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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밸류業 금융⑤] ‘100억 횡령’사고 파장… 우리금융,‘밸류업’ 카드로 반전 가능할까

박기록 기자
ⓒ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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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KB금융지주에 이어 우리금융지주도 지난 24일 전자 공시를 통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예고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21일 열린 이사회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한 보고 및 논의를 진행했으며 이를 올해 3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KB금융지주도 지난달 27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를 통해 “2024년 4분기 중 이를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KB금융지주측은 “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 관련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르면서, KB금융의 현황, 향후 목표 설정, 계획 수립과 이행 평가 등이 담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밸류업 예고 공시는 KB금융이 먼저 했지만 실제 실행안은 우리금융이 5대 금융그룹중 가장 먼저 내놓게 됐다.

이제 시장의 관심사는 우리금융이 3분기에 내놓게될 ‘밸류업’의 내용이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프로그램 등 통상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강화와 관련한 내용들이 제시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의 이번 밸류업 예고 공시가 공교롭게도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대 횡령 사고에 파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시장에선 또 다른 배경에도 주목하고 있다.

즉, 공격적인 ‘밸류업’ 계획을 통해 우리금융이 내부통제 문제로 극도로 어수선해진 대내외 분위기를 전환해 보려는 카드라는 견해다.

앞서 지난 19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직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번 사고에 대해 '본점 까지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강경한 방침을 재확인한 직후, 금융권 검사 인력이 우리은행에 추가 파견된 상태다.

"현재 우리금융 입장에선 현재 최우선 현안은 밸류업이 아닌 위기관리 수습책"이란 게 일반의 시각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 CET1 비율 12% 그쳐… 과연 공격적 밸류업 가능한 상황인가?

그런데 문제는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중 하나인 자사주 소각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올 3월말 기준, 우리금융지주는 5대 금융지주사중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2%에 그쳐 국내 상장 지주사들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보통주 소각 등 공격적 주주환원에 나서려면 무엇보다 기초 체력이 강해야하는데, 증권가에선 이를 위한 마지노선을 ‘CET1 비율 13%’로 보고 있다. 만약 이를 밑돌 경우, 보통주 소각시 CET1 비율이 더 허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금융이 CET1비율을 지금보다 크게 개선시키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적 밸류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시장은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금리 4.27%(국고채 5년물 +91bp, 1bp=0.01%p)로 40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조건부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지만 이는 CET1 비율과는 무관하다.

우리금융은 앞서 올 1분기에 분기별 균등 배당 계획과 함께 1366억원을 투입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자사주 보유지분 1.24%를 매입‧소각한 바 있다.

우리금융측은 올 1분기 경영실적보고서에서 “위험가중자산수익률(RORWA)를 고려해 선별적 자산성장 등 자본비율 추가 개선을 위한 노력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현재 국내 은행권 전반적으로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RORWA 지표 관리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란 점을 고려할 때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을지는 유보적이다.

◆KB금융, ‘홍콩H ELS’ 자율배상 협상시점서 ‘밸류업’ 예고 공시해 뒷말

현재 국내 5대 금융지주사중 KB금융지주가 13.40%로 CET1 비율이 가장 높다.

그러나 CET1 비율은 최상위권이지만 ‘밸류업 예고’ 공시의 시점 논란에선 KB금융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지난달 27일 KB금융지주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를 낸달은 공교롭게도 ‘홍콩H 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피해 고객들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KB국민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의 자율배상 협의 공지가 본격적으로 전달되기 시작한 날이다.

이날 KB국민은행은 올해 1월 만기 도래한 6300여 건의 ELS 손실 확정 계좌(중도해지 포함)를 대상으로 협의를 시작하며, 고객들에게 자율배상 조정 절차와 방법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할 예정임을 알렸다.

주지하다시피 KB국민은행은 국내 은행권에서 압도적으로 홍콩H ELS 상품 판매 규모가 많은 은행이다. 이 때문에 올 1분기 실적에서 KB금융지주는 8620억원을 충당 부채로 반영해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30% 넘게 급감한 바 있다.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지표가 주가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칭찬받을 일이다.

현재 5대 금융그룹 뿐만 아니라 보험‧증권 등 적지않은 상장 금융회사들의 ‘밸류업’을 통한 주가관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밸류업 계획이 악재를 희석시키는 재료로 활용된다는 인식을 준다면 밸류업 노력의 순수성마저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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