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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보험사 M&A… 금융지주사 둘러싼 '설설설'만 난무

권유승 기자

(시계방향)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우리금융 본사 전경. ⓒ각 사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보험사 인수합병(M&A)이 대체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금융권 내에선 유력 잠재 매수자로 꼽히던 국내 금융지주사들을 둘러싼 여러가지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이 시장에 나온 매물들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두고 "아직 특별히 매력적인 매물이 없다"는 것엔 대체로 입을 모으는 모습이지만서도, 이와 별개로 또 다른 대내외적인 요소들이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 M&A 시장이 잠잠한 분위기다.

매물 또는 잠재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들은 현재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ABL생명, 동양생명, KD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이 있는데, 현재 본격적으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곳은 롯데손보와 MG손보 2곳 정도에 불과하다.

롯데손보와 MG손보는 각각 내달 중 본입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굵직한 국내 금융지주사 위주로 보험사 인수전이 펼쳐질 것이란 일각의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실사에 나서며 인수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금융지주 중에서 우리금융지주만이 롯데손보 실사에 나선 상황이다.

실제 진행중인 보험사 인수전이 예정대로 마무리 될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인 가운데, 당장의 매물 가치를 떠나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에 대해선 금융권 내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유력 잠재 매수자로 거론되던 금융지주사들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자신들의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은행권을 향한 이자장사에 대한 날선 시선 속 금융권 '상생금융' 바람까지 불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가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입해 규모를 키우는 것이 자칫 부정적인 시선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지주사들은 몸집을 불리는 것에 크게 조명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금융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만연한 가운데, 막대한 수익을 거든 금융사들이 자기 배만 불린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A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 나온 매물들이 우량 보험사가 아니기 때문에 흥행이 저조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수사 입장에서 M&A를 통한 실익이 커야하는데, 그럴만한 매물이 아니다보니 굳이 인수에 나서지 않는 것이란 설명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한 때 롯데손보 등 보험사 유력 잠재 매수사로 거론되던 신한금융지주 같은 경우에는 그간 계열사 M&A 역사를 돌아보면 우량 매물이 아니면 진행을 하지 않았다"며 "신한은행과 신한카드의 M&A 역사를 돌아봐도 그렇고, 신한라이프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신한금융 손보 계열사인 신한EZ손해보험이 크게 영향력이 없는 상황에서 당장 매물로 나온 보험사를 인수해도 의미 있는 빛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있는 매물들은 매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일반적으로 싼 값에 매물을 인수해 추후 가격을 올려 되판다"면서 "그런만큼 해당 매물의 본연의 가치가 상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더욱 큰 의문이 따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롯데손보의 대주주는 PEF인 JKL파트너스이며, MG손해보험의 대주주는 JC파트너스이다. 다만 MG손보의 경우 금융위원회가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업무를 위탁받아 매각을 진행 중이다.

앞서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사들이 '간보기 전략'을 일삼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기도 했다. 인수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는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단지 매물로서 가치가 없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 역시 "아직까진 적극적으로 나설 보험사 매물은 보이진 않는 것 같다"며 "크게 서두르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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