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맘에 안들면 소송하시든지"… '홍콩 ELS 배상' 시작됐지만 투자자들 '부글 부글'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투자자들의 반발은 여전히 극심하다. 배상 비율이나 관련 차감 요인 등을 두고 불만을 표하는 사례는 물론 소송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홍콩 ELS 배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은 이번주부터 적극적인 배상협상에 나서는 중이다.
실제 금융 관련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홍콩 ELS 배상 연락을 받았다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판매 건수가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을 중심으로 관련 글들이 여기저기서 올라오고 있다.
다만 은행측이 내세우는 보상비율에 불만을 표하는 이들이 상당했다는 점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홍콩 ELS 관련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방금 국민은행 보상 전화를 받았는데, 보상비율이 15%에 불과해 보상을 안받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손실난 총 금액이 총 수익금액의 2배인데, 수익금액은 총액으로 적용하면서 손실금액은 건별로 한다"며 "(배상비율) 차감 항목은 전혀 이해되지 않고 억지로 끼워 넣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누리꾼은 "믿고 오래 거래 했더니 결과가 이렇다"면서 "그게 되려 차감 요인이 됐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련 댓글에는 "(차감 사유인) 지연 상환도 가입 때 우리가 정한 게 아니다. 해당 직원이 손실이 없고 원금이 보장 된다고 소진되기 전에 가입하라고 해서 한 것"이라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은행들 유리하게만 짜 놓은 덫에 걸리게 하는 배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소송을 염두하는 가입자들도 늘고있는 분위기다. 은행측 일각에서도 "보상 수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송을 진행하라"는 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에서 홍콩 ELS 보상금이 나왔다"는 또 다른 글에는 "주식을 할 줄 모르기에 은행에서 어느정도 상품을 걸러서 권유한다고 생각해 ELS를 해왔다"며 "은행 직원 이야기로는 보상금을 받고 서명을 하든 다른 사람들과 소송을 진행하든 결정하라는데, 어떡하면 좋을지 답답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누리꾼은 "직접 인터넷에 가입한걸로 나와 보상이 적다는데, (애초에) 인터넷으로 스스로 가입할 정도면 수수료 빠지는 ELS는 안했을 것"이라며 "항상 은행에서 권유하는 대로 좋은 상품을 알아서 추천했겠거니 믿었는데, 이제와서 딴 말을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홍콩 ELS를 판매한 직원은 다른 곳으로 인사발령이 나서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한편으론 보상 관련 과도한 반발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어느정도 투자자들의 책임이 있는 만큼 일정부분은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솔직히 보상해주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ELS가 위험하다는 뉴스가 나온지가 10년은 된 것 같은데, 손해보면 드러누워 떼쓰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ELS 카페 어떤 분이 9년 동안 ELS를 해왔는데 배상을 10%대 받는다고 분노해서 글을 올렸다"며 "이런 투자자들 때문에 진짜 배상이 필요한 분들이 제대로 된 배상을 못받겠구나 싶었다"고 꼬집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홍콩 ELS 사태는 완전판매와 불완전판매 그 중간쯤에서 일어난 사례가 대다수일 것"이라며 "특히 요즘 같은 경우엔 정말 완전한 불완전판매를 시행하기에는 판매 구조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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