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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역할 기대했는데… 오히려 대형 은행들 '투전판' 전락 걱정되는 인터넷은행 [DD인사이트]

권유승 기자
우리은행(왼쪽), 농협은행 본사 전경. ⓒ각 사
우리은행(왼쪽), 농협은행 본사 전경. ⓒ각 사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농협은행은 '농협'이라는 특성상 아무래도 일반적인 시중은행들과는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에 발을 들여 놓는데에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을 거에요."

NH농협은행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 중 유일하게 인터넷전문은행에 지분을 투자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같이 분석했다.

당초 농협은행은 농업인들을 위해 설립된 특수은행인 만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일반 시중은행들 보다는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를 받던 농협은행이 달라졌다.

최근 뒤늦게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에 참전할 것을 예고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4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농협은행의 표면적인 이유는 크게 '투자수익'과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이다.

농협은행이 왜 갑자기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인지,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당장 농협금융의 부진한 실적이 먼저 눈에 띈다.

지난해 결산에서 농협금융지주는 5대 금융지주중 순이익 꼴찌를 기록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주력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실적부터 안정적으로 뒷받침 돼야한다.

즉 농협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에 뛰어드는 것은 수수료, 배당 등 '비이자이익' 부문의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내 이뤄질 경우 국내 금리도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감소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상황을 염두해 둔 포석이란 분석이다.

실제 농협은행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4215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37.3%나 감소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충당금 규모가 가장 컸던 KB국민은행을 제외하면 가장 실적이 좋지 않았다.

다만 같은 기간 농협은행의 이자이익은 1조9829억원으로 1289억원 증가했다. 반면 수수료이익과 유가증권운용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8억원, 325억원 감소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의 작년 당기순익은 1조7805억원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중 꼴찌에 자리했다. 설립 취지를 따지면서 '제4인터넷은행'을 외면하기에는 농협은행의 여유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현재까지 제4인터넷은행 인가 추진 의사를 내비친 곳은 유뱅크, 더존뱅크, KCD뱅크, 소소뱅크 컨소시엄 등 4곳이다. 농협은행은 4개의 컨소시엄중 어느곳에 참여할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더존뱅크는 신한은행이 참전을 검토중이며, 유뱅크는 현대해상과 IBK기업은행 참여가 유력시 되고 있다. KCD뱅크는 우리은행이 투자의향서를 전달한 상황이다.

◆이미 '케이뱅크 2대 주주'인 우리은행도 '제4인터넷은행' 인가전에 발들여 왜?

이런 관점에서 눈에 띄는 또 한 곳의 은행이 있다. 바로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도 이번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경쟁에 참전할 것으로 예고한 상황인데, 이미 제3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2대주주로 올라서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 하나은행이 토스뱅크에 지분을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시중은행들이 대부분 한 곳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행보다.

공교롭게도, 우리은행 역시 농협은행처럼 실적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익이 78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중 농협은행 바로 윗 순위에 안착했다. 더구나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 1분기 대규모의 ELS 충당금 비용을 적립함으로써 실적 관리가 부진했음에도, '홍콩 ELS' 악재가 없었던 우리은행은 이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여전히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올 1분기 우리은행의 이자이익은 1조87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억원 줄었으며, 비이자이익은 474억원 증가했다.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슬로건을 내걸고 절치부심하고 있지만 이자수익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비이자이익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런 관점에서 제4인터넷은행 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뱅 역할론 대두… 시중은행 '부캐'로 전락하나

한편 일각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들의 '부캐(부캐릭터)'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포용금융 실천'이라는 설립 취지와는 무색하게 안정적인 수익성에만 매몰된 인터넷전문은행과, 또 그러한 수익성을 기대하는 시중은행들의 활발한 투자가 맞물리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론이 희석될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3일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평가' 세미나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을 향한 비판적인 의견이 줄줄이 제기된 바 있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주담대 등 수익성 경쟁에 매진하고 있는 것을 두고 "설립 취지에 반하는 행보"라고 입을 모았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올해 1분기 말 주담대 잔액(전월세 대출 포함)은 약 31조39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7.5% 늘었다.

이와 관련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수익성이 올라가는 것은 좋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주담대 영역에서 수익을 계속 내는 것은 원래의 취지와 부합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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