 수익성에 기반한다"면서도 "기업형 메타버스, 블록체인, 디지털 물류 사업의 경우 전임 구현모 대표 재직 당시 공 들였던 디지털전환(DX) 영역이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조직을 해제한 것은 전임자 색채 지우기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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