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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삼성화재 'UI 표절' 논란… 너무나 당연해진 보험업계의 '카피캣'

권유승 기자
삼성화재(왼쪽)와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온라인 해외여행자보험 가입 페이지 비교.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삼성화재(왼쪽)와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온라인 해외여행자보험 가입 페이지 비교.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최근 손해보험업계 1위 보험사인 삼성화재가 때아닌 표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22년 출범한 신생 보험사인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삼성화재가 자사 해외여행보험의 모바일 가입 절차를 그대로 베꼈다"며 공식적인 사과와 프로세스 개편을 촉구하고 나선 것.

앞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삼성화재가 개편한 해외여행보험 온라인 상품은 가입 단계나 화면 구성 및 UI, 레이아웃 및 안내문구 등 모든 측면에서 당사의 해외여행보험 가입 프로세스 및 화면과 100% 가까이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는 "표절과는 무관하다"며 크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다이렉트 해외여행자보험은 삼성화재가 원조인데, 동종업계 타사들도 삼성화재의 온라인 계약과정을 유사하게 운영중"이라는 입장이다.

여타 보험업계 관계자들 역시 "문구까지 똑같은 것은 의심을 살만하다"면서도 해당 이슈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를 삼고 있지는 않는 분위기다.

그런데 사실 이같은 반응은 다소 의외다. 국내 보험업계의 눈높이(?)에선 이는 헤프닝 정도에 불과하다.

왜 그럴까.

보험업계의 일명 '베끼기 관행'은 과거부터 만연했다.

'자살보험금 사태'가 대표적이다. 자살보험금 사태는 약관상의 오류로 생명보험사들이 지급해야할 보험금이 수천억원으로 불어난 사건을 말한다.

지난 2001년 동아생명(현 KDB생명)은 일본 상품의 약관을 베끼는 과정에서 실수로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약관을 만들었는데, 다른 생보사들도 줄줄이 해당 약관을 표절해 상품을 내놓으면서 문제가 커지게 됐다.

이는 소송전으로도 비화됐다.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는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예고·확정된 이후 뒤늦게야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즉시연금 사태'도 베끼기 관행에서 비롯됐다. 일본 상품의 약관을 표절하는 과정에서 번역 오류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던 것이다.

즉시연금은 한꺼번에 목돈을 예치한 뒤 즉시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생보사들이 만기환급금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연금월액의 일부를 사업비 등으로 공제했는데, 가입자들은 이 같은 내용이 약관에 나와있지 않다며 금융당국에 민원을 넣었다. 2018년 기준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 금액만 1조원에 달했다.

이 외에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보험업계의 '상품 베끼기'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하나의 히트 상품이 나오면 비슷한 상품이 줄줄이 나오곤 한다. 이에 대해 업계 내에선 크게 문제를 삼지도, 신경을 쓰지도 않는 모습이다.

너무나 당연해진 보험업계의 '베끼기 관행', 그렇다보니 이젠 웬만한 잘못에 대해서는 무뎌진 기준에 집단적으로 길들여진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사족을 달자면, 이번 논란으로 확실해진 것은 하나 있다. 카카오페이손보의 모바일 UI는 남들이 베낄만큼 매우 우수하다는 것이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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