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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순익은 바닥인데 브랜드 사용료만 올라

권유승 기자

NH농협은행 본점 전경. ⓒNH농협은행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브랜드사용료는 도리어 늘어 상위 조직인 농협중앙회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올 상반기 당기 순이익은 1조7538억원으로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았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각각 2조7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리딩금융 경쟁을 펼쳤으며, '2조 클럽'에 안착한 하나금융지주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한 1조75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가까스로 꼴찌를 면했다.

농협금융도 올 2분기 기준으로만 보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환입 효과 등에 힘입어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상반기 경쟁에선 꼴찌의 고배를 마시게 됐다.

농협금융이 꼴찌를 하게 된 원인에는 농업지원사업비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올 상반기 농업지원사업비는 2464억원에서 3055억원으로 591억원 증가했다. 농업지원사업비 증가만 없었다면 우리금융을 제치고 4위에 올라설 수 있었던 셈이다. 특히 올 상반기 농협금융의 농업지원사업비 부담전 순이익은 1조9686억원으로 꼴찌를 다퉜던 우리금융의 순익을 무려 2000억원 이상 앞섰다.

농업지원사업비는 일종의 브랜드 값이다. 농협금융지주와 그 계열사들은 '농협'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위해 매 분기마다 농협중앙회에 농업지원사업비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농업지원사업비는 농업과 농촌지원 사업을 위해 자금을 쓴다는 명분 아래 명칭이 기존 '명칭사용료'에서 농업지원사업비로 바뀌었다.

농업지원사업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은 오래된 이슈다. 매출에 비례해 농업지원사업비를 산정하므로 당기순이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 농협금융과 계열사들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농협 노조는 지난해 "계열사 중에는 당기순손실을 내고도 농업지원사업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농업지원사업비 산정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농협금융이 농업지원사업비에 더해 배당금까지 농협중앙회에 내는 금액은 1조원을 넘는다. 농협금융 연간 순익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농협중앙회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농협금융이 지난해 납부한 농업지원사업비는 4927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증가했다.

특히 농협금융은 부실채권 증가 등 건전성까지 악화하고 있어 이 같은 농업지원사업비에 대한 부담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의 올 2분기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0.59%로 2020년 1분기(0.6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 농업지원사업비의 사용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명목은 농민을 위한 자금으로 쓰인다는 것이지만 구체적 사용내역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점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홍문표 전 국회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농협중앙회가 농업지원사업비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부적절하게 운용해 왔다"고 질타한 바 있다. 당시 홍 전 의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농업지원사업비로 4조3224억원을 거둬들였는데, 이 중 전체 사업비의 46%에 달하는 1조9756억원을 인건비, 특별퇴직급여, 경비 등 사업관리비 명목으로 사용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최근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을 올리는 법안이 발의 됐다.

지난달 18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전북 정읍시·고창군) 의원은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 상한을 2배로 높이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농협개혁법안을 내놨는데, 일각에선 이를 두고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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