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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무선 2위…KT, IoT 사업으로 위상 되찾나 [IT클로즈업]

강소현 기자

7일 오전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주최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컨퍼런스에서 김영섭 KT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KT]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KT가 한국전력공사의 원격검침인프라(AMI) 사업을 수주한 가운데, 내부적 전략 변화가 감지된다. 그간 경영 불안 속 단기적인 수익 확보에만 집중했다면, 이번 사업 수주를 통해 흔들리는 ‘무선 2위’ 사업자의 위상을 바로 세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한국전력공사의 ‘한전 저압(가정용) 원격검침인프라(AMI) 6차 사업’을 진행할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IoT 돈 안된다던 KT, 한전 원격검침 사업 따내

앞서 이번 입찰에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모두 뛰어들었다. 한전 AMI 보급 사업의 마지막 차수로, 원격검침에 쓰이는 사물인터넷(IoT) 회선 수를 대거 확보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특히 KT의 참여에 이목이 쏠렸다. 그간 KT는 타사와 비교해 IoT 사업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최근 발표한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KT의 IoT 가입회선 수는 290만3879개로, 타사의 절반 수준이다. LG유플러스가 724만7770개로 가장 많았고, SK텔레콤이 720만276개로 그 뒤를 이었다.

IoT 사업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배경엔 ‘수익성’이 있다. IoT 회선은 가입자 회선과 비교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공기업 혹은 정부기관 대상 기업용(B2B) 사업은 원가 이하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업계관계자들은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KT는 IoT를 포함한 전체 이동통신 회선 수에서 LG유플러스에 2위를 처음 내줬을 당시에도 이 같은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던 터다.

당시 김영걸 KT커스터머사업본부 상품기획담당 상무는 “가입자 회선이라 부르는, 사람이 쓰는 회선은 월평균 사용금액이 3만원대로 3사 합산 23조원 가량의 시장”이라면서 “반면 IoT는 보통 B2B 계약으로 ARPU가 수백원에서 수천원 수준이고, 전체 시장 규모는 5000억원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 KT가 이번 수주전에 뛰어든 것을 두고 업계는 경쟁사들과의 IoT 회선 격차를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는 입장에 놓였다고 봤다. 그도 그럴 것이 KT는 지난해 9월부터 IoT를 포함한 전체 이동통신 회선 수에서 LG유플러스에 2위를 내줬다.

특히 최근엔 IoT 회선 수 뿐 아니라 휴대폰 가입회선 수도 줄고 있는 추세다. 지난 3월에는 이통3사 중 유일하게 감소하기도 했다. 이에 KT와 LG유플러스 간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양사 간 전체 이동통신 회선 수 격차는 지난해 9월 55만7148개에서 지난 3월 149만118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

◆ 단기 수익성 집중에 떨어진 위상…IoT로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업계는 경영 불안에 따른 중장기 전략 부재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김영섭 대표가 지난해 8월 취임한 가운데 CEO(대표이사) 공백이 길어지면서 ARPU가 낮은 IoT 사업보단,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관계자는 “지난해 경영교체기를 겪으며 각 사업부가 단기간에 수익 확보와 순위싸움 같은 명목상 경쟁우위에 집중했을 것”이라며 “(이번 사업 수주는) 경영 안정화와 함께 중장기적인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지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김영섭 대표가 이번 한전 AMI 사업을 계기로,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김 대표로선 기업가치 제고가 급한 상황이다. 지난 2월19일 4만24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현재 3만원 중반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종가 기준(3만6000원) 세 달 사이 약 15% 하락한 것이다.

당장 KT는 이번 한전 AMI 사업을 수주하면서 IoT 회선 110만개를 추가 확보하게 됐다. 3월 기준으로 봤을 때 여전히 LG유플러스를 제치진 못하지만, 격차는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KT가 한전 AMI 사업을 시작으로, 커넥티드카 등 다른 IoT 사업 수주에도 본격 나설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IoT 사업이 당장엔 수익성이 낮아도, 장기적으로는 안정된 수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IoT 시장도 AI와 결합되면서 AIoT시장으로 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IoT 시장은) AI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이동통신사의 입장에서 아직은 돈은 안되더라도 발을 들여놓고 향후 수익성을 높여가는 전략을 취해야 될 시장”이라고 밝혔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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