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참가자 2200만 보호하는 마피아게임’…네이버페이, 의심계좌도 AI로 잡는다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네이버페이에서는 고객확인제도(KYC) 이행 기준으로 구매자 2000만 계좌, 판매자 200만 계좌 데이터를 보유 중이기 때문에 (이상 거래·계좌 탐지를) 효율적으로 통합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 네이버페이 자금세탁방지(AML)팀은 초거대언어모델(LLM) 도입을 준비하며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 <디지털데일리>와 만난 김서현 네이버페이 AML팀 KYC시스템 매니저는 네이버페이 플랫폼 내 AML 기술 차별화 전략을 소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자리에는 네이버페이 AML팀의 윤영모 리더와 주양안 기획 및 운영 매니저, 정예린 데이터사이언스 매니저가 함께했다.
최근 오픈AI의 생성형 AI ‘챗GPT’ 등장은 금융권 내 인공지능(AI) 활용 연구에 불이 붙는 계기가 됐다. 각 기업에서는 생성형 AI 근간이 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광범위하고 예민한 금융 정보 처리 작업 자동화 연구에 속도가 붙었다.
금융IT 분야에서 LLM 기술과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가장 잘 낼 수 있는 분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AML이다. AML은 ‘Anti-Money Laundry’ 약자이며, 단어 뜻 그대로 범죄수익 자금이 합법수익으로 탈바꿈하는 자금세탁 범죄를 방지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금융 기업 내 AML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등 규제당국으로부터 관리 소홀 이유로 과징금 등 제재 위험이 있어 리스크관리 분야 핵심 기술로 꼽힌다.
윤영모 리더는 “넓은 의미에서 AML은 필터링을 통해 위험인물을 거르고 추가 정보 수집 후 위험평가를 한다”며 “이후 거래 과정 전반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AML은 ▲고객확인제도(KYC) ▲위험거래 모니터링(STR) ▲위험평가(RA) ▲내부통제(RBA) 등 작업으로 세분화된다. 먼저 KYC는 이용자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STR은 불법 거래 감시 데이터를 수집해 당국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RA는 AML에서 수집되는 다양한 거래 데이터를 종합해 의심 계좌를 사전 지정하고, 모니터링한다. 마지막으로 RBA는 전사적 위험도를 측정하고 그에 대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는 체계다.
정예린 매니저는 “AML 중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분야 AI 연계 기술이 많았는데, LLM이 등장하면서 KYC나 RA 등에도 활용되는 추세”라며 “네이버페이는 KYC에 LLM을 도입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체적으로는 LLM을 통한 개인 사업자 심사 자동화 준비를 하고 있다”며 “판매자 서류 제출 때 표기 실수, 입력 정보 오류 등을 잡아내는 세밀한 업무에 LLM을 사용해 실제 판매자 상황과 서류 내용이 일치하는지 판단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됐듯, 네이버페이 플랫폼 내에는 약 2200만 계좌 개설돼 있다. 이 많은 계좌가 실시간으로 열리고 닫히고, 입출금을 반복한다. 이때 데이터 위변조를 막기 위해 LLM이 자동으로 세밀한 부분까지 살피며 작업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기업이 수준 높은 AML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선 LLM과 같은 고도 기술력도 필요하지만, C레벨을 포함한 사내 결정권자 지지와 투자도 중요하다. AML 부서는 특성상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 취약점을 찾아내고, 꼬집어내는 역할을 자처한다. 그 과정에서 때때로 신기술에 보수적인 기업 이사회에서는 AML 투자를 축소하거나, AML의 리스크 보완 제안을 거절하기도 한다.
주양안 매니저는 “많은 AML 종사자들이 주로 경영진 설득을 어려운 점으로 꼽는다”며 “그에 비해 네이버페이에서는 비교적 기술 관련 리소스 도입에 투자 지원 강화하고 있어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 성과로 네이버페이 AML팀은 지난해 금감원 전자금융업자 간담회에서 STR 우수사례 발표를 진행했다. 아울러 ▲수검사항 성실 개선 ▲업계 AML 의식제고 ▲전자금융업권 AML 가이드라인 협의 공적을 인정받아 금감원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도 금융보안원 제7회 논문공모전에서 ‘고객위험평가의 모델 기반 운영’ 관련 논문상을 받았다.
윤 리더는 “은행과 같은 기업에서는 AML 관련 직원을 120명 수준으로 뽑지만, 네이버페이 AML팀은 14명 인원으로도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각종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그 120명 분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윤 리더는 “앞으로는 자산 이전 방식으로 단순 현금 흐름 뿐 아니라, 가상 자산 등 수단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며 “가상 자산을 누가 누구에게 받았는지 흐름을 잡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런 현금 외 거래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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