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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되겠냐” 냉소에도 꿋꿋… 새 시대 연 ‘개발자’ 김형태 [시프트업 상장①] 

문대찬 기자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 [ⓒ소니]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 [ⓒ소니]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11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시프트업이 공모가(6만원) 대비 18.3% 상승한 7만1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8만9500원을 기록하며 게임 업종 시총 2위까지 오르는 등 회사에 쏠린 시장 기대감을 재확인했다. 장 마감 기준 시총은 4조1200억원으로, 3위 엔씨소프트(이하 엔씨‧4조2000억원)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 2013년 출범한 시프트업은 작년 매출 1686억원, 영업이익 1110억원을 기록했다. 규모만 놓고 보면 경쟁사 카카오게임즈(1조241억원), 펄어비스(3335억원)에 못미친다. 흑자도 2022년에야 냈다. 공모가 기준 3조5000억원 몸값이 책정된 시프트업이 고평가 논란에 시달린 이유다.

그럼에도 시프트업은 상장 전부터 투자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은 225.94대1에 달했고,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경쟁률은 341대1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으로는 18조5600억원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업계는 시프트업 특유의 개발력이 IPO(기업공개) 흥행을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개발자 정신’으로 무장한 김형태 대표의 방향성이 투자자 신뢰를 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소프트맥스의 명작 ‘창세기전’ 일러스트레이터로 이름을 날린 김 대표는 엔씨 ‘블레이드앤소울’ 개발에 참여해 게임을 흥행시키면서 본격적인 개발자의 길을 걸었다.

엔씨를 나와 시프트업 수장이 된 그는 자신만의 화풍을 살린 게임들로 회사 정체성을 구축해 나갔다. 서브컬처 게임 ‘데스티니차일드’로 시장 수요를 확인한 그는, 2022년 모바일 서브컬처게임 ‘승리의여신: 니케(이하 니케)’를 출시해 흥행시키며 회사 도약을 이끌었다.

시프트업의 콘솔 어드벤처 액션 게임 스텔라블레이드. [ⓒ시프트업]
시프트업의 콘솔 어드벤처 액션 게임 스텔라블레이드. [ⓒ시프트업]

김 대표는 동시에 콘솔 어드벤처 액션 게임 ‘스텔라블레이드’ 개발에도 돌입했다. 당시 국내 업계에선 콘솔 게임 개발 수요가 적었고, 시프트업은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전무했던 것을 감안하면 도전적인 결정이었다. 실제 김 대표를 향한 냉소도 적잖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는 지난 4월 스텔라블레이드 출시 기념 간담회에서 “‘왜 돈도 안 되는 일을 하냐’, ‘리니지라이크 하나면 편하게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등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게임 개발에 매진했다. 그의 고집은 결과적으로 시프트업을 게임 업종 시총 4위 게임사로 이끈 결정적 계기가 됐다.

플레이스테이션5(PS5)로 독점 출시한 스텔라블레이드는 전문 평론 사이트 메타 크리틱 이용자 평가에서 유저 평점 역대 최대인 9.2점을 기록하고, 일본과 북미 관련 스토어에서 월간 판매량 1위에 오르는 등 게임성과 흥행을 모두 잡았다. 판매량은 100만장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를 통해 시프트업은 회사 가치의 걸림돌이었던 원(One) IP 리스크를 일부 벗어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니케 흥행만으로는 시프트업이 이 정도 가치를 평가받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스텔라블레이드로 차별화된 개발 경쟁력을 보여준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대표가 개발자로서의 뚝심을 지켰기에 좋은 게임이 나왔던 것 아니겠느냐”고 부연했다.

현재 시프트업 내 시니어 개발자 유지율은 100%, 개발자당 매출액은 약 6억3000억원으로 개발 인력 전반이 정예로 구성돼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역량을 갖춘 개발자를 지속 채용해 개발자 중심 회사 문화를 강화하고, 높은 개발 경쟁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앞선 IPO 간담회에서 “개발 중심의 개발자로서 상장 후에도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목표”라며 “상장으로 올린 브랜드 가치를 통해 좋은 개발자를 영입하려고 한다. 게임은 개발자가 만드는 것이고, 실력있는 개발자가 개발에 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게임 개발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성공한 타이틀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의도된 성공인지, 재현 가능한 성공인지다. 10년간 3개 타이틀을 개발했고 각각 동서양에서 인정받았다. 시프트업은 성공 DNA를 갖고 있고, 이를 이어나갈 자신이 있다”고 자신했다.

한편 시프트업은 공모를 통해 마련된 자금 상당수도 기존 지식재산(IP) 확장과 게임 개발 인프라 강화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니케 IP에 4년간 660억원, 스텔라블레이드 IP에 110억원을 사용한다. ‘프로젝트위치스’ 등 신작 게임 개발 및 IP 매입에는 1010억원을 투입한다.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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