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과 장밋빛 미래 그리던 카카오엔터, 김범수 구속에 또 긴장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 간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한 지 세 달도 채 되지 않은 가운데, 3사 구심점 역할을 하는 카카오엔터에 또다시 먹구름이 끼는 모양새다.
카카오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의장이자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인 김범수 창업자가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의혹으로 구속되면서다. 카카오엔터는 사법 리스크와 별개로 SM 지식재산(IP)을 활용해 해외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었지만, 김 창업자 구속으로 향후 사업에 적신호가 커졌다.
김 창업자 구속은 카카오 그룹이 SM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위법성 증거가 어느 정도 인정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결합 이후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SM과 협업 사례를 알리던 카카오엔터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됐다. 당장 하반기 공개를 앞둔 양 사 프로젝트들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2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작년 3월 카카오와 함께 SM 최대 주주가 된 이래 카카오엔터 아메리카와 SM USA 역할을 합친 북미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협업에 매진해 왔다.
올해 초에는 권기수·장윤중 공동대표 체제로 변화도 꾀했다. 두 달여 간 내정자 신분으로 쇄신 태스크포스(TF)를 이끈 두 대표는 지난 4월 임직원들과 취임 첫 타운홀 미팅을 열고 뮤직·스토리·미디어 영역 새 사업 비전과 사업별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당시 회사 측은 SM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올해 주요 사업들로 SM과의 협업이 예고됐다. SM과 협업 전초 기지인 뮤직 사업 경우, K팝 음악과 아티스트 IP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 온 장윤중 대표가 직접 주도하는 음악IP부문을 신설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SM 인수와 관련한 카카오 사법 리스크가 작년 하반기 본격화하자 중장기적인 사업 불확실성은 줄곧 카카오엔터 발목을 잡았다. 카카오·카카오엔터가 SM 주식 39.87%를 취득해 최대 주주에 오른 지 약 1년 만인 지난 5월,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며 카카오엔터는 큰 산을 넘었다.
카카오엔터는 올 하반기 SM과 북미 통합법인을 거점으로 SM 소속 아티스트를 포함한 K팝 IP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속도 낼 계획이었다. 영국 엔터테인먼트 및 TV프로그램 제작사 ‘문앤백(Moon&Back)’과 손잡고 결성한 영국 보이그룹이 하반기 공식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들 성장 과정을 담은 6부작 TV 시리즈도 BBC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SM과 IP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카카오게임즈는 국내외 출시를 목표로 SM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는 디지털 컬렉션 모바일 게임 ‘SM 게임 스테이션(가제)’을 개발한다. 이 외에도 카카오엔터와 SM은 여러 영역에서 글로벌 현지 IP 공동 발굴 및 제작을 모색하고 있다.
카카오엔터가 숨을 돌린 것도 잠시, 김 창업자 구속 영향으로 향후 SM을 필두로 한 성장 전략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지 우려가 커진다. 일각에서는 향후 김 창업자 사법 리스크 해소보다 내부 재정비가 실질적인 기업 운영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제언도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진 리스크를 뒷받침하는 건 조직 구조인데 현재 카카오 조직구조는 유기적이지 않다”면서 “잘 갖춰진 조직구조 아래 주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장한다면 사법 리스크가 어떻든 충분히 극복할 수 있겠지만, 이런 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경영진 리더십이 필요한 문제라 내부적인 고민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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