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석용 농협은행장… 나란히 연임 물건너가나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용 농협은행 행장의 연임이 불투명하다.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이 부진한 실적에 더해 각종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문제까지 드러나면서 비판적인 시선을 받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에서는 이들을 향한 본격적인 지배구조 점검까지 나선 상황이어서 실낱같던 연임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농협 지배구조 정점에 자리하고 있는 농협중앙회에 강호동 회장이 새로운 수장으로 올해 취임하면서 임기만료 농협계열사들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석준 회장과 이석용 행장이 올해 말 나란히 '2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연임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농협금융은 통상적으로 CEO 임기와 관련, 2년 임기를 마치더라도 1년을 연장하는 '2+1' 사례도 적지않았으나 공교롭게도 농협금융을 둘러싼 여러 악재와 상황들이 이같은 기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부진한 실적에 연임 발목 잡히나
우선 연임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는 저조한 실적이 꼽힌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조2343억원으로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5대 금융 중 꼴찌로 마감했다. 지난해 상반기 우리금융을 제치고 반짝 4위권의 자리를 맛보기도 했지만 또다시 꼴찌로 전락했다.
올해 1분기에도 상황은 좋지 못했다. 농협금융의 올 1분기 순익은 무려 31.2% 급감한 6512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에 대한 충당부채를 3416억원 적립한 영향이 컸다.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실적도 처참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익이 1조7805억원으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5대 은행 중 꼴찌였다. 올 1분기 순익 역시 4215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37.3% 쪼그라들었다. 홍콩 ELS 충당금 규모가 가장 컸던 국민은행을 제외하면 5대 은행 중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올해만 174억원 배임사고…내부통제 문제 도마위
이런 가운데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은 각종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문제까지 도마위에 올랐다.
농협은행은 올해들어 총 174억원 규모의 배임사고가 드러났다. 지난 3월 110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에 이어 5월 64억원 규모의 배임사고 2건이 추가로 발생했다.
금감원도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실시하며 내부통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은행 A지점 직원은 부동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이들과 공모해 사문서 위조・행사(허위계약서 작성 등) 및 담보가액 부풀리기를 통해 거액의 부당대출을 취급했다.
농협은행 B지점 직원의 경우 국내 실정에 어두운 귀화 외국인 고객의 동의없이 펀드 2억원을 무단 해지해 횡령했다. 특히 이 직원은 다른 금융사고로 이미 내부감사시 적발된 직원이었으나 적절히 관리되지 않아 추가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농협금융 정조준 나선 금감원…지배구조 개선 촉구
금감원이 농협금융 지배구조를 정조준 하고 나섰다는 점도 연임의 변수로 거론된다.
금감원은 앞서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3건의 직원 배임사고 등 각종 금융사고들이 농협금융의 기형적인 지배구조 문제에 기인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지난해말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금융권의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했으며, 올 상반기 이행 계획을 제출 받고 점검에 나섰다.
농협금융은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운영 기간을 기존 45일에서 90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수용하기 위한 조치로, 이석준 회장의 후임을 본격적으로 찾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농협중앙회에 신임 회장 선임…대대적 물갈이 예고
올해 농협중앙회에 새로운 회장이 선임되면서 농협계열사 사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농협그룹은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등으로 내려오는 이른바 '조폭 거버넌스'의 형태를 띄고 있어서다.
실제 그간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의 막강한 권력과 그에 따른 지나친 금융계열사 경영진 인사 개입 논란 등의 지적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석준 회장은 강호동 농협금융 회장과 지난 3월 계열사 대표 선임과정에서 일종의 '신경전'을 벌인 이력이 있다. 즉 이번 인사에서 이 회장이 강 회장의 눈 밖에 날 확률이 높을 것이란 추측이다.
실제 강 회장 취임 이후 농협중앙회와 계열사 주요 보직이 강회장 측근 인물들로 채워져 '측근 챙기기'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강호동 캠프의 내려꽂기 인사가 농협 안팎에서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강 회장은 지난 5월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대 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는 연임을 제한하고 사고 발생 시 관련 책임자도 즉시 업무를 정지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어 눈길을 끌었다.
내부통제 문제로 도마위에 올랐던 이석용 행장은 물론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또 다른 계열사인 농협생명 윤해진 대표 등의 거취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은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상당히 강한 조직으로 사실상 계열사 대표의 인사권은 농협중앙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특히 올해 농협중앙회에 신임 회장이 선임되면서 대대적인 계열사 인사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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