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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연임 위기설' 은행장들… '구전문사'(求田問舍)는 안돼

권유승 기자

조병규 우리은행장(왼쪽), 이석용 농협은행장. ⓒ각 사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은 특히 자본여력이 있고 연임 생각이 있는 금융회사 수장들이 성과내기로 좋아보이기 때문에 더욱 인가경쟁에 참전하는 경향도 있어 보여요."

최근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 경쟁에 주요 은행들이 하나둘 뛰어들고 있는 것을 두고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같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거창한 품을 들이지 않아도 비교적 손쉽게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이는 은행장들의 표면적인 성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은행들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석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소리만 요란했지 실적에선 그동안 별 볼일 없었던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최근 성적표가 매우 좋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6월 대환대출플랫폼이 본격 가동된 이후 '주택담보대출' 등에서 큰 실적을 쌓고 있다. '포용금융확대'라는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지만 어쨌든 수익성 측면에선 나쁘지 않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1112억원으로 일부 지방은행보다도 높았으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케이뱅크는 507억원의 순이익으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토스뱅크 역시 148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3분기 연속 흑자를 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구멍 뚫린 내부통제로 연임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은행장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성과로 활로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특히 주목되는 은행들이 있다.

이미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2대주주로 올라서 있는 우리은행, 또 그간 주요 은행 중 유일하게 인터넷전문은행에 발을 두지 않았던 NH농협은행이다.

우리은행은 2022년 700억원대 횡령에 이어 최근 100억원대의 횡령 사건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던졌다.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검사 인력을 증원하면서 우리은행 본점까지 겨냥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더구나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실적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적립 규모가 5대 은행 중 가장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익이 78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하는 등 성적표마저 부진한 상황이다.

농협은행 역시 지난 3월 약 100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사고에 이어 지난달에는 총 64억원 규모의 배임사고 2건이 추가적으로 발생했다. 올해 1분기 순익은 42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7.3% 감소하며 5대 은행 중 하위권에 머물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말 임기만료를 앞둔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즉 두 은행장 모두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것인데 그 중 하나가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변모하고 있는 제4인터넷전문은행의 참여라는 분석이다.

'구전문사'(求田問舍)라는 말이 있다.

'논밭과 살림할 집을 구하는 데만 마음을 쓴다'는 뜻이다. 자기 일신상의 이익에만 마음을 쓸 뿐 원대한 뜻이 없음을 꼬집는 말이다.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호기롭게 내걸었던 우리은행이다. '주택담보대출'로 실적이 좋아진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나오는 비이자수익(배당)을 얻기 위해 소중한 자본의 기회비용을 쓰는 것은 군색하다. 우리은행은 이미 케이뱅크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제4인터넷전문은행에 발을 담그겠다는 것은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이란 원대함까지 스스로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농협은행도 그간 별 신경 쓰지 않았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참여에 갑작스럽게 나서는 것이 의아스럽다.

더구나 농협은행은 일반 시중은행이 아닌 특수은행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는 것은 본질과 맞지도 않고, 농업인을 위한 혁신 금융서비스로도 보이지 않는다. 농협은행이 현재까지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에 뛰어든 4개 컨소시엄 중 아직 어디에 참여할 것인지도 정하지 못했다는 자체가 투자 철학의 부재를 방증한다.

'내부통제 부실'과 '실적 부진'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우리은행·농협은행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보다 본질 경쟁력에 집중하는 전략, 즉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이 아닐까.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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