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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號' 우리금융, 최대 실적 냈지만 2분기 성적표는 5대금융 중 꼴찌

권유승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관피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임종룡 회장이 이끌고 있는 우리금융그룹이 역대 최대 실적 경신에도 불구,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5대금융그룹 중 꼴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약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 보험사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사 여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뒤따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유의미한 지각변동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9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관계자는 "부동산 PF 등 대손비용 추가 적립에도 불구하고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상회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올초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 임종룡 회장이 제시한 '2024년은 도약의 모멘텀을 확보하는 해'라는 목표를 수치로 입증한 셈"이라고 자평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당기순이익이 1조755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수수료 이익이 26% 증가한 것에 힘입어 비이자 이익이 45% 확대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역대 최대 실적에도 우리금융은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모습이다.

지난 1분기 5대금융 중 유일하게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여파를 피해가면서 실적 꼴찌를 면했으나, 2분기에는 당기순이익이 꼴찌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금융사별 실적을 보면 KB금융지주는 1조7324억원의 2분기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리딩금융을 탈환했고 신한금융지주는 15.1% 증가한 1조42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NH농협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1조1026억원, 1조347억원의 순익을 나타냈다.

◆역대 최대 실적에도 맥 못 추는 우리금융…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시급

우리금융이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빈약한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영향이 크다.

우리금융은 5대금융 중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가 없다. 그나마 최근 한국포스증권 인수로 증권사 포트폴리오를 추가한 모양새다.

때문에 우리금융은 대부분 우리은행의 수익에 기대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의 올 상반기 은행 의존도는 95.3%로 5대 금융 중 가장 높았다. 5대 금융의 상반기 은행의존도는 76.2%였으며, KB금융은 54.1%에 불과했다.

금융그룹 실적에서 비은행 계열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과 연간 실적에서 꼴찌를 다투고 있는 농협금융의 경우 상반기 증권사, 보험사 등 주요 비은행 계열사의 당기순이익만 7000억원을 상회했다.

특히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도 보험사가 금융그룹의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KB금융이 올 상반기 '리딩금융 탈환'이란 체면을 차릴 수 있었던 것도 보험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의 활약 덕분이었다. KB손보와 KB라이프의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7743억원으로 비은행 실적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보험 계열사를 제외해 당기순이익을 비교했을 경우 KB금융은 신한금융보다 상반기 순익이 약 4000억원 낮았다.

우리금융도 비은행 확대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보험사 M&A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동양생명과 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위해 중국 다자보험과 비구속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실사에 나섰다.

하지만 "오버페이는 않겠다"며 저울질을 계속하는 우리금융의 행보 때문에 실질적인 M&A는 이뤄지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이 계획하고 있는 실탄으론 가격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다 발을 뺐는데 이 때 역시 인수가에 대한 이견이 컸던 것으로 시장은 추측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 추진 보험사 인수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실사 중인 생명보험사 인수시 자본 비율 영향 등을 고려해 당분간 추가 보험사 M&A 계획은 없다"며 "보험사 인수 시 당사에 자본 부담이 되는 오버페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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