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텃밭 조심하세요"...돌아온 살인진드기에 위협받는 농촌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9월은 매년 ‘진드기 공포’가 커지는 달이다. 주요 진드기 매개 감염병인 ‘쯔쯔가무시증’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는 매년 전체 환자의 76%가 9월~11월 사이에 집중 발생하는 만큼, 돌아온 진드기철을 앞두고 경각심이 당부된다. 특히 진드기 감염병의 절반 이상이 발생하는 텃밭과 농장을 운영하는 농업인들, 발병 시 치명률이 높은 고령자들은 더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질병관리청에 신고된 주요 진드기 매개 감염병 환자 및 사망자는 쯔쯔가무시증이 연간 6000명 내외에 달하고, SFTS의 감염자 수는 이보다 적은 연 200여명 수준이지만 치명률이 20%에 달한다. 감염자 5명 중 1명은 사망에 이른다는 얘기다. 쯔쯔가무시증의 경우 적절한 치료 시 치명률이 0.1%~0.3% 내외로 낮으나, 방치할 경우 사망률이 최대 30%에 달할 수 있다. 두 질병 모두 예방 및 초기대응이 중요한 이유다.
특히 지난해 주요 진드기 매개 감염병 환자 6000여명의 역학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감염 위험 요인으로 농작업 및 텃밭작업 비중이 5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잠재적 위협군으론 단연 농촌에 거주하며 농사를 생업으로 삼는 중·장년층이 꼽힌다.
또한 이들의 진드기 매개 감염병 위험성은 젊은층보다 훨씬 높다. SFTS로 사망하는 환자의 90%가 60대 이상 노인이란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지난 5월, 올해 첫 SFTS 환자는 86세 노인으로 텃밭에서 농작업을 하다 진드기에 물려 감염된 후, 발열 증세가 나타난 지 사흘만에 숨졌다. 이처럼 높은 치명률 탓에 SFTS를 유발하는 작은소참진드기는 '살인진드기'로도 불린다.
이에 질병관리청과 농촌진흥청은 농촌 대상 진드기 대응 교육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기관 합동으로 농업인 맞춤형 ‘진드기 매개 감염병 예방 표준교육자료’를 제작하기도 했다. 해당 자료에는 진드기 감염병의 특징, 발생 요인, 증상, 대응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질병관리청 누리집과 농촌진흥청의 ‘농업인 안전365’ 누리집에서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쯔쯔가무시증은 털진드기 유충, SFTS는 주로 참진드기가 유발한다. 털진드기 유충은 크기가 0.2mm 이내로 매우 작아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하다. 반면 참진드기는 성충의 크기가 1mm에서 최대 9mm로, 육안 식별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쉽게 보이지 않으며 물린 부위도 모기 물린 자국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진드기 위험 지역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진드기 예방 교육 자료에 따르면 농작업 기준으로 진드기에 특히 많이 물리는 부위는 ▲농작물을 묶는 작업 시 아랫배 부위 ▲농작물을 나르는 어깨, 머리, 옆구리 부위 ▲농작물 베기 중 접촉되는 얼굴 부위 등이다. 이외에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배꼽, 귓바퀴 뒤, 항문 주위, 두피도 진드기가 무는 부위다.
주요 증상은 급작스러운 발열, 오한, 근육통 및 설사와 구토 등 감기몸살과 비슷하다. 감기류는 자연 치유가 가능하지만 진드기 매개 질병은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가을철에는 농장, 공원 등 진드기가 많은 지역에 다녀온 후 해당 증상이 나타날 시 즉시 병원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증상 발현 시점에는 진드기 물린 자국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자국이 없다고 방심하는 건 금물이다.
진드기 발생지 기피가 어려울 경우 최선의 대책은 적정한 복장 착용이다. ▲목이 긴 양말 ▲긴바지 ▲장갑 ▲토시 ▲목수건 ▲모자 등 진드기에 쉽게 물리는 부위를 긴 옷으로 보호하고, 작업 후에는 안전한 장소에서 탈의하고 세탁 및 샤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장은 가급적 밝은색 옷을 입어야 옷 위에 달라붙은 진드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진드기 기피제는 최대 4시간 가까이 효과가 있지만 만능이 아니므로, 적정 복장 착용 후 보조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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