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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기로에 선 KT 클라우드 미래

권하영 기자
김영섭 KT 대표(왼쪽)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 겸 이사회 의장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KT]
김영섭 KT 대표(왼쪽)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 겸 이사회 의장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KT]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 기업이 클라우드 시장에서 CSP로 승부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MSP만 보고 있는 것이고요.”

최근 클라우드 MSP 사업 강화 계획을 밝힌 모 대기업 계열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를 판매하는 CSP(Cloud Service Provider)보다는 외부 클라우드를 재판매하는 MSP(Managed Service Provider)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유는 분명하다. 클라우드 시장은 분명 앞으로 더 성장할 테지만, CSP라는 비즈니스모델 자체는 사실 쉬운 길이 아니다. 엄청난 투자와 기술력이 필요한 사업인데다, 그럼에도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해 있어 경쟁이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멀티 클라우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나 국내 시장에서나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CSP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압도적이고 이들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와 선호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토종 CSP들이 국내에서 주로 공공 클라우드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한 것도 그래서다. 공공 시장은 데이터 주권 때문에 외산 CSP에 대한 진입규제를 두고 있어 그동안 국산 CSP들이 파이를 나눠가졌는데, 최근엔 이 규제마저 완화되는 추세라 녹록지 않다.

이런 가운데, 자회사 KT클라우드를 통해 CSP 사업을 하고 있는 KT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KT가 자체 클라우드에 힘을 빼고, 글로벌 CSP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그들의 클라우드를 재판매하는 MSP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시그널이 엿보인다.

KT는 지난달 MS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AI·클라우드 분야 협력을 도모하기로 했는데, 최근 그 첫 단계로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를 5년간 1600억원 규모로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KT 내부 시스템에 애저를 도입할 뿐만 아니라 공공·금융·교육 등 외부 고객사에 이를 공급하는 용도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KT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자체 클라우드에 대한 사업 의지가 없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시장에 자기 제품을 팔아야 하는 사업자가 정작 본인은 다른 잘나가는 회사의 같은 종류 제품을 사들여 쓰고 있다면, 과연 고객에게 자기 제품을 사라고 설득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KT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지만, 실제 클라우드 업계에선 다르게 본다. 한 CSP사 관계자는 “KT가 1600억원 규모 애저 이용계약을 맺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며 “CSP를 둔 회사들은 멀티 클라우드나 연구용으로 일부 외부 클라우드를 쓰긴 해도 그룹사 물량을 최대한 자체적으로 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국에 KT는 CSP 대신 MSP로 클라우드 사업 방향을 선회하려는 것일까? 외산 클라우드와의 좁혀지지 않는 격차, 국내 공공 시장에 거의 한정된 고객 범위,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비즈니스모델,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구조 등 쉽지 않은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CSP보다 MSP에 무게를 두려는 게 합리적인 판단일 수도 있다.

다만 그렇게 되면 CSP사인 KT클라우드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과연 그룹 차원에서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한 대목이다. 이미 KT는 지난해 연간실적 발표자료를 통해 “중장기 MSP 전환을 계획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대해 최지웅 KT클라우드 대표는 한 공식석상에서 “KT클라우드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KT클라우드 내부에선 불안감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KT클라우드가 기존에 담당하던 그룹사 클라우드 수요를 결국 MS가 대체해나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T클라우드의 지난해 별도 매출이 6700억원 정도인데, 전체 매출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년 애저 사용에 쓰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KT가 클라우드 사업부를 분사한 것 자체가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4월 분사 전까지 KT의 클라우드 사업은 매분기 두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찍는 고성장 엔진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도 내부 반발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히려 KT 내부에 계속 존재했다면 MSP 전환도 훨씬 쉬운 문제였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정된 자원과 역량 안에서 최대 결과를 뽑아내는 것이다. KT의 풍부한 IDC 인프라 경쟁력과 영업망,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판단이 나오길 바란다. 특히나 긴 경영 공백으로 불분명해진 KT의 클라우드 사업 방향을 분명히 할 때가 왔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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