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마리 펭귄 죽음이 게임 개발로 이어진 사연 [게임스컴 2024]
[독일(쾰른)=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4만마리 펭귄 중 두 마리의 아기 펭귄만 생존하고, 펭귄 1만5000마리가 거대 빙산으로 인해 고립되는 충격적인 사건을 접한 후, 기후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게임을 개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센티언스 권혜연 대표는 19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열린 ‘데브컴(Devcom)’에서 연사로 나서 자사 게임 ‘사우스폴비밥’의 탄생 비화를 전세계 개발자들과 공유했다. 데브컴은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의 개발자 컨퍼런스다.
센티언스의 데브컴 강연은 2019년과 2021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올해도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 권 대표는 센티언스 공동 창립자이자 게임 개발자다.
센티언스 산하의 게임 개발 조직인 센티언스 게임 스튜디오는 지난 9일 턴제 전략 게임 사우스폴비밥을 얼리 액세스(앞서해보기)로 출시했다.
이 게임은 이상 기후로 황폐해진 남극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벌어지는 좀비와 동물 원정대의 치열한 전투를 담고 있다. 펭귄이 인간을 종종 ‘거대 펭귄’으로 인식하는 점에 착안, 이용자가 동물 캐릭터와 함께 남극의 비밀을 밝히고, 기후 위기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모험을 떠나는 스토리다. 이용자간대전(PvP)과 몬스터전투(PvE)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권 대표는 이날 개발자들이 현실 세계의 문제와 게임을 연결함으로써 보다 독특하고 특별한 게임을 만들기 위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극에서 일어난 기후 재난을 테마로 한 이 게임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플레이어에게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단순한 오락을 넘어, 실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기후 회복력 게임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가 막연했지만, 2022년 기후 회복력 워크숍을 통해 게임을 어떻게 개발해야할지 배우게 됐다”면서 “프로토타입과 데모를 만든 후에는 게임쇼나 동아리 이벤트 등을 통해 실제 사용자에게 피드백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권 대표는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실제 이야기를 책에서 모으거나, 남극 세종기지에서 근무했던 생태학자와 인터뷰를 통해 에피소드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 남극이나 인근 대륙에 사는 동물 특성을 결합해 좀비를 생성하고, 관련된 기술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게임 속 남극의 동물들이 인간의 노트북이나 PC를 던지는 식이다.
권 대표는 “때때로 게임 메커니즘을 먼저 만들고 주제를 결정하기도 했고, 다른 경우에는 주제를 먼저 개발한 후 게임 메커니즘을 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러면서도 게임을 통해 플레이어를 가르치려 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레이어를 교육하거나 영감을 주려 할 경우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비극적인 사건은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낫다”고 설명했다.
한편 센티언스는 친환경적인 게임 전시를 목표로 이번 게임스컴에서도 벽이 없는 친환경 부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B2C(소비자 대상) 부스를 열고 사우스폴비밥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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