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생성형AI 여파?…글로벌 SaaS기업 성장세 ‘주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글로벌 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가 급락했다. 성장세가 주춤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게 이유로 풀이 된다. 그 배경엔 빅테크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세일즈포스와 어도비, 워크데이 등 기업용 SW 기업들은 최근 실적발표 후 주가가 나란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월가 예상치를 밑돌았고 다음 분기 전망치 역시 공격적으로 제시하지 못하자 시장이 냉혹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기업 세일즈포스 올해 1분기 매출은 91억3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1% 증가했지만 월가 전망치인 91억7000만달러에는 못 미쳤다. 세일즈포스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밑돈 건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주당 순익과 2분기 실적 전망 역시 시장 예상을 하회했다. 실적 발표 후 세일즈포스 주가는 20% 이상 폭락했다.
인적·재무관리 SW 회사 워크데이 역시 올해 1분기 매출은 19억달러로 전년대비 18% 늘었지만, 분석가들 전망치(19억7000만달러)엔 미치지 못했다. 비일반회계기준 영업이익을 확대됐지만 예상 실적을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는 실적발표 당시 하루만에 15.3% 가량 하락했다.
지난 3월 회계연도 1분기(지난해 12월~올해 2월) 매출을 발표했던 어도비도 양호한 실적에도 주가가 10% 이상 급락한 바 있다. 당시 어도비는 매출이 51억8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1%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51억4000만달러도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2분기 매출 전망치가 분석가 전망치에 미달하면서 주가는 13.8% 가량 급락했다.
이들 기업 주가 하락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고객사들이 비용감축에 들어선 영향도 있지만 생성형AI 등장으로 가팔랐던 성장세에 발목을 잡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일즈포스와 어도비, 워크데이는 공통적으로 대표적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기업으로 꼽힌다.
SaaS 기업들은 그간 클라우드를 활용해 유연성과 확장성을 갖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AI 서비스 역시 기능을 지속적으로 향상하도록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 주도권을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가져가고 있다는 데 있다. 이들이 광범위한 AI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SaaS 기업들이 제공하는 일부 서비스와 경쟁하거나 대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어도비와 세일즈포스 등 SaaS 기업들이 AI 적용을 한다곤 하지만 게임 룰이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며 “MS나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이 AI를 고도화하고 활성화하면서 구독료를 내고 이용했던 SaaS 기업 서비스 가치가 예전만큼 평가받기가 어려워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세일즈포스와 어도비, 워크데이 등 기업들이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두면서도 향후 매출 전망치를 시장 기대보다 일제히 낮게 잡은 것은 내부적으로도 이들 성장세가 더뎌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성장한 SaaS 시장이 성숙 단계로 진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둔화되는 모습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동시에 AI 시대를 맞아 SaaS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변곡점을 맞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SaaS 성장이 직접적인 불황이라기보다는 전환과 적응의 시기라는 걸 시사하는 셈이다.
실제 SaaS 기업들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자체 솔루션에 AI를 접목하거나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고 있다. 가령 어도비는 지난 2월 텍스트 프롬프트를 음악으로 변환하는 ‘프로젝트 뮤직 젠AI’를 공개했고, 최근 올인원 AI 콘텐츠 제작앱 ‘어도비 익스프레스’를 선보였다. 세일즈포스도 CRM과 데이터, AI를 결합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만 증가하는 비용은 문제다. 많은 SaaS 기업들이 AI를 도입하면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많은 전통적인 SaaS 기업들이 AI 도입을 통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는 기업들이 끊임없이 기술을 업데이트하고 혁신해야 하는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경쟁 압박은 특히 자원이 제한된 중소 SaaS 기업들에게 더 큰 위협이다.
AI 기술 도입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AI 기반 제품 개발과 유지에 드는 비용이 높아지면서 일부 기업들은 이러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기 위한 인프라 비용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소규모 SaaS 기업들에게 큰 재정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동영상 생성AI 소라, 이미지·음성까지 인식하는 챗GPT-4o 등장으로 거대 인프라를 가진 이들 기업 기술 개발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전면전이 어려운 SaaS 기업들은 틈새시장 혹은 전략적 파트너십 등에 초점을 맞춰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SW 업계 관계자는 “결국 AI를 통한 수익은 기업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빅테크 기업들도 점점 기업용AI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이 통합 AI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사용자들은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필요마저 사라지는데, SaaS 기업들 입장에선 독과점 현상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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