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실패보다 무서운 건 규제실패…맞춤형 광고 정책, 산업과 개인정보보호 다 고려해야”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맞춤형 광고 정책 방안을 발표하고 새로 민관협의체를 출범하는 등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에 돌입한 가운데, 산업 진흥과 개인정보 보호를 동시에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학계 진단이 나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앤 스페이스(&Space)에서 ‘맞춤형 광고의 순기능과 효용성, 올바른 산업 발전 방향은’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11일 개최됐다.
먼저 발표에 나선 박정은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온라인 맞춤형 광고는 소비자가 구매를 쉽고 빠르게 할 수 있고, 사업자는 광고 거부와 피로도가 낮아 소비자의 높은 수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소비자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라고 말했다.
정책 마련 시 소비자의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대한 정책도 소비자의 특성을 반영해 맞춤형으로 추진되길 바란다”며 “혁신을 위해 당사자들의 올바른 노력, 소비자 중심의 고려가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지켜만 봐주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박지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맞춤형 광고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인해 생태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현재 국내 법상 ▲온라인 식별자의 개인정보 해당 여부 ▲광고 사업자와 웹·앱 사업자 중 누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 ▲언제 어떻게 동의받아야 하는지 등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다.
박 변호사는 “맞춤형 광고 규제 방향 설정 시 개인정보보호 관점과 함께 맞춤형 광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 규제가 온라인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사후 통제, 일본의 새로운 개념 도입 등 해외의 사례와 국내 현황에 대한 검토를 통해 효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맞춤형 광고의 효과 여부에 대해서도 산학계 의견이 나뉘었다. 김지영 성균관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맞춤형 광고를 통해 광고비 절감, 과다경쟁 예방 등의 긍정적 효과를 확인한 연구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맞춤형 광고는 크게 보면 혁신 사업에 포함된다”며 “국가의 디지털 역량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중소사업자 성장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문장호 숙명여자대학교 홍보광고학과 교수도 “맞춤형 광고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누구나 쉽게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실현한 광고의 민주화”라며 “무료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디지털 테크놀로지 산업 성장의 자양분이라 말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곽대섭 한국디지털광고협회 팀장은 “광고 비용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광고의 발전은 중소 광고 사업자들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도 중소 광고 사업자들이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특히 곽 팀장은 “개인정보보호 이슈로 맞춤형 광고에 활용되는 광고 아이디(ID) 및 행태정보가 개인정보로 규정될 경우, 사업모델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업계 안팎 의견이 다양한 상황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기본적으로 맞춤형 광고의 순기능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낙준 개인정보위 신기술개인정보과 과장은 “광고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고려하고, 사업자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장인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업계에서는 가이드라인 또한 규제로 인식해 많은 우려를 하는 상황”이라며 “시장실패보다 위험한 것은 규제실패라는 말이 있듯, 이번 가이드라인은 세밀한 검토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와 산업계의 진흥을 함께 잡을 수 있는 정책이 됐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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