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수 수준에 소름 돋아..." 극한호우는 왜 야밤을 습격하나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요즘 한반도 장마는 집중호우를 넘어선 '극한호우'의 시대다. 문제는 폭포에 비견되는 극한호우가 주로 야밤에 집중돼 대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극한호우란 용어는 아직 대중에게 낯선 편이다. 기상청이 지난해 6월에 기준을 규정한 비교적 신생 용어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론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mm 이상이면서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mm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만약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mm 이상이면 즉시 극한호우로 판단된다.
국내 기준으로 과거에도 '상당히 강한 비바람'으로 분류되던 시간당 20~30mm 수준의 강수량이 집중호우로 분류된 것과 비교해 극한호우는 강수량이 2배 이상이다. 또한 70mm를 넘어설 경우 폭포수를 직접 맞는 수준과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간당 100mm에 달하는 강수량도 이미 올해에만 국내에서 8번 이상 기록된 만큼 전국 각지 하늘에 '폭포수가 쏟아지고 있다'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그보다 적은 50mm 이상의 비도 대부분 지역에서 크고 작은 침수피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극한호우가 예보된 경우 법적으로 재난안전문자 발송도 가능해졌다. 올여름 극한호우 주의 문자가 본격 수신되기 시작한 까닭이다.
극한호우의 발생빈도도 높다. 23일 기준 전국에서 이미 10여차례 발생했으며 지난 22일 밤에도 김포지역을 비롯한 서울·경기권 다수에 극한호우 주의 재난문자가 발송된 바 있다. 실제로 극한호우가 절정에 다다른 시점 실내외에서 이를 경험한 사람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수준", "집 밖에 세워둔 차가 물에 잠길까 소름이 돋았다"며 이전과 차원이 다른 강수량에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비는 왜 하필 많은 사람이 잠든 밤과 새벽 시간대에 집중될까? 전문가들은 극심해진 일교차, 남쪽에 펼쳐진 북태평양고기압과 찬공기의 충돌 등을 꼽는다. 한반도 주변의 비구름은 주로 바다와 대기의 온도 차이가 클수록 크게 발달한다. 이는 수온이 높아질수록 수면 위 공기가 가열돼 상승하는 점, 여기에 포함된 수증기가 기온이 낮아진 상공에선 냉각 및 응결되는 과정에서 구름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한 수온 상승과 다량의 수증기 발생이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또한 기온이 낮아지는 밤 시간에는 한반도 상층의 차가운 공기가 내려오며 뜨겁고 습한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과 충돌해 다시 많은 양의 비구름을 만들어낸다. 결국 이렇게 만들어진 다량의 구름이 밤사이 한반도를 관통할 때 늦은 밤부터 아침 사이에 쏟아지는 극한호우의 패턴을 만드는 상황인 것이다. 즉 밤사이 내리는 비가 기상학적으로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부쩍 강해진 폭우 탓에 시민들이 체감하는 세기와 불안감은 전보다 훨씬 커진 모양새다.
또다른 문제는 대비책이 마땅치 않은 점이다. 강수량과 침수 수준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대응할 수 있는 낮 시간과 달리 취침 중에는 대응이 크게 늦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한번 호우가 시작된 이후에는 강한 비바람과 함께 지형에 따른 침수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외출도 금물이다. 현재로서 개인은 극한호우에 앞서 발송되는 재난문자에 따라 미리 거주지 주변을 정비하고 만약의 경우 고지대로 즉시 대피할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해 두는 것이 최선이다.
정부에서는 각종 배수 및 차수 시설을 달라진 강수 기준에 맞춰 빠르게 확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서울에서는 도심 내 빗물터널 확대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020년 준공된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 지하에 최대 32만톤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대심도 빗물터널'이 좋은 사례다. 시간당 최대 100mm의 비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공 후 현재까지 해당 지역에서의 침수피해를 크게 줄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지난 4월 조달청은 강남역, 광화문, 도림천 일대 등 매년 여름 상습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빗물배수터널 공사 공고를 잇따라 내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향후 한반도 강수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정책 규모를 지금보다 공격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따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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