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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모멘텀]⑦ 전력계통영향평가 시행…“데이터센터 지역분산 장애물 될 것”

권하영 기자

21세기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규제와 인허가 절차의 복잡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데일리>는 한국 데이터센터 산업의 도전 과제와 해결 방안을 탐구하고, 글로벌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서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본다.<편집자>

[Ⓒ 픽사베이]
[Ⓒ 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수도권에 쏠린 전력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정부가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시행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상자 중 하나인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가 자칫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31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마치고 현재 규제심사 중으로, 산업부와 국무조정실 규제심사를 거쳐 조만간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수요 문제를 해소하고자 지난 6월14일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에 명시된 제도다. 10메가와트(MW) 이상 전기 사용을 신청하는 전력계통 사업자는 사업 승인 전 산업부에 이 평가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기술적 평가항목(60점)과 비기술적 평가항목(40점)에서 총 7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데이터센터 업계는 수도권 전력분산을 위해 전력계통영향평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것이 데이터센터 사업에 대한 과도한 인허가 규제가 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업계가 지적하는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에서는 평가 대상 지역을 ‘전국’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산업부가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정책 취지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산업부는 올해 3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 발표를 통해 수도권 과밀화된 데이터센터 구축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정작 전국 모든 곳에서 똑같이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사업자 입장에서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구축·이전할 필요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초 상위법인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에서는 대상 지역을 ‘산업부 장관이 지정·고시하는 지역’으로 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하위 제도에서 규제 범위가 더 강화된 케이스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상위법 입법예고나 관계기관 설명회에서는 평가 대상 지역을 수도권 등 계통포화지역에만 적용하겠다는 방침이었는데 이를 정반대로 뒤집었다”며 “대상 지역을 왜 전국으로 해야 하는지 명확한 근거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평가항목에 있다. 전력계통영향평가의 당초 목적은 전력수요의 지역분산임에도 취지에 맞지 않는 ‘지역 낙후도’ ‘부가가치 유발효과’ ‘지역사회 수용성’ ‘직접 고용’ 등 비기술 평가항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데이터센터 산업 특성이 고려되지 않아, 예를 들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로 관리되는 데이터센터는 직접 고용이 많지 않다거나 님비 현상으로 인해 지역사회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아 비기술 점수를 확보하는 게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송준화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 사무국장은 “평가항목뿐만 아니라 평가 시기 역시 통상 데이터센터 사업 프로세스와 맞지 않다”며 “건축 인허가 3개월 전에 평가를 받게 돼 있는데, 그렇게 되면 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아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자가 부지 매입을 하고 설계까지 다 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업계는 이달 초 한국전력과의 간담회를 통해 이러한 애로사항을 전달한 상태지만 최종 시행은 산업부에 달려 있어 어디까지 반영이 될지 불투명하다. 실제 행정예고된 제도의 내용이 조금이라도 바뀌게 될 경우 산업부 입장에선 재행정예고를 통해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해 애초에 가능성도 높지 않은 분위기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대상 지역의 경우 전력계통 문제가 특정 시군구 단위로 자를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전국으로 지정했고, 비기술 항목의 경우 기술 항목에서 점수가 조금 낮게 나오더라도 오히려 가점 요소로 작용할 수 있도록 둔 것이지 통과를 막기 위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규제심사 중인 현 단계에서 재행정예고 여부까진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사업자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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