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력이 회사 가치”… 성공 DNA로 무장한 시프트업, IPO 흥행 자신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게임 개발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성공한 타이틀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의도된 성공인지, 재현 가능한 성공인지다. 10년간 3개 타이틀을 개발했고 각각 동서양에서 인정받았다. 시프트업은 성공 DNA를 갖고 있고, 이를 이어나갈 자신이 있다.”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IPO(기업공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히며 회사 성장 잠재력을 강조했다.
시프트업과 주관사단은 오는 27일까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다음달 1일 공모가액을 확정한다. 이어 같은 달 2~3일 일반투자자(배정비율 25~30%)와 기관투자자(70~75%)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다. 계획대로면 내달 중 코스피에 상장한다.
시프트업 주당 희망공모가 범위는 4만7000~6만원, 공모예정 금액은 3407억5000만~4350억원이다. 공모주식 수는 전체 주식(신주 포함) 5802만5720주 중 12.5%다.
공모가가 6만원으로 확정되면 시가총액 3조4815억원의 대형 게임사가 탄생한다. 이는 크래프톤과 넷마블, 엔씨소프트에 이은 국내 게임상장사 중 4위 규모다.
◆니케와 스텔라블레이드는 아직 성장기… “성장 잠재력 높다”
시프트업은 이날 장르와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PLC(제품생애주기) 초기 단계의 다수 히트 IP(지식재산)를 보유한 것이 회사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승리의여신: 니케(이하 니케)’와 ‘스텔라블레이드’의 흥행 행보 등을 미뤄보면 성장 잠재력 또한 높다는 자신이다.
2022년 출시된 서브컬처 게임 니케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매출 1조를 돌파한 메가 히트작이다. 이에 힘입어 시프트업 작년 연매출은 16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5% 성장했다.
니케는 내러티브 중심의 세계관 확장과 주기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를 이어오고 있다. 6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이벤트와 계절 이벤트 등을 통해 글로벌 톱5 수준 인기 IP로 자리 잡았다.
안재우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올해 1~4월달 니케 매출을 연환산하면 전년보다 크다. 콘텐츠 구성이 하반기에 밀집되는 것을 감안하면 전망이 우호적”이라며 “1주년과 1.5주년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IP 밸류가 점차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페이트그랜드오더’나 ‘원신’ 등은 출시 후 오랜 시간이 경과했지만 여전히 최상위권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유저와 세계관 유대관계가 높으면 PLC가 길어지는 서브컬처 게임 속성에 기인한다. 니케도 꾸준히 우상향하는 흐름이라 장기 흥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4월 플레이스테이션5(PS5)로 독점 출시한 콘솔 액션 게임 스텔라블레이드는 전문 평론 사이트 메타 크리틱 이용자 평가에서 유저 평점 역대 최대인 9.2점을 기록하고, 일본과 북미 관련 스토어에서 월간 판매량 1위에 오르는 등 게임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안 CFO는 “스텔라블레이드는 월드 구성이나 화려한 그래픽과 전투 경험, 레벨 디자인 모두 글로벌 눈높이에 맞는 AAA급 수준”이라며 “글로벌 대형 타이틀 초반 수치와 비교해도 판매 잠재력이 매우 높다. 현재까지 100만장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시프트업은 향후 스텔라블레이드 PC 버전을 출시해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조 CFO는 “AAA급 게임 소비 장치가 PC로 이동하고 있다. 향후 PC 버전을 공개하면 IP 가치가 본격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PC버전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시프트업은 여타 서브컬처‧AAA급 게임과 비교해 두 게임의 PLC가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다면서,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IP 확장을 통해 경쟁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7년 신작 ‘프로젝트위치스(가제)’ 출시까지 다양한 해외 타이틀과 IP 협업을 진행하고, 게임의 영상화 등을 꾀해 지속적인 수익창출원으로 삼겠다는 심산이다.
김 대표는 니케와 스텔라블레이드간 협업 여지도 드러내 눈길을 모았다. 그는 “자세하게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스텔라블레이드와 니케 IP는 서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회를 검토하는 중이다. 조만간 좋은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게임사 경쟁력은 곧 개발자… 정예 인력으로 비용 절감까지
시프트업은 이날 또 다른 핵심 잠재력으로 개발 역량과 개발자 중심 기업 문화를 꼽았다. 시프트업 내 시니어 개발자 유지율은 100%, 개발자당 매출액은 약 6억3000억원으로 개발 인력 전반이 정예로 구성돼 있다.
김형태 대표만 해도 지난 27년간 게임을 개발해 온 1세대 원화가 출신이다. 이동기 스텔라블레이드 테크니컬 디렉터는 ‘블레이드앤소울’ 핵심 개발자, 지효근 아트 디렉터는 과거 영화 ‘설국열차’ 속 열차 디자인을 담당한 아트 팀장 출신이다.
김 대표는 “개발 중심의 개발자로서 상장 후에도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목표”라며 “상장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올려 좋은 개발자를 영입하려고 한다. 게임은 개발자가 만드는 것이고, 실력있는 개발자가 개발에 임하는 것이 회사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프트업은 개발 과정 신속화를 위해 인공지능(AI) 기술 연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개발자의 단순 반복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목적일 뿐, AI 결과물이 이용자 소비로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개발 중간 단계를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시프트업 아이덴티티를 가진 채로 회사 공정에 녹아드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립 부사장도 “‘데스티니차일드’나 니케, 스텔라블레이드 등엔 AI를 통한 결과물이 포함되지 않았다. 제작 공정 과정에서 효율화를 더할 부분이 있는지 찾고 있다. 제품 보다는 개발자 관점에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시프트업은 특유의 개발 경쟁력이 자연스러운 비용 효율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프트업 작년 마진율은 66%로 매우 높다. 조 CFO에 따르면 스텔라블레이드는 여타 AAA급 작품과 비교해 개발 기간은 2/3, 개발 인력과 비용은 1/3 수준에 그친다.
조 CFO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구체적인 프로토타입을 제시해 개발 의사 결정을 효율화하고 있다”면서 “니케와 스텔라블레이드는 경쟁 게임과 비교해 투입 인력, 개발 비용 모두 모두 낮다.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비용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게임 서비스를 외부 퍼블리싱에 의존하고 있지만, IP 파워와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유리한 수익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니케와 스텔라블레이드 모두 성공한 만큼 차기작에서는 더욱 우호적인 퍼블리싱 계약 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텐센트 오버행 우려?… “우호적인 관계” 자신
시프트업은 이날 대표적인 시장 우려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시프트업은 피어(비교) 그룹 라인업을 스퀘어에닉스, 사이버에이전트, 카도카와 등 일본 개발사로 전부 구성해 눈길을 모았다.
IP 공룡들로 구성한 피어 그룹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대해 민 부사장은 “주관사와 많은 논의를 거쳤다. 매출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출시한 게임 장르 유사성, 콘솔 타이틀 보유면에서의 유사성, 게임사업부문의 이익 기여도 등이 높은 부분에 착안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2대 주주인 중국 개발사 텐센트와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텐센트는 공모 후 시프트업 지분 35.03%를 갖는다. 6개월 후 보호예수가 풀려 오버행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 부사장은 “향후 텐센트 행보에 대해선 텐센트가 답하는 게 맞을 것”이라면서도 “시프트업은 텐센트와 무관하게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텐센트와 관계도 매우 우호적이다. 경영진 간에도 인사이트를 나누면서 주기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텐센트 등 외부 퍼블리셔와의 협업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준석 CBO(최고사업책임자)는 “현재로선 최고의 파트너사와 협업하는 것이 성공 지름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단기적으로는 개발 집중 문화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자체 퍼블리싱 역량을 갖추고, 스스로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실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프트업은 상장 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밝혔다. 민 부사장은 “아직 상장 준비 단계라 구체적인 방안을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최근 정부나 기관이 강조하는 만큼 상장사로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노력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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