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이트 케그 제품’이 생맥주로 둔갑?… 맥아 함량낮아 '기타주류'로 분류, 소비자 혼동 우려
[디지털데일리 최천욱 기자] 하이트진로가 ‘필라이트 케그(생맥주 용기)제품’을 주점 등 유흥업소 시장에 지난 3월말 공식 출시한 이후, 빠르게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측이 일반 생맥주보다 저렴한 '발포주' 제품을 유흥업소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고물가에 민감한 소비자를 타깃팅한 전략이란 평가를 받았다.
2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가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 업소용 20ℓ 제품을 출시한 가운데 현재 서울 강남을 비롯해 수원, 대구, 전북 지역 등 지방으로 공급처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다만 문제는 ‘필라이트’는 지난 2017년 하이트진로가 처음 출시한 발포주로 관련 법령 상 국내에서는 ‘기타주류’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시판되는 맥주들의 맥아 함량은 70%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데 반해 ‘필라이트’ 맥아 함량은 현저히 낮아 실제 '맥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주세법 상 발효 주류 중 맥주는 맥아 함량이 10% 이상이어야 하는데 ‘필라이트’와 같이 맥아 함량이 10% 미만인 발포주는 기타주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맥주'와 '기타주류'는 세금(주세)도 크게 차이가 난다.
맥주는 종량세를 적용받아 L당 885.7원의 주세가 부과되지만 기타주류는 종가세를 적용 받아 출고가의 30% 주세가 부담돼 훨씬 낮은 가격에 생산이 가능하다. 이로인해 실제 맥주보다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풀릴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 소비자단체에서는 저렴하게 음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맥주가 아닌 발포주를 판매 현장에서 생맥주로 둔갑시켜 소비자를 기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인터넷에선 수원의 한 주점에서는 ‘필라이트’를 500cc 3천원짜리 필라이트 생맥주 출시라고 맥주로 홍보한 사진이 올라왔다. 라거 공법의 시원 상쾌함 등 발포주를 모르는 소비자들은 생맥주로 오인하기에 충분하다는 것.
일반적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한 대중적인 광고, 마케팅에서는 법령상 맥주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영업 관행 상 판촉물, 현수막, POP 물을 본사에서 제공한다는 면에서 실제 현장에서는 맥주로 인식되게해 소비자 혼동을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또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매장에서도 ‘필라이트 케그 제품’을 3000원(500ml)에 판매하고 있다. 같은 양의 카스 생맥주, 클라우드 생맥주가 5000원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해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는 것.
다만 이 매장에선 맥주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라거 공법’, ‘상쾌함’ 등 기존 맥주를 연상시키기는 문구로 하이트진로측이 제공한 홍보 메뉴판을 사용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한편 지난 17일 식약처는 하이트진로가 제조·판매하는 주류에서 응고물 발생, 경유 냄새가 난다는 소비자 신고를 받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조과정에서 세척·소독 미흡이 드러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식약처는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현장조사 결과 ‘필라이트 후레쉬’를 용기(캔)에 넣어 밀봉하는 주입기에 대한 세척·소독 관리가 미흡한 점이 확인됐으며, 세척·소독시 세척제와 살균제를 함께 사용해야 하나 ▲3월 13일 ▲3월25일 ▲4월 3일 ▲4월 17일에 살균제 소진으로 세척제만 사용했다는 점을 공지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필라이트’의 경우 출시와 동시에 12캔을 만원에 판매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 탓에 현재 일본과 한국에만 있는 발포주 제품이 국내시장에서 4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시장으로 성장한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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