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가해자를 왜 보호하나요!” 티몬 사옥은, 현재 지옥 ‘그 자체’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제 아이와 아내는 이 건물 지하 1층에 있어요.”
26일 오후 2시, 서울 신사역 부근 티몬 신사옥. 경찰차와 소방차, 그리고 수많은 시민과 ‘티몬 정산금 지연 사태’에 얽힌 이들로 신사옥은 뒤덮여 있었다. 파란 티셔츠를 입은 아이 아빠는 이미 더위에 지쳐 있었지만, “그래도 저희(가족)는 800번대인데, 600번 전까진 지하 1층에서 환불 접수 중이라더군요, 저희도 곧 하겠죠”하며 아이와 아내를 걱정했다.
그는 이날 새벽에야 환불 접수를 수기로 완료해둔 상황이었다. 아이와 아내를 현장에 남긴 채 잠시 정비를 마치고 다시 돌아왔는데, 일부 관계자들이 지하 1층으로 환불 인파들을 데리고 내려갔다. 아이와 아내는 1층으로 다신 올라올 수 없었다. 환불을 정확히 받아야만 마음을 편히 두고 나갈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그가 지하 1층으로 따라갈 수도 없었다. 600번대부터 온갖 피해자들이 지하로 갈 수 있는 통로를 막아놨다.
신사옥 1층 벽은 통유리로 만들어져 안쪽도 훤히 보였는데, 그 흔한 책상도, 의자도, 아무런 시설조차 없었다. 1층에서 2층, 혹은 지하 1층으로 갈 수 있는 길목은 전날 새벽부터 밤을 샌 이들로 막혀 있었다.
이날 티몬 신사옥 현장은 지난 25일 서울 삼성역 인근 위메프 본사 속 환불 대기 상황과는 심각하게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더운 날씨에 에어컨 한 점 없이 오직 환불을 위해 부산에서, 포항에서 올라온 이들까지 무한정 대기를 했다.
그 인파를 헤집고, 눈길들을 무시한 채 가까스로 1층 가장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2층은 화장실로 갈 수 있는 계단이었고, 지하 1층이 환불이 이뤄진다는 그곳이었다. 환불 시스템은 총 3개였지만, 1개가 그 와중에 고장이 나 세팅을 다시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한 사람당 차례대로 줄을 서 정확한 환불 접수를 이어갔지만, 5분여가 걸린다는 게 티몬 관계자의 계단 속 전언.
입금 자체가 그 자리에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하 1층을 나가는 사람들은 사실상 더위와 배고픔을 못 견디고 지친 이들 뿐이었다.
환불이 이뤄진다는 그 현장엔 오후 2시부터 4시 기준, 절대로 갈 수 없었다. 입구가 철저히 통제됐고 원망과 짜증을 외치는 소리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들어가려고 하진 않았다. 그 자리 자체에서도 취재가 원활하게 잘 됐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오후 6시에 왔다는 A씨는 1층에 여전히 대기하면서도,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600번대, 700번대 등 각 백 자리 숫자의 대표들이 뽑히고, 그들은 지하 1층을 드나들 수도 있었다. 1000번대 이후인 이가 지하 1층으로 진입하겠다고 막무가내로 밀어부치면 그들이 기세등등하게 돌려보냈다. 누가 주지도 않은 권력을 뒤에 업은 채 경찰을 대동하며 환불 순서를 큰 소리로 알리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건물 관리사무소장은 곳곳에 건물 사용을 주의해달라는 안내문을 붙이러 돌아다녔지만, 경찰과 피해자들 모두 “지하로 못 들어갑니다!”라며 그를 끌어냈다. 그가 눈치를 보며 관리사무소장이라고 신원을 제대로 밝혀내고서야 반 층만 겨우 내려갈 수 있었다.
그곳은 피해자가 피해자를 통제하는 지옥이나 다름 없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건 사실상 질서 유지를 위해 배치된 경찰들 뿐이었다. 지난 티몬 행사 취재 때 봤던 MD들이나 실장급 인사들은 빠르게 지하 1층과 2층을 오가며 회의를 지속했지만 안에 갇힌 인파들은 좀처럼 나오질 않았다.
오직 카더라만 그 자리에서 존재했다. 그마저도 들리지 않는다며 큰 소리로 짜증을 내는 이들은 덤이었다. 1시간마다 5명 수준이 환불을 접수한다고 전해지자, 처리 속도에 한숨을 짓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하 1층에서 배고픔과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잠시만 나갔다 오겠다”, “가족과 교대를 하겠다”는 이들이 허다했다. 더위에 지쳐 쓰러져 잠을 자는 아이를 업고, 잠시만 지하 1층으로 들어간다고 하는 피해자 여성도 있었다. 여행을 갈 수 없게 된 모자 역시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이곳을 통제하느냐며 억울한 사연을 큰 소리로 외쳤다.
지하 1층에서 목이 마르다고, 물만 사오겠다며 1층으로 나가려는 어느 할아버지도 계셨다. 그럼에도 600번 이후의 환불 수기 접수자들은 1층 외부로 나가는 문앞에서 “나가면 절대 다시 들어갈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카운터 옆 정수기에서, 컵도 어느 곳에 있으니 거기서 떠다 드시면 된다”며 아래로 내려 보냈다.
이러한 와중에 컨트롤 하는 티몬 직원도, 중재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본의 아니게 갇혀 있었던 2시간 내외는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 영화 같았다. 경찰을 붙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원하는 답을 얻진 못했다. 환불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경찰에게 “왜 가해자(티몬)를 보호합니까!”, “우리 편을 먼저 들어주시고, 내려갈 수 있게 도와주셔야지, 왜 막고 계시나요!”, “여기 몇 번대예요?” 질문을 쏟아냈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답은 “질서를 위해 이곳에 배치됐을 뿐 이곳엔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습니다” 뿐이었다.
1층에선 상당한 더위에 실신하거나, 눈물 지으며 지하 1층에서 나오는 이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건, 이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바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현장 환불 접수 신청자들은 이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고, 접수번호는 3000번대에 진입했다. 환불된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티몬 관계자는 “준비된 예산을 다 소진해 800번대 고객까지밖에 환불을 진행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하자 곳곳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경찰에게 시비를 거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티몬 직원들로 추정되는 몇몇 관계자는 이런 와중에도 “집에 가셔도 된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현장에 계속해서 대기 중인 소비자는 여전히, 지금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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