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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D] 고래 삼키려는 새우? 오아시스의 11번가 인수 시도, 득일까 실일까

왕진화 기자

[ⓒ오아시스마켓]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가 국내 3위의 종합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인수 의지를 밝혔습니다. 간만의 업체 간 인수 소식인데,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꼴이어서 유통업계 이목도 단번에 끌었는데요. 과연 기업공개(IPO) 재도전을 앞둔 ‘흑자 기업’ 오아시스와 5000억원대 투자금 회수가 급선무인 11번가 재무적 투자자(FI) 모두 만족하는 결론을 얻을 수 있을까요?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최근 11번가 매각을 주도하는 나일홀딩스컨소시엄에 인수 의향을 전달했습니다. 11번가 인수 희망 업체가 실질적으로 등장한 건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과 FI 간 협상이 지난해 10월 최종 결렬된 이래 8개월 만입니다.

◆오아시스는 11번가를 왜 인수하려고 하는 걸까?=몸집 자체는 당연히 11번가가 큽니다. 여러 근거가 있지만 단적으로 월간활성이용자수(MAU)만을 살펴봐도 그렇습니다. 오아시스 MAU는 30만명 안팎에 그치지만, 11번가 MAU는 700만명에서 800만명 사이를 오가죠.

지난해 기준 11번가와 오아시스 매출액은 각각 8655억원, 4754억원입니다. 오아시스가 11번가를 인수하면, 연 매출 단순 합산 경우 1조원을 훌쩍 넘기는데요. 외형으로만 따져보면 신세계 이커머스 자회사 G마켓(지마켓)을 뛰어넘습니다. 왜냐하면 G마켓 지난해 매출이 1조1967억원이었거든요.

오아시스 경우 11번가를 품에 안는다면, 컬리처럼 신선식품을 넘는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단숨에 도약할 수 있습니다. 핵심 사업인 신선식품에 월 800만명이 이용하는 오픈마켓까지 품어 물류, 고객 기반 등에서의 시너지를 꾀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11번가가 고강도 긴축 속에 수익 개선의 희망을 보여준 것도 오아시스에 고무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11번가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19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8.7% 줄었는데요. 특히 1∼5월 누적 세금·이자·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실적 개선 당시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오픈마켓 사업의 수익성 확보와 리테일 사업의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올해 2분기에도 핵심 경쟁력에 대한 집중 투자와 과감한 사업구조 개편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는데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흑자 기업인 오아시스가 적자 기업인 11번가의 체질을 바꿔줄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신선식품 직매입 사업 중심의 오아시스는 독자 개발한 물류 솔루션 오아시스루트 등을 활용해 효과적인 비용 절감을 이뤄낸 것으로도 주목받는데요. 지난해 1258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냈었던 11번가도 오아시스를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된다면,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신선식품과 연계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합니다.

[ⓒ11번가, 연합뉴스]

◆인수,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우선, 오아시스가 최근 언론을 통해 인수 의지를 공식화했기에 반년 넘게 지지부진하던 11번가 매각 작업도 다시 추진력이 붙은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1번가를 적극적으로 사겠다고 하는 업체가 없어 FI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오아시스는 그동안 11번가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언급되지 않은 업체여서 업계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은 결정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오아시스는 내부적으로 IPO 재도전과 사업 확장 등의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상당 기간 11번가 인수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초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기업 가치 평가액이 내부 예상보다 낮게 나오는 등 수요 예측 결과가 기대를 벗어나자 상장 계획을 철회했지요.

오아시스는 IPO에 성공하려면 몸값을 키워야 한다고 본 것 같습니다. 그 방편으로 매출액이 자사 2배에 가까운 11번가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습니다. IPO에서도 11번가를 품은 오아시스라면 1조원대의 기업가치를 가질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오아시스의 11번가 인수가 최종적으로 성공하려면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 가장 크겠죠. 우선 FI가 원하는 희망 매각 가격은 ‘5000억원+α’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올해 1분기 기준 오아시스 현금보유액은 1200억원대이지요.

오아시스가 이 금액을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까요? 우선, 오아시스는 지분 교환 방식의 인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사 주식 일부와 물류 관계사인 루트의 신주를 11번가 지분 100%와 맞바꾸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FI는 11번가를 매각하는 주 이유가 사실 투자금 회수거든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옵션일 수도 있습니다.

투자업계에선 FI가 오아시스의 IPO 재도전 및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본다면 충분한 차선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이렇게 되려면 주요 출자자(LP)로부터 모두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요. 11번가가 이런 식으로 매각된다면 국민연금(출자금 3500억원), PEF 운용사 H&Q코리아(1000억원)와 MG새마을금고(500억원) 등은 오아시스가 상장하고 나서야 비로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됩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오아시스가 인수 협상 과정에서 인수금융이나 제3의 FI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분 일부를 FI가 원하는 대로 현금으로 지급할 수도 있으니까요. 어찌됐든 결론적으론 난항이 예상되지만,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에 적극적인 만큼 극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한편, 11번가는 지난 5월 전사 타운홀미팅을 통해 ▲중장기 전략의 토대인 이커머스 근원적 경쟁력 강화 ▲견조한 트래픽 기반 성장 모델 구축 ▲기업간거래(B2B) 서비스 강화 등에 주력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함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 올해 오픈마켓 사업 흑자와 2025년 리테일 사업을 포함한 전사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었는데요. 탄탄한 실적과 신선식품 강자라는 오아시스라는 파트너를 만난다면 이같은 전략에 가속도는 충분히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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